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빗거리’ 놓고 ‘한풀이 공세’ 예고
야권의 타깃이 될 사안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천 내정자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이다. 천 내정자의 아들은 지난 2007년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던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다행히 무혐의로 끝났지만 야당은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천 내정자의 재산 문제도 일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밖에도 여간첩 원정화 사건, 용산참사, PD수첩 광우병 왜곡 보도 수사 등 천 내정자가 지검장으로 재임하면서 수사를 지휘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야당은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일요신문>이 미리 짚어봤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천 내정자 아들의 병역 문제다. 천 내정자의 장남 천 아무개 씨는 지난 2007년 가수 싸이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 당시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시 검찰은 고위층 자제들의 병역비리를 뿌리뽑겠다며 병역 비리 의혹이 있는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자녀 30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언론에 구체적인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천 내정자의 장남도 여기에 포함됐다. 수사는 동부지검에서 진행됐는데 당시 천 내정자는 남부지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취재 결과 천 내정자의 아들은 대형 게임회사 A 사의 자회사에 산업특례요원으로 입사했다. 이 계열사는 모회사에서 개발하는 게임의 온라인 고객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다. 검찰은 지난 2007년 수사에서 게임이나 IT업계 등에 병역특례 요원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의거, 온라인 게임업체 및 IT업체 병역특례 요원 등에 대한 집중 수사를 진행했다. 특히 천 내정자의 아들이 일했던 회사는 온라인 고객지원을 담당하는 계열사여서 전문성을 갖춘 병역특례 요원에 대한 필요성이 적었다는 점에서 수사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천 내정자 아들은 무혐의 판정을 받았고 확인 결과 그는 복무 기간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복무기간이 끝나도 붙들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것은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동부지검의 한명관 차장검사가 현재 천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이란 점이다.
천 내정자의 재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27일자 전자관보에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내역을 보면 천 내정자는 서초구 잠원동에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임차인에게 4억 원가량에 임대했다. 천 내정자 본인은 지난해 서초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6억 원가량에 전세를 살다가 강남구 신사동으로 12억 원짜리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천 내정자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6억 원을 사인간 거래로 마련했다.
문제는 사인간 거래라 할지라도 6억 원이란 적지 않은 금액에 대해 금융기관 대출에 준하는 이자가 실제로 오고갔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인’이 누군지, 실제로 이자가 오고갔는지 또는 계약서 작성됐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비정상적인 금전거래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번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실 관계자는 “가족관계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대가성 여부에 따라서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케이스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문제제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됐던 공무원 쌀직불금 부당 수령 사건 때도 천 내정자는 언론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수원지검장이던 천 내정자는 충남 논산에 가지고 있는 약 4000㎡의 토지에서 친척들이 대리경작하며 직불금을 타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농지는 지난 2004년 상속받은 곳으로 자경 의무가 없기 때문에 대리경작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지며 별 문제 없이 넘어갔다.
관보 등에 게재된 자료만으로는 천 내정자의 정확한 재산 규모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천 내정자는 어머니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천 내정자를 잘 알고 있는 한 언론계 인사는 “처가 쪽 재산이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천 내정자와 관련한 개인적인 의혹을 떠나서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천 내정자의 자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는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 내정자의 검찰총장 임명을 반대한다며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민변은 천 내정자가 PD수첩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범죄 혐의 입증과는 거리가 먼 작가 개인의 이메일 공개로 인권을 침해한 서울중앙지검의 지휘 책임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성을 상실한 편파수사의 대표격인 용산참사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등 “공안시각에 갇히지 않은 조화로운 검찰권과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대표해야 할 검찰총장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인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지난 24일 인터넷신문 <미디어스>에 기고한 ‘천성관을 낙마시키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공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출세주의자가 검찰 총수로 앉을 때 초래될 상황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검찰총장 취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천 내정자가 최근 검찰의 수사 관행 중 문제가 되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천 내정자가 일선 공안검사 시절인 1998년 ‘영남위원회’라는 반국가단체를 결성한 혐의로 기소한 15명 가운데 무려 12명이 무죄선고를 받았고, 2001년엔 ‘방북 대표단이 북한 지령을 받았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박 씨는 “천 내정자가 수원지검장 시절 지휘한 여간첩 원정화 사건, 올해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처리한 용산참사 사건과 MBC ‘PD수첩’ 사건에서 모두 인권침해 수준의 피의사실 공표가 있었다”며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시민사회는 폭로를 통해 그가 검찰 총수 자리에 오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기자의 해명 인터뷰 요청에 대해 “청문회 전까지는 언론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