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관심, 피하지 말고 즐겨라
27세의 여성 A 씨는 친구의 주선으로 나간 소개팅에서 네 살 연상의 남성을 만났다. 학벌ㆍ직장 좋고, 괜찮은 외모에 유머감각도 있는 그는 그녀의 마음에 들었다. 대화도 잘 통하고 앞으로 계속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즈음, 그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남자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라 무심코 받았던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당황한 기색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우리 아들이 어디가 좋으냐” “결혼할 마음은 있느냐”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 어머니의 전화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겨를도 없이 그의 누나와 이모가 연달아 전화를 걸어와 데이트 할 땐 어디 어디에 가보면 좋을 것이라는 둥 연애 관련 조언을 늘어놓았다.
아들 소개팅까지 신경을 쓰는 가족들이 처음에는 화목하다고 느꼈지만, 생각지도 못한 전화가 연이어 걸려오자 ‘지나친 간섭’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마보이가 아닐까’ ‘연애 단계에서 이 정도인데 결혼이라도 하면 얼마나 피곤해질까’ 같은 생각을 떠올리다보니 점점 그 남자가 부담스러워지게 됐다.
♥만나지 말라 59%, 계속 만나라 41%
이런 상황에 처한 A 씨가 그 남자를 계속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답변을 한 120명의 남녀 중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59%, ‘계속 만나보라’는 의견이 41%였다. 만나지 말라는 응답자들은 ‘남성의 독립심이 부족하고 식구들의 지나친 간섭으로 결혼생활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반면 계속 만나라고 답변한 사람들 중에는 ‘가족들이 친밀하게 지내는 게 좋아 보인다’ ‘결혼이라는 중대사에 가족들이 이 정도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족의 관심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라
‘저 사람 계속 만나볼까, 더 이상 만나지 말까’ 같은 고민에 대해 처음 한 두 번의 만남에서 결론내리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다. 만남 초기에는 서로 대화가 통하는지, 심신이 건강한지, 사고방식이 진실한지 등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상대의 가정환경도 중요하다. 두 사람이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다르면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소 지나치다고 여겨지는 식구들의 관심은 서로 배려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필자가 아는 한 30대 초반 맞벌이 부부의 사례다. 시어머니는 직장생활로 바쁜 며느리를 위해 김치나 밑반찬을 해주고 싶은데,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방문 자체가 부담스럽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서운해 하기보다는 낮에 경비실에 반찬을 맡겨놓기 시작했고, 며느리 역시 자식들을 돕고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어 이후로 고부관계는 훨씬 가까워졌다.
♥가족의 관심은 화목의 증거,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부모의 관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자식들이 있다면 필자는 그것을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반찬을 해주고 싶어 하시면 고맙게 받아들이고, 같이 쇼핑하자고 밖으로 불러내시면 내 옷도 사달라고 애교도 부려보라.
최근의 이혼율 급증은 자녀들이 부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부모의 도움과 조언으로 조금 더 참고 살아볼 수도 있을 것을 본인들끼리 속전속결로 끝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녀 인생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무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의 자식사랑을 내리사랑이라 하지 않는가.
좋은만남 이웅진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