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 눈물 닦고 다시 신발끈 ‘꽉’
최근 전당대회 도전설이 제기되는 등 박영선 의원의 행보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여성 비례 의원들의 도전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랫동안 서울 강서을 지역에 공을 들여온 한정애 의원은 경선에서 같은 비례대표인 진성준 의원에게 패했다. 두 의원은 김성식 지역위원장이 당을 나간 후부터 지역에서 텃밭을 다져와 ‘박빙’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한 의원은 326표(41%)를 얻는데 그쳐 469표(59%)의 진 의원에게 143표(18%포인트) 차로 완패했다.
서울 송파병에서는 전임 정균환 전 의원이 지역위원장에 나서지 않으면서 비교적 신인인 남윤인순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경선 결과 남윤 의원은 113표(43.2%)를 얻어 41표(50.3%)의 조재희 후보에게 졌다. 은수미 의원도 정환석 후보와 각각 254표(41.3%), 348표(58.7%)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다.
지역위원장에 도전한 여성 비례들은 활발한 활동으로 유명한 의원들이다. 한정애 의원은 1년 가까이 당대변인으로 활약하고 있고 남윤인순 의원은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장하나 의원과 함께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쌍용차, 삼성 백혈병 문제 등에 강경한 발언을 내놓으며 ‘대기업 저격수’로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경파인 여성 의원들이 ‘당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주로 운동권 출신이라 당에서 강한 발언 등으로 친노-강경파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강경파라는 이유보다는 조직 관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고위 당직자는 “이번 여성 의원들은 지역위원장에 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한정애 의원을 빼놓고는 다들 한두 달 전에 결정해 지역 활동이 거의 전무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아무리 당에서 역할을 했다고 해도 지역 당원 투표이기 때문에 지역 조직 관리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한 여성 비례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지역위원장에 나간 여성 의원들은 딱히 강경파라고 할 수 없다. 당내에는 더 강경한 의원들도 많다”면서 “이번에 패한 것은 지역 조직 싸움에서 밀린 경우가 많다. 서울 지역에 출마한 한 여성 비례 의원의 경우 전임 지역위원장이 다른 후보를 밀어줘 오히려 지역에서 지지도가 낮았던 후보가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여성 의원들의 큰언니 격인 박영선 의원은 올해 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지난 5월 8일 박 의원은 강한 원내대표를 표방하며 당선됐다. 지난 8월에는 비대위원장까지 겸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합의한 세월호법에 당내 불만이 커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박 의원이 비판을 받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한 당직자는 사석에서 “예전부터 박 의원은 강한 겉모습과 다르게 눈물이 많았다”며 “세월호 협상 과정을 맡으면서도 눈물을 흘리거나 울먹이는 경우가 잦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결국 박 의원은 세월호법 최종 타결을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여성 의원들이 현재 위기에 봉착했지만 당내서는 앞으로 부활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선거구제 개편과 공천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앞서의 여성 비례 의원실 관계자는 “한정애 의원의 경우 지긴 했지만 강서 지역은 마곡지구가 개발되기 때문에 인구 증가로 인해 지역구가 2개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 두 의원도 그것을 염두에 뒀다”며 “우리 같은 경우 아직 지역구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선거구제가 개편되면 더 선택지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지역구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던 또 다른 여성 의원도 최근 지역구를 살피며 공천에 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선 의원의 행보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1월 박 의원은 강진의 백련사 인근 토굴에서 생활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식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박 의원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전당대회 도전설이 제기됐다. 앞서의 당직자는 “요즘에는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본인의 의사는 장담할 수 없지만 박 의원의 측근들은 전당대회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와 함께 박 의원은 12월 8일 이상돈 교수와 함께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 토론회 개최를 준비했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를 맡았을 당시부터도 공천을 오픈프라이머리로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주장해왔다.
같은 날 박 의원이 토론회를 하는 국회 제1소회의실에서 곧바로 추미애 의원의 꿈보따리정책연구원 정책토론회가 개최된다. 추 의원도 당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권도전자 물망에 오른 두 사람의 토론회 경쟁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