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그녀에게 용기를…
▲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 ||
박훈희 칼럼니스트
뉴욕에 와서야 섹스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는 후배 A의 이야기. 뉴욕에 가기 전 A는 남자친구와 첫 섹스를 할 때마다 “나, 섹스 잘 못하는데…”라고 말했다. 괜한 내숭이 아니라 한국에 있을 때 A는 실제로 그녀가 섹스를 못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그녀는 섹스 중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남자가 애무하고 삽입하고 체위를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A를 유혹해도 A는 그저 가만히 누워있었다. 애무하는 법을 잘 몰랐고, ‘여자는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A의 남자들이 말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A가 상대 남자에게 애무를 하면 남자들은 ‘피식’ 웃었다. A의 서툰 스킬을 비웃었던 것. 그리고는 A의 애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체위를 바꿔버렸다. 그러다 보니 A는 섹스 중 아무것도 안하는 여자가 되었고, 실제로 섹스를 못하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뉴욕에 와서 그녀의 섹스 라이프가 확 바뀌었다. 외국 남자들은 A가 가만히 있도록 놔두지 않았다. “Come On!”이라고 하면서 A가 애무해주길 바랐고, 애무를 할 때마다 “Good”이라고 칭찬했던 것. 그 애무 스킬이 한국에서와 크게 차이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A는 “내가 뭘 해도 남자가 좋아하고 칭찬해주니까 내가 섹스를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기게 되더라고. 예전에는 애무를 하는 것이 어색하고 싫었는데, 뉴욕에 와서는 애무를 하든, 패팅을 하든 자신감이 생기는 거야. 그러면서 내가 좀 더 섹시한 여자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하고 말했다. 게다가 가슴이 매우 빈약한 일자몸매의 A에게 한 남자가 “너의 가슴 모양이 너무 좋아”라고 찬사를 보내면서 A는 섹스를 더욱 더 즐기게 되었다.
가슴이 작은 여자들은 여성 상위를 할 때마다 가슴에 신경이 쓰여서 섹스에 몰입할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더구나 이런 여자들에게 정상위는 최악의 체위. 가슴이 납작해지기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인 나머지 남자를 확 끌어안아서 자신의 가슴을 보지 못하게 시선을 차단하는 비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남자는 “아니, 남자가 봉사야? 여자가 가슴이 작은 걸 모르겠어? 딱 보면 알지!”라고 말을 해도, 여자 입장에서는 콤플렉스가 쉽게 극복되지 않으니까. 빈약한 가슴, 더부룩하게 나온 배, 허리 없는 일자 몸매 등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해 섹스 도중에 신경 쓰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남자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A는 뉴욕 남자의 칭찬 한 마디에 콤플렉스에서 탈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A는 “가슴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섹스에 몰입할 수가 있더라고. 그리고 그의 시선이 거리끼지 않으니까 좀 더 과감해졌다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행동을 하게 돼. 예를 들면, 여성 상위 중에 자위를 하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A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내가 섹스 좀 하지”라고 말이다.
한국 여자들이 섹스 트러블을 불감증으로 오해하는 것도 아마 남자들의 칭찬 부족에서 생기는 부작용이 아닐까. 남자들은 자신이 섹스를 잘한다고 믿고, 여자들은 자신이 못한다고 의심하는 데서 불감증은 시작된다. 남자가 전희 없이 삽입으로 돌입해서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남자가 여자에게 “너는 왜 못 느낄까?”라고 물으면 여자는 ‘아, 내가 불감증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섹스를 잘하는 남자는 섹스에 서툰 여자를 더욱 불감증의 나락으로 몰아붙인다. ‘내가 이렇게 잘하는데, 너는 왜 못 느껴? 네가 불감증이기 때문이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가 실제로 불감증의 장애를 겪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그간 내가 불감증을 주제로 취재하다가 만난 비뇨기과 의사의 말은 한결같았다. “불감증이라고 찾아오는 여자들이 실제로 신체적인 장애인 경우는 거의 없어요. 여자의 불감증은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이에요”라고 말이다.
섹스를 진짜로 잘하는 남자는 다르다. 진짜 섹스를 잘하는 남자는 섹스를 주도하기보다 여자가 섹스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 자신의 체위 테크닉이나 애무 스킬을 내세워 섹스를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여자가 섹스를 즐기도록 유도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섹스는 몸의 대화다. 남자가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대화는 남녀 모두에게 얼마나 지루한가. 여자의 장점을 잘 찾아내는 남자를 만나지 못하면 여자는 평생 ‘나는 불감증이야’라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섹스에 서툰 여자가 몸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좀 더 칭찬을 해주면 된다. 섹스에 소극적인 그녀를 섹시하게 만드는 법이 고작 칭찬이라고? 못 믿겠지만, 사실이다.
박훈희 씨는 <유행통신> <세븐틴> <앙앙> 등 패션 매거진에서 10년 이상 피처 에디처로 활동하면서 섹스 칼럼을 썼고, 현재 <무비위크>에서 영화&섹스 칼럼을 연재 중인 30대 중반의 미혼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