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누르자 불법 과외방 ‘불룩’
▲ 학파라치와 숨바꼭질 심야교습 금지 후 주말에 휴일까지 수업을 강행하는 학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목동 학원가 풍경으로 기사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 ||
사교육계는 즉각 반발하며 이번 제도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단은 규정을 준수해 걸리지 말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제 학원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러한 풍선효과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몇몇 학원들은 편법운영으로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요구하던 시민단체들도 학파라치 제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A 학원은 학파라치 제도 이후 10시 이후 수업을 모두 폐지했다. 대신 규정된 수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주말 보충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곳 학원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김지원 씨(가명·29)는 “학원이 정해진 수업 시간을 모두 채우지 못할 경우엔 수강료를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하고, 앞으로도 수업시간을 줄일 경우 규정상 수강료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주말이나 공휴일도 없이 계속 수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에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규정된 수강료 때문이다. 현재 수강료는 각 지역 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종합반 기준 대략 주 34시간(시간당 50분)에 31만~32만 원 정도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원들이 이를 기준으로 교재비와 특강비 명목으로 학생 1인당 4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규정된 수업시간이다. 학원에서는 수강료를 적정 이상 받아야 운영이 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 수강비를 어느 정도 준수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이 일정 시간 이상 확보돼야 하는데 10시 이후 심야교습이 금지될 경우 도저히 수업시간을 확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학파라치 제도가 계속 시행될 경우 평일에는 학원을 아예 다닐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야간자율학습의 경우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현재 서울 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야간자율학습을 대부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경기도를 비롯해 대부분 지방의 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을 강제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어, 9시 이후에나 하교가 가능하다. 이 경우 평일에는 학원에 아예 갈 수가 없게 되는 셈이다. 입시 관련 업무를 하는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강북 지역의 경우에는 점차 야간자율학습을 시키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며 “결국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한 강남 지역 학생들만 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파라치에 걸릴 것을 우려, 학원을 분리하는 편법을 사용해 배짱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강북 지역의 모 학원의 경우 큰 건물에 학원 이름을 조금씩 바꿔 관할 교육청에 신고한 뒤 간판은 하나로 달고 운영을 하고 있다. 만약 단속의 걸릴 경우 해당 학원만 영업정지가 되기 때문에 나머지 교실에서 학생들을 수업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수학 영어 논술 등 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전문 학원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정해진 수업시간을 맞출 수 없게 되자 인터넷 강의와 같은 편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논술학원의 경우 수업 시간 전 해당 홈페이지의 동영상 강의를 미리 보고 오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을 수업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학파라치 제도 도입 이전에는 문제풀이 등을 내주는 자율학습시간 역시 수업시간에 포함시켰으나 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신고당할 것을 우려해 대부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학파라치 도입 이후 아예 대놓고 규정을 무시하는 과외방은 더욱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택밀집 지역이나 아파트 등에 방을 얻어 소수의 학생들을 모아 불법교습을 벌이고 있다. 이런 형태의 불법교습은 대부분 세금을 피하기 위해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고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심야 교습 금지 규정은 준수할 이유도 없는 셈이다. 오히려 10시 이후로 학원들이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3 학생들은 점차 과외방으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업시간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수입이 줄어든 일선 학원 강사들은 아예 학원을 나와 팀을 꾸려 속속 과외방을 차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학원 관계자들은 이러한 편법 운영에 대해 일찌감치 예상된 현상이었다며, 근본적인 교육 대책 없이 무조건 학원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만 때려잡으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권영식 부회장은 “학파라치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원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것”이라며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의지에 대해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학파라치를 통한 때려잡기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각종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봉성창 객원기자 b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