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가는 ‘변종’업소까지 등장
▲ 아늑한 분위기에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커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멀티방. | ||
그러나 멀티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 데다가 청소년들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방과 방은 완전히 독립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고, 전혀 들여다 볼 수 없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청소년들이 탈선 장소로도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고 일부에선 벌써 말썽이 생긴 곳도 있다.
멀티방은 대형 TV를 중심으로 다양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활용한 놀거리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PC를 통해 인터넷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최근 각광받고 있는 닌텐도 Wii 등을 설치한 업소도 상당수 된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노래방이나 DVD방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주어진 시간 이내라면 직접 자유롭게 조작해 마음껏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멀티방은 신촌, 홍대, 대학로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성업하고 있다. 지난 1일 찾은 신촌 A 멀티방의 경우 예약 없이 저녁시간에 입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손님들이 붐비고 있었다. 때문에 입장을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 마치 노래방 초창기 때와 비슷할 정도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특히 멀티방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커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남자친구와 함께 멀티방을 자주 찾는다는 김은지 씨(26)는 “노래방은 단둘이 가기에 너무 부담스럽고 비디오방은 사회적 인식이나 위생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꺼리는 편인데, 멀티방은 깨끗하고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가격은 업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시간당 1만~2만 원 수준. 하지만 보통 최소 이용 시간을 두 시간으로 제한해 2만~3만 원가량의 요금을 받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는 보통 2인이 사용할 수 있는 커플방이 대부분이지만 3~4인 혹은 10인 이상 입장할 수 있는 대형 방들도 구비돼 있다.
일단 입장하면 신을 벗고 방으로 들어간다. 종업원이 각종 기기 사용법을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방에는 연인들이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푹신푹신한 쿠션들을 깔아놓았다. 조작을 통해 여러 가지를 즐겨본 결과 일반 노래방이나 DVD방 못지않게 신곡이나 최신 영화들도 제법 잘 갖춰 놓았다.
사실 멀티방이 등장한 것은 2007년 무렵이다. 멀티방은 등장 초기에 인지도 및 즐길거리 부족으로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등장한 닌텐도 Wii를 설치한 멀티방들이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곳 업주의 귀띔이다.
게다가 멀티방은 그동안 관련법이 없어 편법으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게임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이라는 항목이 신설돼 한 장소에서 게임, 노래방, DVD 등을 함께 서비스할 수 있게 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각종 멀티방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삼보컴퓨터 등과 같은 대기업들도 사업 진출 의사를 내비칠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신종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엔 이러한 인기에 편승하려는 변종 멀티방도 성행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홍대의 B 멀티방의 경우 방 내부에 침대를 비롯해 샤워시설과 월풀 등을 갖추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아예 프런트에서 키를 받아 방에 꽂아야 전기가 들어오는 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이쯤 되면 멀티방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모텔에 가깝다.
문제는 이곳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이다. 모텔의 경우 청소년들의 숙박을 금하고 있지만 이러한 멀티방은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청소년들도 거리낌 없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통 모텔이 4만~5만 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있는데 비해, 변종 멀티방은 야간에는 2만~3만 원 정도면 숙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10시 이후에는 PC방이나 노래방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이용을 제한한다고는 하지만, 업주들의 신분증 검사나 경찰의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청소년들은 흡연이나 음주는 물론이고 심지어 성관계까지도 맺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숙박만을 노린 멀티방의 경우 야간 숙박 비용을 1만 원 정도로 책정해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 업주들은 비단 멀티방뿐만 아니라 이미 DVD방 등에서도 얼마든지 청소년들의 탈선은 이뤄질 수 있다면서 비단 멀티방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침대나 샤워시설 등은 명백한 변칙 영업이라고 한 멀티방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적했다.
더욱이 대학가 주변의 멀티방의 경우 혼자 오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속칭 보도방 아가씨를 불러주는 곳까지 생겨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 업소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멀티방에 대한 관련 제도 마련과 규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봉성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