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업체 비방글 추적하니 경쟁사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간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지난 7월 16일과 17일 이틀간 인터넷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운영되고 있는 A 카페에 ‘매일유업’을 비판하는 글들이 대량으로 올라왔다.
2003년 11월 임산부와 갓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에게 유아용품 등 관련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개설된 A 카페는 현재 회원수가 91만 명에 육박하는 유명 카페다. 유아 대상 상품을 만드는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효과적인 마케팅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주목받아왔다.
매일유업에서는 비방글이 오르기 시작하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비방도 대부분 ‘매일분유 사카자키 대장균 검출’이란 당시 기사를 주요 골자로 해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당시 매일유업은 웰빙 트렌드에 맞춰 내놓은 초유분유 제품 중 일부 일회용 제품에서 사카자키 대장균이 발견돼 제품 전량을 회수 조치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실이 이미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됐기 때문에 매일유업 측은 네티즌들의 비난을 부정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매일유업 측은 비난글을 올린 일부 네티즌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매일유업은 지난 8월 1일 대표이사 명의로 비방글을 게재한 네티즌 5명을 허위사실유포 및 명예훼손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이들 네티즌들은 앞장서서 A 카페에 해당 제품뿐만 아니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나머지 제품 이름까지 거론하며 “매일 제품은 모두 문제가 있다” “보이콧 운동을 벌이자”는 등의 글을 카페에 올렸다고 한다.
이에 내부적으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단순 네티즌으로 보기에는 글들이 너무 악의적”이라고 판단, 결국 고소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사 결과 실제로 피고소인들은 단순한 네티즌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매일유업에서 고발한 네티즌 5명 모두가 라이벌 업체인 남양유업 측 관계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취재 결과 해당 글을 게재해 고소를 당했던 네티즌 5명은 남양유업 본사 판매기획 관련 팀 소속 직원 3명, 성남 지점 직원 1명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서너 차례에 걸쳐 악성 글을 유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 피의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모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5명의 피의자는 소환 조사 과정에서 “단순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려고 했던 것일 뿐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2일 남양유업 본사에 위치한 판매국 사무실 등 컴퓨터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은 ‘유명 포털 등에 매일유업 사태를 적극 활용해 글을 띄워라’는 지시를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메일의 발신인은 판매국 소속 대리직 A 씨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에 더 윗선의 인사들이 개입돼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 정도의 지시사항을 대리급 직원 수준에서 내부 직원들에게 하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에서는 지난 10월 1일 혐의를 두고 있는 고위 임원진들을 상대로 남양유업 본사의 2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측에서는 매일유업의 고소에 대해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며 반박했다. 10월 9일 기자와 통화한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매일유업 측이 우리를 헐뜯으며 오보였던 멜라민 사태를 광고에 활용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어 맞고소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A 대리의 메일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당시 사카자키균 기사가 나오자 업체에 대한 혼동이 심해서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라’는 글이었지 상대방의 사태를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