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뭐 하는지 ‘안 봐도 비디오’
누가 봐도 ‘미니 모텔’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모텔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경향은 그간 비디오방들의 몰락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디오방은 한때 상당한 호황을 누렸다. 둘만의 아늑한 공간에서 비디오를 감상하며 스킨십도 할 수 있고, 심지어는 성행위도 가능했기 때문에 가난한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그러한 호황도 잠시였다. 모텔들이 급속도로 고급화되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자 다수의 비디오방 손님들이 모텔로 발길을 돌렸다.
비디오방에 갈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훨씬 고급스러운 모텔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상당수의 비디오방들은 폐점을 했다. 한마디로 ‘고사’의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서울 미아리에서 비디오방을 했던 최 아무개 씨(54)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업소의 부침이 굉장히 심하다. 아주 옛날부터 오락실이니 노래방이니 등등을 해봤지만 모두 3~4년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인기가 좋았지만, 곧 새로 생긴 업소들에게 밀려나곤 했다. 비디오방은 좀 오래갈까 생각했었는데 그마저도 아시다시피 완전 사양세다. 특히 DVD가 나오면서 서서히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과거와 같이 단순히 업소만 열어놓는다고 손님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결국 비디오방 업주들은 살아남기 위해 비디오방의 콘셉트와 타깃층 자체를 바꿨다. 모텔보다 저렴한, 하지만 모텔에 준하는 ‘미니 모텔’로 변하기 시작했던 것.
인테리어도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도록 깔끔하고 럭셔리하게 다시 꾸몄다. 결국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보다 저렴한 곳을 찾는 젊은 연인들은 다시 발길을 비디오방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신종 비디오방은 ‘퇴폐영업’이라는 오명을 씻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청소년들도 이곳에 갈 수 있는 만큼 가출 청소년들의 아지트, 더 나쁘게는 그들이 성행위 등을 하는 ‘탈선 장소’가 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출입 가능한 비디오방 리스트’까지 만들어 돌려보기까지 한다.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는 곳이나 업주들이 암묵적으로 눈을 감아주는 곳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 일부이기 하지만 보도방을 통해 ‘아가씨’를 불러주는 곳까지 있다고 한다.
이런 업소는 남성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성매매 여성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성매매 업소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종 신종 변태 성매매 업소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비디오방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구청에서 단속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현장확인을 해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쉽지 않다. 신고가 있다면 몰라도 신고도 없는 업소를 일일이 단속하기는 인력면에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방관 속에 비디오방은 점점 더 퇴폐화돼가고 있는 셈이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heymantoday@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