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다 각도가 중요해
▲ 영화 <박쥐> | ||
방광염에 걸린 후배 A의 이야기. 올해 서른두 살이 된 후배는 독립과 동시에 시작된 무리한 성생활 때문에 방광염에 걸렸다. 연애 3개월 차의 남자친구와 틈이 날 때마다 모텔을 전전하던 후배는 독립을 하자마자 그를 집으로 불렀고, 그 이후 밤이면 밤마다 후배의 집에서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 것. 그런데 성생활이 자유로워지면서 후배에게 이상 징후가 생겼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볼 때마다 아랫부분에 묵직한 통증을 느꼈으며 결국 길을 걷다가 밑이 빠지는 것 같은 날카로운 통증까지 찾아왔다. 산부인과를 찾은 후배는 의사에게 “요즘 성생활의 횟수가 갑자기 늘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단다. 그리고 의사는 “남자친구에게도 치료를 받게 하세요”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허니문에서 도착한 신부가 입을 내밀며 “결혼만 하면 섹스는 실컷 하는 줄 알았는데, 방광염에 걸려서 제대로 하지도 못했어”라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얼마나 많이 했길래’ 혹은 ‘우와, 장난 아니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포토그래퍼 B의 말을 들으니 그게 아니었다. “G스폿이고 뭐고 상관없이 일단 페니스를 끝까지 넣는 데 집착하는 남자하고 섹스를 해서 방광염에 걸리는 거야. 진짜 잘하는 남자는 여자에게 상처 안낸다. G스폿이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에요. 가까운 데 있는 사람도 있고, 조금 더 안쪽에 있는 사람도 있지만, 끝까지 넣을 필요는 없다는 거지. 그것보다는 페니스를 넣는 각도가 중요해. 부드럽게 삽입해서 각도를 조절해가면서 G스폿을 찾아내면 상처가 왜 나니?”라며 삽입 각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러자 C는 한술 더 떠 “그래서 베개를 이용하는 남자들이 있는 거야. 남자의 페니스가 발기한 각도와 여자의 골반 각도가 합이 잘 맞지 않으면, 베개를 이용해서 각도를 맞추는 거지. 정상위에서 여자의 엉덩이 아래쪽에 베개를 넣으면 여자의 엉덩이가 살짝 들리면서 남자가 각도를 맞추기가 편해지잖아. 게다가 여자는 베개를 허리 뒤쪽에 넣으면 자세가 살짝 불편해지면서 긴장하게 되잖아. 그래서 조임이 좀 더 강해지는 것 같아”라고 말했던 것. 포토그래퍼 B는 C에게 다시 맞받아쳤다. “엉덩이가 빵빵한 여자와 자면 베개 받칠 일이 없어. 엉덩이가 납작한 여자에게나 베개가 필요하지. 그래서 나는 엉덩이가 빵빵한 여자가 좋더라. 그런데 키가 큰 남자가 키 작은 여자와 후배위를 할 때는 각도 맞추는 게 한계가 있어. 그럴 때는 여자의 양쪽 무릎에 베개를 받쳐주는 게 좋지”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데 베개를 사용하라고 하면, 베개를 엄하게 사용하는 남자도 많아. 여자의 G스폿이 앞으로 돌출되어 있거나 G스폿이 질의 아래쪽에 있다면 베개를 사용하는 게 오히려 방해가 되잖아. 베개를 받쳐서 여자의 버자이너가 위로 올라갈수록 남자가 각도를 맞추기가 더 힘들어지니까. 베개는 그냥 체위조절을 하기 쉽게 도와주는 도구로만 사용하는 게 좋지. 섹스는 뭐든 룰이 없고, 테크닉에 집착해서는 안 돼. 그냥 이런 저런 실험을 하면서 둘이 새로운 G스폿을 발견하고, 그것을 반복하면서 쾌감을 증폭시키는 수밖에 없어”라고 덧붙였다.
사실 남자가 각도를 조절하기 쉬운 체위로 치면 후배위만큼 효율적인 체위가 드물다. 후배위는 정상위나 입위, 측위 등 다른 체위에 비해 남자가 페니스를 삽입하는 데 가장 힘이 적게 드는 체위여서 상하좌우로 각도 조절하기에 편하다. 나 역시 교감보다 쾌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타이밍에는 후배위를 즐긴다. 섹스에는 테크닉보다 교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교감이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오로지 쾌감을 느끼고 싶을 때도 있는 법. 애무가 오가고, 삽입과 피스톤이 시작되고, 그의 피스톤 운동은 질주하고 쾌감이 고조된다 싶으면, 그와 나는 약속이나 한 듯이 어느새 후배위로 체위를 바꾸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와 내가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는 정점의 순간이 되면 우리는 다시금 정상위로 체위를 바꿨다. 아마도 오르가슴을 느끼는 순간에 그도, 나도 서로의 눈을 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후배위로 사정하고 싶어하는 남자는 없을걸. 파트너였던 여자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서로의 시선을 마주치면서도 각도 조절과 조임의 조절이 가능하다면? 베개의 위치와 높이를 조절하면서 서로의 새로운 성감대를 찾아서 헤매는 것은 어떨까? 때로는 길을 잃는 것도 섹스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그러다 새로운 성감대를 찾지 못한다면, 원래의 길로 다시 돌아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체위를 다시 시도하면 되는 거니까.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