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방지 수단 히든카드 만지작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 2년간, 남북관계에 있어서 몇 차례 긍정적 신호는 오갔지만 ‘원칙론’을 앞세운 현 정부의 대북기조 탓에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선 박근혜 정부 3년차인 내년에 남북정상회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게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내년 국내 경제 상황이다. 국내 경제관련 기관 및 연구소가 발표하는 각종 지표가 나타내듯, 내년 국내 경제 상황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 3년차는 서서히 레임덕이 시작되는 시기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한 정치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자.
“박근혜 정부로서는 경제전망이 절대적으로 어두운 내년이 고비다. 정권 3년차는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이면서 본격적으로 ‘힘’이 풀리는 시기다. 올해만 하더라도 개헌 논의 등 현 정권과 부딪히는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경제부양이 우선이라는 명목으로 내세우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내년에도 각종 경제 부양책을 쏟아내겠지만, 국내외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여의치 않을 것이다. 이런 시기, 남북정상회담 같은 초대형 이벤트는 박근혜 정부로서 무척 매력적인 사안일 것이다. 더군다나 남북정상회담 이벤트는 야권에서도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에 대한 야권 관계자의 반응은 한마디로 부정적이었다.
“이미 야권의 전직 대통령들이 두 번이나 행한 이벤트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전혀 새롭지 않다.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현재 남북관계를 고려해 볼 때, 마땅한 명분도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은 이상, 전혀 명분이 없지 않나. 만에 하나 현 정부가 적절한 타협안을 받아들여 남북회담이 성사된다면, 오히려 앞서 내세웠던 원칙론에 상처만 입을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다.”
앞서의 정치평론가는 야권 관계자의 시큰둥한 반응에 이렇게 반박했다.
“북한 정권과 좋은 관계에 있었던 야권과 현재의 박근혜 정부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앞선 야권의 전직 대통령의 방북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이는 현재 야권에서도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내심 내년 정국이 여권의 이러한 대형 이벤트에 묻힐까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의원이 괜히 이희호 여사의 특사 제안을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는 (남북회담 성사에 대한) 만약을 대비한 명분 쌓기일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 주변에선 단순한 정상회담을 넘어 김정은의 방한 시나리오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것만 성사된다면, 청와대로서는 더 좋을 게 없을 것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역시 “(김정은의 방한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충분한 명분만 전달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며 “이는 앞서 두 번의 방북 정상회담과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청와대 입장에선 분명히 추진해 볼만한 카드”라고 밝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한 시도가 전혀 없었던 일이 아니다. 이미 1971년 7·4 공동선언과 1994년 지미 카터 방북 때 두 차례에 걸쳐 김일성 주석의 방한은 시도됐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급격한 남북관계 경색과 김일성의 사망 탓에 무산된 바 있다. 만약 김정은의 방한과 서울정상회담이 실현된다면, 할아버지의 약속을 21년 만에 실현시키는 셈이 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