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폭력? 이쯤 되면 테러 수준”
신인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서지수가 충격적 루머로 그룹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사진은 뮤직비디오 속 모습.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연예계에서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노골적인 루머가 퍼졌다. 이달 10일 데뷔한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서지수를 둘러싼 ‘폭행 논란’이다. 한 네티즌은 러블리즈의 데뷔가 임박한 시기인 이달 초, SNS를 통해 서지수로부터 학창시절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서지수가 학창시절 여자와 연인관계였고, 또한 폭행의 가해자라는 내용의 루머까지 퍼졌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그룹의 멤버로,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서지수는 가수의 꿈을 펼치기도 전에 심각한 ‘루머 피해자’로 먼저 세상에 알려진 꼴이 됐다.
‘루머’에 ‘진위’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서지수를 둘러싼 사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선정적인 내용의 루머는 급속히 퍼졌고, 서지수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몇 년 동안 준비해온 그룹 활동에서 당분간 빠지기로 했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는 무대에 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결정을 내리자마자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곧바로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루머 유포자를 잡아달라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유사한 피해를 입는 건 유명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인기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는 최근 자신의 SNS에 지속적으로 게재되는 협박을 참지 못해 경찰에 유포자를 잡아달라고 수사를 의뢰했다. 처음엔 안티 팬의 짓이라고 웃어 넘기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횟수가 수위가 높아지자, 수지는 ‘더는 참을 수 없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그룹 에프엑스의 설리도 같은 경우다. 얼마 전 가수 최자와의 열애설과 그룹 활동 중단 등의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던 설리는 비슷한 시기 각종 루머에 시달렸다. 설리는 대응에 나서는 대신 침묵을 택했다. 몇 달이 지났지만 그를 향한 루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를 ‘인격 살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온라인이란 익명에 가려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사실인 양 퍼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지수 소속사가 곧바로 경찰 고소를 택했고, 확산되는 루머의 내용을 먼저 구체적으로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SBS <한밤의 TV연예> 방송 화면 캡처.
경찰은 현재 최초 유포자와 루머 게시자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마포경찰서는 루머가 처음 게재된 포털사이트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이버테러와 루머 피해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라는 데 공감대를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유포자를 잡는다면 ‘선처는 없다’는 게 서지수 측의 입장이다. 실제로 사이버테러의 피해를 입는 연예인들은 더는 선처 대신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앞서 악성댓글과 루머로 고생했던 송혜교와 김태희 등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네티즌을 고소했다. 명예훼손으로 협박 누리꾼들을 고소한 수지 역시 강하게 대처할 생각이다. 연예인들이 강경파로 돌아선 이유는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과거 악플러나 루머 유포자를 잡아도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용서를 해주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꾸 이를 악용하려 하는 네티즌도 생겼다”며 “법적으로 강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절대 근절되지 않는 게 바로 온라인을 통해 퍼지는 루머”라고 꼬집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따르면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게재해 명예훼손을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심각한 ‘범죄’란 의미다. 하지만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네티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서지수를 둘러싸고 ‘제2의 루머’까지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바로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증거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서지수 루머를 ‘소속사의 신인그룹 띄우기’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 소속사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