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피임약 복용… 허리 들어가고, 가슴 나온대도 ‘득모’ 할 수 있다면…
국내 최대 탈모인 커뮤니티 ‘대다모’에서 인사처럼 쓰이는 말이다. ‘부자 되세요’도 아니고 ‘득모하세요’라니. 혹자는 ‘머리카락 좀 없는 게 어때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우울증을 넘어 ‘죽고 싶다’고 고백하는 탈모인도 많다. 스트레스가 이 정도다 보니 머리카락에 좋다는 건 쥐약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일반인은 코웃음 치며 넘어갈 각종 민간요법들은 탈모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씩 시도해본다. 머리카락 한 올에 ‘목숨 거는’ 사람들의 기상천외 탈모 탈출기를 들여다봤다.
[특별취재팀=성기노 취재2팀장, 박민정 기자, 서윤심 기자]
고추를 잘게 썰어 두피에 얹으면 머리가 튼튼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산 천일염을 골고루 뿌려 15분간 둔 후 찬물로 헹군다. 김치를 담글 때 필요한 요리법쯤 돼 보이지만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탈모 방지에 좋다는 민간요법이다. 젖은 머리에 천일염이나 죽염을 골고루 뿌리고 찬물로 헹궈내면 머리카락에 지방질이 응고돼 막을 형성하면서 건강한 모발을 유지시켜 준다는 설명이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민간요법이지만 “해봤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두피가 따가워 혼났다” 등의 후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천일염이 탈모에 좋다는 속설도 있다.
재료를 구하기도, 만들기도 품이 많이 드는 민간요법도 탈모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밤송이를 그대로 불에 구워 숯을 만들어 참기름과 섞어 도포하라는 요법, 부추 뿌리를 불에 구워 가루로 만든 다음 참기름과 함께 머리에 뿌리라는 조언도 있다. 그저 참기름을 팔팔 끓여서 식혀 머리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는 속설도 있다. 또 구기자, 측백잎, 어성초, 자소엽 등도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초들이다.
탈모인들 사이에 요즘 가장 ‘핫’한 민간요법은 발모차, 발모팩이다. 어성초가 탈모에 좋다는 내용이 TV에까지 여러 차례 방영되면서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특히 발모팩은 완성되는 데만도 3개월이 걸릴 정도로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 어성초, 자소엽, 녹차잎을 2:1:1 비율로 준비한 다음 담금 소주에 3개월을 우려낸다. 자칫 상할 수 있어 보관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완성된 발모팩은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거름종이에 걸러내 머리에 뿌린다. 제작해 판매되는 상품도 있지만 탈모인들은 “남이 만든 걸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탈모는 정성이 필요하다. 내가 만들어서 써야 안심이다”며 시제품 구입보다는 직접 만드는 방식을 선호한다. 지극정성도 이런 정성이 없다. 탈모 탈출을 위해서라면 지옥에 가서라도 그 비법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탈모인들의 공통된 열정이다.
최근에는 청년 탈모가 급증하고 있다. MBC 화면 캡처.
‘머리 나는 데 좋다’는 각종 민간요법과 약물을 써보며 ‘도사’ 수준이 된 이들도 많다. 탈모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남성은 “샴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 봤다”며 후기를 남겼다. 이 남성은 “탈모로 고생한 7년 동안 테스트해 본 샴푸만 수십 통이 넘는다. 프랑스제 직수입 고급 샴푸도 사용해봤지만 잠시 개선됐을 뿐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자신의 탈모 치료를 향한 몸부림을 밝혔다. 수제 발모 샴푸는 샴푸를 구성하는 기본 성분인 폴리쿼터, 코코베타인 등의 화학물질에 동백오일, 로즈마리, 어성초, 자소엽 등을 배합해 만들었다.
탈모 탈출기 종착지는 수술이다. 각종 민간요법과 약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탈모인들은 모발이식술을 택한다. 국내에도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피부과가 많지만 비용이 문제다. 수술방식, 심는 모발 수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탈모가 진행됐다면 수술비용은 대략 1000만 원 정도 든다. 상담과 검사 비용만도 한 번에 10만 원은 가뿐히 넘기 때문에 결코 선뜻 결정하긴 쉽지 않다. 때문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꼼꼼한 수술방식을 원해 해외로 원정수술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 탈모인이 선호하는 국가는 터키, 인도, 태국이다.
한 탈모인은 “터키에서 온 바이어를 만났는데 그 분도 대머리였다. 국적을 초월한 동지애를 느끼며 농담처럼 ‘이스탄불에서 함께 머리 심자’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터키에 출장 갈 일이 생겼는데 그 바이어가 병원을 예약해줘서 나란히 수술을 받았다”고 후기를 전했다. 수술비용은 4000모를 심는 데 우리나라 돈으로 160만 원 정도다.
민간요법과 약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탈모인들은 최후에는 모발이식술을 택한다.
