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연맹 판정 성역화…끝까지 싸울 것”
이재명 성남시장은 축구계를 감시·비판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임에 성공한 민선6기 시장을 벗어나 대한민국 사회의 대표적인 SNS 리더 정치인으로 뽑힌다. 그런 그에게 중앙정부와 중앙언론사의 큰소리가 아닌 시민들과 소통하고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든다’는 정의에 대한 작은 외침은 시민에게 더 큰소리로 받아져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민을 행복하게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일요신문>이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눴다.
-시민프로구단으로 창단한 성남FC가 FA컵 우승과 1부 잔류를 결정지었다. 이에 대한 소감은.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첫해 큰 성과를 거둬서 대단히 기쁘다. 시민구단의 창단 취지였던 100만 성남시민 통합을 위해 한 걸음 내딛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단부터 많은 시민들이 공모주 청약에 응모해 성남 시민프로축구단의 주주가 되어주셨다. 그렇게 한 분 한 분 시민의 염원이 성남 시민프로축구단을 창단할 수 있게 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과를 거둬 창단 취지에 부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 함께 응원해주신 100만 성남시민과 그 성원에 보답해 준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
-지난달 28일 이 시장의 SNS를 통해 마지막 경기에 대한 호소글로 프로축구연맹과 각종 스포츠기자들로부터 비난 받았다. 무엇에 대한 지적과 불만이었으며 논란을 예상했는가.
“우선 이렇게까지 연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문제가 제기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의견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부 언론사의 기자는 저에게 직접 전화해 갈등을 부치기기까지 하더라. 축구계를 둘러싼 언론의 역할에 정당한 감시와 견제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단지 저는 구단주로서 시즌 내내 경기를 지켜보면서 답답한 점과 억울한 면이 너무 많아 SNS로 이러한 심경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구단주로서 우리 팀이 주관적으로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우리 팀이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다면 그 정도는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구단주의 선의로 구단의 운명이 걸린 경기를 앞두고 경기에 지면 우리가 어렵게 확보한 예산과 지원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 FA컵 우승으로 아시안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가는데 망신당할 수도 있다는 구단주 입장에서 작성한 것이다. 이렇게 까지 논란을 일으킬 만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지난 1일 프로축구연맹이 이 시장을 상벌위에 회부해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연맹이 발송한 공문은 연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에 대한 징계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심판을 비평했다고 징계하겠다고 하더니 반론을 하니까 이제는 재미있게도 살짝 바꿔서 연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공문을 보냈다.
심판 비평을 금지한다는데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어떻게 시간 장소는 물론이고 방법도 제약 없이 영구적으로 금지할 수 있나. 게임 끝나고 공식적이던 비공식적이던 인터뷰에서 한 얘기도 아니고, 몇 달 지난 다음에 문제를 제기한 건데 그것도 규정에 어긋난다니 구단주는 죽을 때까지 판정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는 말인가. 그건 판정을 성역화하는 거다.
경기 직후에 부정적 평가를 못하게 하는 것은, 예를 들면 구단 간 싸움을 막기 위해서 필요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몇 달 지나서 딴 장소에서 하는 얘기까지 막는 게 세상에 어디 있나? 이거는 ‘헌법 위반이다’고 주장했더니 어제 받은 통보서에 의하면 그 징계 사유는 빠져버렸다.”
-같은 시민구단을 운영하는 경남FC 구단주인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이재명 성남시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입장은.
“많은 사안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공감을 표해주신 것 같다. 같은 시민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는 구단주로서 그간 겪으신 바와 시민구단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시는 바가 있었던 것 같다.
홍준표 지사가 페이스북에 쓴 것은 제가 쓴 것보다도 훨씬 심하게 쓰셨다. ‘선수들이 스포츠 토토한다’, ‘홈경기가 유리한 것은 심판들 때문이지 응원 때문이 아니다’ 등 저보다 더 강한 말씀을 하셨다. 심판들이 홈경기를 유리하게 준다는 의미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연맹에서 말이 없다. 이게 훨씬 더 연맹과 K리그의 명예 실추시키는 건데 제가 공개 질의했듯이 연맹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답을 좀 주셨으면 한다.”
-심판 판정 성역과 프로축구연맹의 부당징계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앞으로 대책과 견해는.
“징계 자체가 매우 부당하기 때문에 근거 없는 것이고 재심 청구할 것이다. 재심 청구해서 안 되면 법정으로 가서라도 이런 나쁜 제도, 특히 자기들만의 성역을 설정해서 비평을 절대 못하게 하고 비평하면 내 쫒으려 하는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건전한 비평도 못하게 하면 개선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된다. 이건 프로 축구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이런 문제 때문에 팬들이 자꾸 줄어드는 것이다. 평균 관중이 3년째 8000명을 밑돌고 있다. 시민 구단의 구단주로서 축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이건 바로 잡아야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라도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
-지난 판교 사고로 인해 경기도와 성남시에 대한 안전 책임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성남시는 성남시 관할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도덕적 책임이 있고 그에 대해 수차 사과 드렸다. 그러나 판교 테크노밸리는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관리하는 곳이고 행사도 과학기술진흥원이 분명한 주최로 돼있다. 언론사인 이데일리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진흥원이 주최한 행사다. 경기 과학기술진흥원은 경기도 산하기관이다. 경기도 산하기관에서 주최한 행사에 경기도가 법적, 행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기도의 지휘를 받는 산하기관에서 주최한 행사에 경기도는 책임이 없고 단지 성남시 관할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성남시 책임이라는 것은 책임소재를 흐리려 하는 일이다. 성남시의 허가 없이 마음대로 성남시를 주최로 표기해서 홍보한 이데일리를 민형사상 고발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식의 일방적인 책임 전가는 인정할 수 없다.”
