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핑? 흥! 너나 하세요~
▲ 영화 <색즉시공>의 한 장면. | ||
옆 테이블에 앉은 커플의 섹스를 실제로 볼 수 있다면? 사실이다. 최근 실제 성행위, 그룹 섹스, 스와핑까지 허용한 강남의 모 클럽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인터넷으로 미리 회원 신청을 한 커플에 한해 입장을 허용한 그 클럽 안에서 섹스부터 관음까지 다양한 형태의 섹스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른바 ‘커플테마클럽’이 언론에 보도된 후 비슷한 콘셉트의 클럽에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한번 가볼까?’ 하고 마음이 동했으니, 이번 단속과 언론 보도의 클럽 홍보 효과는 한 업주가 치른 벌금의 몇 십 배에 족히 넘을 것이다. 클럽 단속이 오히려 클럽 홍보가 된 셈이다.
각종 언론은 앞 다퉈 클럽을 이용한 네티즌의 경험담을 전했다. “바로 옆에서 매력적인 이성이 과감한 애무를 하는 것을 보자 흥분에 극에 달했다” “최고의 경험이었다” “중독성이 너무 강할 것 같아 걱정이다” 등등의 게시판 글을 인용한 것. 그런데 이 실감나는 게시판 글이 진짜일까? 실제로 옆 사람의 섹스를 보는 것이 자극적일까? 내 연인을 옆에 두고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섹스를 해도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니다’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포르노가 아닌 섹스를 실제로 보는 것은 여자의 성욕을 오히려 감퇴시킨다. 남자들의 섹스 관광지 1위로 꼽히는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파타야의 ‘북쇼(페니스로 북을 두드려 공연하는 쇼)’가 흥미진진한 볼거리라는 소문을 듣고 나와 친구는 ‘Boys Town’으로 갔고, 그곳에서 굉장한 경험을 했다. 실제 성행위를 보게 된 것이다. 클럽의 무대 한쪽에 마련된 투명창의 유리 부스에서 섹스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부스 안에서 공연하는 게이 커플의 신음 소리와 그림자의 형태로 보아 실제로 섹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했다. 바로 그때였다. 섹스 퍼포먼스를 보던 우리 옆 테이블의 한 커플이 소파 위로 쓰러지면 서로의 옷을 벗겼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우리는 민망함에 고개를 돌리다가 손님으로 보이는 한 백인 할아버지가 호스트의 페니스를 쥐고 있는 것을 목격했고, 그 후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호스트, 스리섬으로 오럴 섹스를 하는 세 명의 남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섹스를 줄지어 보았다. 그곳에서 타인의 섹스를 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섹스 행위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클럽의 테이블에 앉은 모든 커플이 섹스 혹은 섹스 유사 행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 우리가 아무나 붙잡고 섹스를 하고 싶을 정도로 불타올랐냐고? 절대 아니다. 클럽에서 호텔로 돌아올 때까지 친구와 나는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기분이 찝찝해졌고, 섹스라는 행위가 혐오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포르노를 보는 것과 실제 섹스를 보는 것, 그리고 특정 장소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그룹 섹스를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나는 인터넷에 떠다니는 ‘몰카’ 섹스를 보면 인간의 섹스와 동물의 교미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 ‘몰카’ 영상에는 성적 판타지와 에로스는 없고 삽입과 피스톤 운동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전 남자친구는 내게 “야한 거 보여줄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리고 페니스와 버자이너만이 클로즈업된 섹스 영상을 내게 보여주었다. 아마 그는 내 성욕을 자극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 나는 속으로 ‘이게 남자들이 생각하는 야한 영상인 걸까’라고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 영상은 여자의 성욕을, 아니 적어도 내 성욕을 자극하는 포르노가 아니었다. 여자가 흥분하는 포르노는 삽입과 피스톤이 중심인 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남자들은 왜 모를까? 여자는 포르노에서도 애무 장면에서 더 흥분하고, 피스톤 영상을 볼 때에도 클로즈업 영상이 아닌, 풀샷 영상에서 남자가 얼마나 부드럽게 허리를 놀리느냐에 따라 더 자극받는다. 여자의 육체를 탐하는 남자의 유혹 연기와 “싫다”고 말하면서도 다리를 벌리는 여자의 내숭 연기를 보여주는 포르노가 실제 섹스를 보여주는 ‘몰카’ 영상보다 여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섹스는 서로를 깊숙이 바라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온전히 상대에게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대의 작은 반응을 눈치채고 더 큰 자극을 가할 때 비로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권태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그녀를 자극하고 싶다고? 짜릿하고 열정적인 섹스를 원한다면 ‘커플테마클럽’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스토리 있는’ 포르노를 보면서 성욕을 높여가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마지막 힌트, 여자는 서양의 포르노보다 일본 포르노에 더 공감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시길.
박훈희 칼럼니스트
박훈희 씨는 <유행통신> <세븐틴> <앙앙> 등 패션 매거진에서 10년 이상 피처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섹스 칼럼을 썼고, 현재 <무비위크>에서 영화&섹스 칼럼을 연재 중인 30대 중반의 미혼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