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11.8% 늘 동안 특수학교 겨우 3.7% 증가…전문가 “사회적 편견 사라지고 공감대 형성해야”
특수학교는 장애인 교육을 위해 설립된 교육시설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과정을 함께 운영한다. 이름에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가 붙지 않는 이유다. 이곳에선 △예체능 △직업교육(제빵 등) △컴퓨터 등 장애학생이 사회 일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국어·영어·수학 같은 교과목을 주로 배우는 일반학교와 차이가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는 2021년 187개에서 2023년 194개로 3.7% 증가했다. 유·초·중·고등 장애학생 수는 2021년 9만 8154명에서 2023년 10만 9703명으로 11.8% 늘었다. 장애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에 반해 특수학교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수학교에 가지 못하는 장애학생들은 불가피하게 일반학교에 입학해 특수학급에서 교육받는다. 그마저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해 과밀학급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일반학교 특수교사들의 과도한 업무로 이어진다.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은 “특수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일반학교 특수학급으로 밀려나오게 된다”며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특수학교는 2.8 정도지만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5.8”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과밀학급 방지와 장애학생 교육 지원을 위해 특수학교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 씨는 “영아 수준의 인지능력을 가진 학생부터 정신은 온전하지만 신체적 장애를 가진 학생까지 장애학생은 다양하다”면서 “학생들의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무작정 넣으니 학생들이 받아야 할 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과밀학급만 초래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특수학교를 더 설립해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 특수학급으로 밀리듯 가는 것을 막고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B 씨도 “(일반학교 특수학급이) 과밀학급으로 선생님 한 명당 챙겨야 하는 학생이 많아 적절한 교육이 어려울 때가 많다”며 “특수학교를 더 설립해 장애학생들에게도 적절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해결책이 뻔히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는 지역의 주민들의 반발이다.
2017년 9월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반발하자 서울시교육청이 자리를 마련한 것. 일부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에 따른 부동산 가치 하락을 주장했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특수학교 설립과 부동산 가치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기본적으로 원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진초 부지 인근이 허준 선생의 탄생 지역이라며 국립 한방병원 설립을 요구했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렵사리 특수학교(서진학교)가 설립되긴 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대표적인 반발 사례로 꼽힌다.
심지어 정치권에서 특수학교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이 성수공고 부지에 특수학교를 신설하겠다고 행정예고한 데 대해 4·10 국회의원 선거에서 해당 지역 국민의힘 후보로 나온 윤희숙 전 의원이 선거 공약으로 특수학교가 아닌 특목고를 유치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읍소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서면브리핑을 통해 “우리 적어도 차별을 공약하지는 말자”며 “장애를 가진 사람도 시민이고 평범한 일상을 보낼 당연하고 마땅한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학생이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장애학생과 특수교육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광윤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정책실장은 “GDP(국내총생산)가 높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시민들의 정신적 성숙함도 선진화의 중요한 척도”라며 “장애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바뀌어야 특수학교 신설이 쉬워질 것이고 이어 과밀학급 해결, 장애학생에게 맞는 특수교육 지원, 장애학생의 사회 진출로 이어져 특수교육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특수교육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특수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