보름이면 ‘새사람’으로 뚝딱
그런데 이렇게 서류를 위조 또는 조작해 신분을 바꾸는 일, 그리고 자신의 명의가 아닌 남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와 통장을 갖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 방면의 전문가들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으며, 작업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도대체 현재 인터넷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사회에선 주민등록증 위조는 물론 이를 통해서 정식 여권까지 발급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이런 신분세탁을 대행해준다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브로커들의 광고 내용이 사실 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위조 전문가들이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고, 그들을 찾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브로커들은 완벽한 신분 세탁을 제안하기도 한다. 한 여성 의뢰자를 일단 중국인으로 만든 다음 귀화시험에 합격시킨 후 다시 한국인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라며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신분 세탁에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15일. 2주일만 기다리면 ‘새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다. 더 놀라운 사실은 새로 나온 주민등록증으로 여권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여권은 위조여권이 아니다. 주민등록 자체가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새 여권을 발급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신용불량자의 해외 도피를 돕는 경우도 있다. 외국 학교의 학생비자를 받아 도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단 등록금만 내면 학생비자를 주는 곳이 많고 재직증명서와 갑근세 납부 증명서, 입학 허가서 등은 거의 대부분 조작된 것들이다. 이렇게 해서 드는 비용이 400만 원. 도피 비용으로는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대포폰, 대포통장, 대포차를 구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대포폰은 특별한 명의가 필요 없는 선불폰. 언제든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대포통장까지 ‘세트’로 팔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전체를 구매하면 대략 22만 원이 든다. 경기 인천 지역의 경우는 직접 만나서 거래하고 지방의 경우 고속버스를 통해 배달된다고 한다.
이 모든 거래 역시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관련 단어 한두 개만 쳐보면 금세 이러한 불법업자들과 연결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불폰이나 가짜 주민등록증, 여권 등은 대부분 범죄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성매매업자들이나 각종 브로커 등이 범죄에 가담하면서 자신의 노출을 숨기기 위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범죄가 또 다른 범죄를 부르게 되는 형국이다. 이렇게 원천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속이면 경찰도 당할 수밖에 없다.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신분부터 확인하고 추적해야 하는데, 이 경우 애초에 제대로된 신분 확인이 안되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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