요즘은 추세가 조금 바뀌어 터키보다 중국이 뜨고 있다. 수술비용은 터키보다 비싸지만 거리상으로 가깝다는 장점 때문이다. 우리나라 탈모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중국의 직신병원. 모낭 4500개를 이식받는 데 드는 예산은 호텔, 왕복 항공료 등을 합해 1000만 원 정도다. 중국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왔다는 한 40대 남성은 “모낭에 혹시 영향을 줄까봐 마취도 거의 하지 않았다. 탈모로 겪은 고통에 비하면 10시간의 수술동안 겪은 고통은 별 것 아니다”며 수술사진을 자랑했다. 이식수술로 유명한 국가들은 벌써 한국인을 대상으로 해 수술과 각종 일정을 잡아주는 에이전시도 성업 중이다.
수술이 탈모인의 최후의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탈모탈출을 장담할 수는 없다. 원정 수술까지 갔다 왔지만 수술에 실패해 더 고통 받고 있다는 후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 20대 남성은 “집안 사정도 좋지 않지만 욕심내서 터키에서 수술을 받고 왔다. 수술 8개월이 지났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30~40%정도밖에 생착되지 않았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남성은 “M자형 탈모를 고치려 터키로 원정수술을 다녀왔지만 한쪽만 모낭이 자리 잡아 이마라인이 비대칭으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탈모에는 정답이 없다. 때문에 이 방법 저 방법 시도하다 스트레스가 쌓여 또 탈모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탈모 커뮤니티에는 “오늘은 100모 정도 빠진 것 같다”, “세어 봤더니 400모 빠졌다”며 빠진 모발 숫자까지 세는 이들이 흔하다. 나중엔 편집증까지 겪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탈모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 중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곳도 있다. 유전성 탈모를 겪고 있는 이 아무개 씨(28)는 “처음 머리가 빠지기 시작할 땐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더 심해졌지만 2년째 꾸준히 약을 먹으며 관리하니 주변에선 탈모인지 잘 모른다. 민간요법 쓰면서 스트레스 받기보단 병원을 빨리 찾아 관리해주는 게 최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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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 대머리=변강쇠? 새빨간 거짓말~ 머리카락 한 올이 소중하다보니 탈모인은 각종 속설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온라인에 올라오는 탈모에 관한 고민 중에는 ‘하루에 머리를 몇 번 감아야 하나요’, ‘빗질을 하면 머리가 더 빠질까요’ 등 사소한 생활습관에 관한 질문도 많다. ‘자위를 많이 하면 머리가 더 빠진다’는 속설을 진실로 믿고 있는 탈모인들도 있다. 이 역시 관계가 없다. 이윤수 원장은 “성관계나 자위를 많이 한다고 머리가 빠지는 건 아니다. 탈모는 유전적 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후천적 요인은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탈모인들 중 모자로 콤플렉스를 가리는 이들이 많다. 동시에 ‘모자를 쓰면 머리가 더 빠진다’는 속설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모자 역시 탈모와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자를 쓰고 벗을 때 빠진 머리카락이 더 눈에 띄기 때문에 이런 속설이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오히려 자외선은 모발이 약해지게 만들기 때문에 햇볕이 강한 날은 모자를 써 모발을 보호해주는 게 좋다. 다만 땀이 찰 땐 모자를 벗어 말려줘 건강한 두피를 유지해야 한다. 머리 감는 횟수 또한 탈모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 오히려 하루 두세 번씩 감는 건 두피에 필요 이상의 자극을 줘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순한 샴푸로 두피에 가하는 자극을 줄이고, 하루 한 번 꼼꼼히 감아 청결한 두피를 유지하는 게 올바른 관리법이다. 탈모가 모계 유전인지, 부계 유전인지 여부도 ‘예비 탈모인’의 걱정거리. 모계에 탈모 유전자가 있다면 50~60%, 부계 유전은 40~50%정도 비율로 탈모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만약 양쪽 다 탈모 유전자가 있다면 탈모는 피해갈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이윤수 원장은 “탈모는 유전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완치는 어렵다. 근거 없는 민간요법에 흔들리지 말고, 처방받은 약으로 꾸준히 관리하며 유지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서] |
각양각색 탈모 유형 ‘M+O’ 동시진행 주의! # M자 탈모 # U자 탈모 이마 중앙 부분과 정수리 탈모가 만나는 형태로 M자 탈모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이 경우도 유전적인 요인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탈모가 진행되면 전형적인 대머리 형태로 발전한다. # O자 탈모 남녀 모두에게서 볼 수 있는 타입으로 정수리 부근의 모발이 가늘어지며 알파벳 O자 형태로 탈모가 진행된다. 여성의 O형 탈모는 시간이 흐를수록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특징을 보이며 남성은 M자 탈모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두피에 열이 많은 경우 나타나는 증세로 보고 있으며 초기에 발견만 하면 다른 유형보다는 치료가 쉬운 편에 속한다. # 혼합형 탈모 주로 M형 탈모와 O형 탈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M자 탈모가 진행되는 동시에 정수리 모발도 같이 가늘어 진다. 하지만 앞머리에만 신경을 쓰다 탈모가 시작되고서야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 원형 탈모 일반적으로 직경 1~5㎝의 원형 모양으로 모발이 갑자기 빠지는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두피의 모발 전체가 빠지기도 하고 수염이나 눈썹, 음모, 겨드랑이 등에도 나타날 수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종의 자가 면역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