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유학중인 추미애 전 의원이 정치자금 사적 사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17대총선 낙선 이후 또 한번 시련에 봉착했다. | ||
선관위가 발표한 추 전 의원의 혐의 내용은 이렇다.
“정치자금을 사적용도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임기를 3~4일 남겨둔 시기에 국회의원 후원회로부터 기부 받은 정치자금 잔액으로 총선에서 낙선된 국회의원 ○○○(추미애 전 의원 지칭)를 위한 차량 구입비용으로 24,685,000원을 지출하였으며, 또한 아직 원고도 완성되지 아니한 ○○○의 저서 출판계약금 2종 6,000부에 대한 출판비용으로 1억원을 지출함.”
먼저 차량 구입부터 살펴보자. 추 전 의원측은 트라제XG 1991cc를 지난 5월25일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추 전 의원과 함께 검찰에 고발된 회계책임자 S씨는 이에 대해 “원래 추 전 의원은 다이너스티를 타고 다녔다. 그리고 지구당용으로 승합차를 가지고 있다. 추 전 의원이 낙선이 되어도 정치활동은 계속해야 하는데 활동 반경은 좁아지니까 차량유지비가 걱정이 된다고 하면서 새 차량을 알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승용차와 승합차를 겸할 수 있는 트라제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선관위가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사적 용도로 후원금 잔여금을 사용했다는 부분이다. 선관위측은 “16대 국회 임기 종료를 불과 3~4일 앞두고 차량을 구입했기 때문에 분명히 사적인 용도로 차량을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나흘 동안 정치활동을 할 계획으로 차량을 구입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 추 전 의원측은 “낙선한 사람도 16대 임기 뒤에 계속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트라제 차량 구입도 정치활동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추 전 의원이 차량을 구입하려고 했던 당시에는 이미 그가 미국 유학을 고려하고 있었던 때였다. 이에 대해 앞서의 S씨는 “트라제를 구입했을 당시에는 미국에 가느냐 안 가느냐 판단이 안 섰을 때다. 또한 유학 대상지도 정해지지 않아 기간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 전 의원은 임기 만료 하루 전인 지난 5월28일 구의동 H아파트 관리실로부터 자신의 트라제 차량 주차 허가증을 발급받았다. 그리고 확인 결과 트라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었다. 이 차량은 현재 추 전 의원의 가족과 사무실에서 한번씩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의 한 관계자는 “트라제 차량은 추 전 의원 집에서 살고 있는 친정 어머니가 한 번씩 나들이할 때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추 전 의원 운전기사가 가끔 아파트에 와서 할머니를 모시고 나가더라”고 말했다.
또한 추 전 의원의 남편 서성환 변호사는 이에 대해 “추 전 의원의 사무실이 아직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그쪽 일이 있을 때도 쓰고 있고 나도 가끔 이용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서 변호사는 “후원금으로 산 차를 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물론 정치활동을 위해 써야 하지만 급한 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런 것을 문제 삼으면 너무 심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추 전 의원이 타고 다니던 다이너스티 차량은 그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바로 하루 전인 지난 8월4일 전북 정읍에 사는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추 전 의원은 이 다이너스티 차량을 지난 2000년 12월에 구입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8월3일 추 전 의원 비서관의 지인을 통해 시가보다 비싼 금액인 1천2백50만원에 팔았다고 한다. 한편 서 변호사는 “트라제를 5월 말에 구입하고 두 달여 동안 다이너스티 승용차는 한 번도 이용하지 않고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파트의 한 관계자는 “추 전 의원은 다이너스티도 타다가 새 차도 타고 그랬던 것 같다”고 밝히고 있어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추 전 의원이 원고도 없이 저서 출판계약금으로 1억원을 지출한 것도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서성환 변호사는 “원고는 지난 2월에 모두 완성돼 있었다. 첫 번째 책은 추 전 의원의 정계입문 이야기 등 정치에세이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선관위에서는 원고가 없다고 했는데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현재 원고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공증받아 검찰에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다.
▲ 문제가 된 트라제XG로 서울 구의동 H아파트에 주차돼 있다. | ||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는 “추 전 의원은 계속 정치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낙선한 뒤였지만 지난 5월20일 경 출판 계약을 마쳐 올 10월 경 출판할 예정이었다”라고 밝히면서 “출판비가 과다하게 계상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자주 거래하는 홍보대행업체와 계약을 했는데 원래 견적이 1억2천만원이 나왔는데 오히려 2천만원을 깎았다. 견적서를 아직 공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순수하게 출판비만 따진 것이고 우리의 경우 원고료 인쇄비 외에 출판기념회 홍보비, 기획비도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1억원도 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 변호사는 “선관위에서는 6천 부 발행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2종 1만2천 부를 찍을 예정이었다. 선관위가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추 전 의원측은 이번 선관위의 검찰 고발에 매우 격앙된 분위기다. 당선되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사안인데 낙선한 죄로 받게되는 정치적 공세라는 입장이다. 특히 서 변호사는 이번 선관위의 검찰 고발에 대해 “아마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 선거보전금 6천여만원을 지난 6월에 받았는데 이의 사용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낙선한 의원도 정치활동을 위해 자금을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선관위측에서는 공익단체에 기부하라고 우리에게 통보했다. 그래서 추 전 의원이 다른 낙선 의원들과 함께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고 보전금을 전부 돌려 받아 현재 통장에 보관중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선관위 요구를 따르지 않아 그쪽에서 우리에게 과도한 유권해석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는 이 분야 전문가들의 엄격한 실사과정을 거쳤고 내부심의까지 거쳐 공정하게 심사되었다고 자부한다. 추 전 의원측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검찰도 우리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할 예정인데 대충 조사를 했겠는가. 선관위가 미진했다면 나중에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추 전 의원에 대한 표적 조사 논란에 대해서도 이번 문제는 정치권에 흐르는 도덕적 해이의 한 단면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추 전 의원은 후원금 내역에서 지난 2002년 57위(3억3512만원)에서 2003년에는 3위(6억4121만원)로 껑충 뛰어올라 다른 의원들에 비해 후원금 잔여금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지구당과 지구당후원회가 폐지됨에 따라 낙선한 국회의원은 임기 만료와 함께 후원회를 해산하고 자신의 후원회 및 의원계좌에서 남은 돈을 정당과 공익법인 등에 기부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추 전 의원의 경우 낙선을 했기 때문에 수억원에 달하는 후원금 잔여금이 국고에 귀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서성환 변호사는 이에 대해 “추 전 의원이 후원금을 많이 받았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계산해 보니 약 2억6천만원이 남았더라. 그래서 후원금 잔여금을 좋은 곳에 쓰기로 하고 6천만원을 정신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 등 6개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트라제XG 구입과 출판비용으로 모두 사용한 것이다. 왜 이 점이 문제가 되나. 후원금은 정치활동에 쓰라고 있는 것이지 국고에 귀속시키라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임기 만료일까지 후원금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한때 대권 주자로까지 떠오르며 차세대 정치인의 이미지를 쌓아왔던 추미애 전 의원. 그는 이번 사건을 전해 듣고 남편 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별 것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추 전 의원은 지금 미국에서 또 다른 미래를 위해 공부에 전념하고 있지만 이번 선관위의 검찰 고발로 낙선 뒤 또 한번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