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김영일,정대철 | ||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정치인은 단연 이인제 의원. 지난달 21일 보석으로 석방된 이 의원은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강원도에서 열린 만해축제에도 참석했던 이 의원은 종반전으로 들어간 1심 재판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아주 밝은 모습으로 생활하고 계신다. 재판준비에 여념이 없으며 우리들은 모두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의원을 포함한 측근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여의도 모처에서 은밀히(?) 재판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시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해 말 수감된 서청원 전 의원은 지난 13일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 지난달 5일 척추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던 서 전 의원은 이날 휠체어에 의지한 채 법원문을 나서야 했다. 서 전 의원측 관계자는 “(서 전 의원이) 당분간은 집에서 쉬면서 몸을 추스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집행유예로 석방된 박명환 전 의원도 바쁜 시간을 보내기는 마찬가지. 박 전 의원측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은) 옥중에 있을 당시 도움을 줬던 분들에게 인사도 다니고 지역구에서 시간도 보내는 등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건강이 특별히 나쁘지는 않지만 많이 약해져서 몸을 추스르고 있는 중이다”고 전했다. “정계복귀는 아직 거론할 때가 아니다”는 반응.
반면 여당 의원으로 옥고를 치렀던 이상수, 이재정 전 의원은 지난달 석방된 뒤 각각 자택과 학교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석방된 정치인들과는 달리 여전히 옥중생활중인 정치인들은 10년 만에 찾아온 폭염과 싸우느라 고민만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청원 전 의원이 출소한 지난 13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다시 ‘옥문’으로 향해야 했던 김영일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서 전 의원의 석방을 보면서 상당히 속상해 했다”는 후문. 김 전 의원실 관계자는 “법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여당 정치인들은 다 빼주면서 김 전 의원을 (옥중에) 남겨놓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측근들은 김 전 의원이 “<태백산맥> <적과 동지> <열국지> 등 주로 소설류를 많이 읽으며 여름을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답답하기는 여권 출신의 정대철 전 의원도 마찬가지. 혈압에 문제가 생겨 현재 병동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전 의원은 운동을 하며 여름을 견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측의 한 관계자는 “혈압이 높아져 걱정이 되긴 하지만 특별히 나쁘지는 않다”며 “요즘은 마음도 좀 편안하신지 하루 두 번 있는 면회에서도 많이 웃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정 전 의원은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의 면회에서 “형님이 나를 좀 도와달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현재 정치자금 수사와 관련돼 아직도 수감중인 인사는 ‘차떼기 3인방’인 한나라당 김영일·최돈웅 전 의원, 서정우 변호사와 노 캠프측의 정대철 전 의원,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희정씨. 그러나 최근 법원의 정치인에 대한 관대한 판결성향으로 볼 때 이들도 조만간 풀려날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관측 속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는 다시 실종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여하튼 이런 저런 이유로 여야 정치인들이 하나둘 석방되면서 ‘남아있는 자’들의 소외감은 더운 여름만큼이나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