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 점포 영업중단에 소비자 불편·입점업체 타격·직원 고용불안…노조 “정부 긴급 지원 나서야”
5월 11일 서울 중랑구 홈플러스 신내점 앞. 장을 보러 왔다가 영업 중단 안내문을 본 시민들은 발걸음을 돌리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홈플러스 매장은 문을 닫았지만 의류·가구 등을 파는 임대매장만 불을 켠 채 운영 중이었다. 손님이 끊긴 점주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5분 남짓한 사이 5명의 고객이 홈플러스 매장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뉴스에서 홈플러스를 어느 기업이 샀다고 하던데 문은 왜 닫는 거냐”며 기자에게 되묻는 고객도 있었다.

영업 중단이 실행된 지 이틀째인 11일 ‘일요신문i’가 영업중단 점포에서 만난 고객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홈플러스 신내점 지하 1층 식품 매장 앞에서 만난 70대 여성 A 씨는 “젊은 사람들은 물건이 별로 없다며 진작부터 멀리 가서 장을 봤지만 우리는 가까우니까 걸어서 여길 왔다”며 “이제는 버스를 타고 다른 동네 마트까지 가야 한다.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1층 홈플러스 점포 입구에서 만난 B 씨는 영업 잠정 중단 안내문을 보며 “뉴스에서 보긴 했는데 여기(신내점)까지 해당되는 줄 모르고 왔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한 노년 부부는 “오늘 여기 노는 날이냐”고 묻더니 “그럼 이마트 별내점(경기도 남양주시)까지 가야 한다. 차로 15분은 더 걸린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서 임대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홈플러스 중계점 지하 2층 식품 매장 입구 앞에서 생활용품·가구 할인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일요신문i’에 “영업중단 하루 전날 공지를 받았다. (홈플러스) 직원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면서 “홈플러스에 입점한 건 홈플러스 방문 고객을 고려해서인데 휴업에 들어가면서 타격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해당 점주는 “홈플러스 측도 ‘임대매장은 정상 영업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겠다는 것 말고는 다른 대책은 마련해 준 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회장도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마트가 문을 닫으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데도 현실적인 보상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영업중단 매장 가운데 한 곳에서 만난 직원은 “우리도 언론에 나와 있는 것 이상으로 아는 게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현장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현장에서는 ‘대량 실업의 공포’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직영 직원들에게는 비인간적인 대량 휴직이 강요되고 있고,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퇴사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업이 중단된 매장은 △서울 중계·신내·면목·잠실점 △부산 센텀시티·부산반여·영도·서부산점 △대구 상인점 △인천 가좌·숭의·연수·송도·논현점 △경기 킨텍스·고양터미널·포천송우·남양주진접·경기하남·부천소사·분당오리·동수원점 △충남 계룡점 △전북 익산·김제점 △전남 목포·순천풍덕점 △경북 경산·포항·포항죽도·구미점 △경남 밀양·진주·삼천포·마산·진해·김해점 등 총 37개 곳이다.

홈플러스 직원들과 입점점주들은 정부와 채권단이 더 이상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며 공적 자금 투입과 운영자금 긴급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안수용 홈플러스지부장은 “정부는 지금 당장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를 통한 관리체계 전환에 나서 달라. 필요하다면 공적 자금이라도 투입해 홈플러스를 반드시 정상화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회장은 “37개 점포 영업중단은 끝이 아닌 대량 폐점과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며 “지역경제 의존도가 높은 지방 점포들의 경우 홈플러스 폐점은 곧 지역 상권 붕괴로 직결된다. 정부는 긴급 지원 방안을 마련해 기업 정상화와 고용·상생 대책 마련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