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고 또 뽑고’ 이젠 지겹드래요~
▲ 불 밝힌 강원랜드 전경. | ||
이 중에서도 강릉지역은 특히 여의도 정가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이 지역은 지난 14대부터 16대까지 세 번 연속으로 재보궐 선거를 치른 지역이기 때문이다. 17대 때만 임기를 채웠고 18대 최욱철 의원(무소속)도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돼 1,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조만간 있을 최종판결에서 대법원이 당선무효형을 확정한다면 강릉지역은 네 번째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지역구란 치욕스런 기록을 남기게 된다.
최 의원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최 의원은 강원랜드 감사로 일하던 지난 2007년 강릉 지역주민들에게 편의시설(강원랜드 콘도)을 할인해줬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때문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한때 ‘최 의원의 혐의가 확정되면 강릉이 제2의 청도가 될 것’이라는 괴담이 돌기도 했다.
2007년 12월 경상북도 청도군수 선거에서는 한 후보가 주민 5700명에게 금품을 무차별 살포해 큰 파문이 일었었다. 당시 경찰이 선거법 위반 수사에 착수하자, 돈을 받거나 금품 살포를 도운 주민 두 명이 한 달 사이에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거와 관련해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은 사람은 50배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선거법 규정이 문제였다.
자살한 두 명은 100만 원의 50배인 50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러면서 자살할 사람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이른바 ‘청도괴담’이 지역민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다. 청도에는 두 명이 자살한 것 이외에도 1470명이 사법처리될 위기에 처했었다.
최근 강릉 지역에서도 비슷한 괴담이 돈 적이 있다. 최욱철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면서 편의를 제공받은 지역민들이 50배에 이르는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대상에는 고등학생도 상당수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최 의원은 강원랜드 상임감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7년 고등학생 수련회를 비롯해 강릉지역 주민들에게 콘도할인을 해준 것이 선거법상 기부행위로 기소되어 1,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07년은 강원랜드가 하이원콘도(강원랜드 콘도)의 매출 증대 및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직원 예약과 할인을 권장하고 실적에 따른 포상을 실시하던 시기다. 강원랜드 측은 매출 증진을 위해 임직원 할인 이외에도 단체할인이나 카드사 할인, 각종 행사할인 등 다양한 할인 제도를 실시했다. 2007년 강원랜드 임직원이 자신들 명의로 콘도를 예약한 건수는 1만여 건에 이르며 당시 감사였던 최 의원 명의로 콘도를 예약한 건수도 총 107건에 달했다.
이 중 최 의원의 지역구인 강릉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본 것은 총 일곱 차례(180명).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명륜고 학생간부 수련회 두 차례(교사 5명, 학생 40명), 한국노총 강릉 택시지부 임원 수련회(9명), 록유사 사찰 신도수련회(20명)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선거법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던 고등학생들이나 일부 신도들이 최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최욱철 의원은 강원랜드 상임감사로 재직 당시 지역민들에게 콘도 할인 등의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 ||
학생들만 해당된 게 아니었다. 노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괴담이 돌았다. 최 의원은 2007년 5월 강릉지역 사찰인 ‘록유사’가 주최하는 강릉 노인회 효도관광행사에 강원랜드 연회장을 무료로 대여해줬다. 원칙상 연회장 이용료는 하루에 300만 원이며 이 날 참석한 노인들의 수는 430명이었다. 연회장 대여 이외에 식사나 행사 준비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은 모두 사찰 측에서 제공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역노인행사에 연회장을 무상으로 빌려준 것은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내용에 이를 포함시켰다. 특히 검찰은 당시 행사에 최 의원이 참석해 인사를 한 것을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강원랜드 메인호텔 그랜드볼룸 연회장을 숙박객이나 강원랜드에서 주최 또는 후원하는 행사의 참여자가 아닌, 일반인이 무료로 이용하는 사례는 2007년에 단 1회에 그칠 정도로 예외적인 경우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우 연회장 무료 이용자는 연회장 이용료에 상당하는 이익을 얻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해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이런 내용이 1심에서 확정되자 노인들은 술렁였다. 행사에 참석했던 노인들은 ‘기억도 나지 않는 1년 전 행사 때문에 수십만 원의 과태료를 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 3월 26일 청도 사태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100만 원 이하 금품과 향응을 받은 유권자에게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는 공직선거법 처벌조항이 너무 과하다는 헌법불합치(不合致) 결정이 나온 것.
소식을 접한 강릉 지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한 지역민은 “만약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없었다면 영문도 모르고 수련회에 참석했던 고등학생들이 콘도할인 금액의 50배가 되는 1인당 1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했을 것”이라며 현행 선거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강릉지역에서 제2의 청도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막았지만 여전히 강릉지역은 최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강릉지역은 14대부터 16대까지 3대에 걸쳐 모두 재보궐 선거를 치른 지역이다. 17대 때에는 재보궐 선거가 없었지만 18대 의원인 최 의원이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형을 확정받으면 강릉지역은 오는 10월 또 한 번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강릉은 네 번째 재보궐 선거를 치르게 된다. 때문에 지역민들은 정치인들이 강릉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역 의원들도 최 의원의 혐의와 관련 대법원의 최종 결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 의원의 경우 직접적인 돈이 오고 가지 않았고 임직원의 통상적인 할인행위의 와중에서 일어난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과연 최 의원이 기사회생할지 아니면 강릉 지역이 네 번째 재보궐선거를 치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