이 시장은 ‘시민이 주인이어서 행복한 성남’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사고 책임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향후 대처나 입장은.
“경기도는 사망자, 부상자 가족들과 합의가 끝났다고 일방적으로 공동사고대책본부를 해산해 버렸다.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대책본부 활동을 종료한다는 현실 인식에 이번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성남시는 이를 인정할 수 없어 성남시 단독으로 사고대책본부를 현재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사고 책임에 관해서 성남시를 주최, 주관에 넣으면서 계속 말 바꾸기로 일관했던 이데일리 측을 민형사상 고발하고 성남시의 일방적인 책임, 편파 방송을 했던 채널A도 민형사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에까지 제소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는 끝까지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다. 합의가 끝났다고 모든 상황이 종료 됐다는 판단은 유가족들과 부상자, 그 가족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판교 사고피해에 대해 아직 지원해야 할 부분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망자와 부상자 관련 배상 기준만 합의 됐을 뿐 구체적인 배상액은 아직 합의가 남아 있다. 또한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도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의 진상 규명과 원인분석, 사후 대책, 이데일리 회장이 약속한 장학금의 법적 효력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200일이 넘은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다. 정신적인 고통과 남아 있는 가족들의 상처에 대해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정치 일번지라 불리는 성남시에서 시장 재임을 이뤄냈다. 스스로 평가한다면.
“열심히 일해서 주신 것 아닌가.(웃음)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보습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또한 멀리 있어 얼굴도 모르는 ‘시장’이 아니라 동네 골목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옆집 아저씨 같은 ‘시장’이다 보니 친근감도 느끼셨던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저를 선택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남시가 나가야할 방향이나 이재명 시장이 이루고픈 성남시의 모습은.
“성남시 시정방침이 ‘시민이 행복한 성남, 시민이 주인인 성남’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표현한 것이고 바로 성남시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이 주인으로 나서서 책임도 지고 역할을 다해야 지방자치의 근본적 목적인 주민자치가 가능해진다. 정치체제, 지방자치 등 모든 행정의 최종 목적은 시민들의 행복이다. 시민들이 뽑은 대리인들이 시민들이 맡긴 권력을 시민들을 위해서 행사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이 갖추어 진다면 시민들은 당연히 행복해질 것이다.
시장은 시민이 위탁한 권한을 쓰는 자리다. 기본적으로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다. 그래서 더 부정부패하지 않고 공정해야 한다.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드는 게 제 목표다. 성남시의 작은 변화가 시민 생활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장으로서 많이 느끼고 있다. 국가나 더 큰 규모의 시스템이 잘 작동하면 얼마나 좋은 사회가 될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방의 한 지역을 맡아서 하는 일이 대한민국 전체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더 많은 영역에서 일을 하고 싶다. 시민이 주인이어서 행복한 성남을 만들어 가는 것이 성남시장으로써의 최종 목표다.”
-대표적인 SNS정치인으로 통한다. 이런 인식에 대한 입장은.
“전임 시장들의 행정을 돌아봤을 때 과거의 일방적인 행정, 상명하복식의 소통 부재를 많이 느꼈다. 민선 5기 시장에 취임하면서 이 부분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시민의 의견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변질되거나 시장에게 보고되지 않는 불편함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수 있는 매체로 SNS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통로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시는 이러한 소통 통로를 성남시 조직 전체로 확대해 138개 전 부서에 시민 소통관을 지정하고 시민이 직접 소통관에게 불편한 사항을 말하는 ‘시민소통관제’(광속행정이란 별칭)로 여러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고 올해는 전자정부대상 경진대회에서 안행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직원들에게만 소통하라고 해봐야 형식적인 민원창구로 밖에 활용되지 못해 시장이 직접 시민의 의견을 챙기고 답변을 요구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까지 적용해야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트위터에 열중하는 것이 아닌 시민과 대화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봐주시면 좋겠다.”
-최근 불거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예산 갈등이 도마에 올라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지자체, 특히 기초지자체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중앙정부 역시 ‘안 되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앞에선 된다고 하고 결국 하급단체에 일방적인 떠넘기기 행태를 벌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본다. 이제는 중앙정부에서 각종 사업비용을 기초단체에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경기도가 도비를 못주겠다고 한다. 국세가 아닌 지방세를 줄여 부자감세 정책을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지금 각종 사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렇게 어려운 기초 자치단체에게 경기도는 기존의 약속을 뒤엎고 이제 와서 도 재정 파탄의 책임을 기초에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가 요구하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 중앙 정부가 국세로 걷어 지자체에 생색내면서 주는 의존재원을 지방세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국세는 줄이고 지방세를 늘리는 방법으로 국민의 조세부담 변화는 없다. 변동 폭이 큰 부동산 위주 세금보다 안정성이 높은 소득세와 소비세 중심으로 국세를 지자체로 이전하고 지방세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지방세를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 이는 영·유아보육, 기초연금지원 등 정부의 사회복지 분야 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막대한 역할을 감안하면 단순한 세수 확대보다는 소득재분배 효과도 낳는다. 중앙에서 지방을 쥐고 흔들며 ‘2할 자치’만 하게 하기보다는 ‘8할’을 가진 중앙이 지방과 나눠야 한다. 국세로 쥐고 지자체를 흔들 생각이 없다면 증세 없이 얼마든지 진정한 지방자치의 시발점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저는 대한민국이 가고자 하는 길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한 단어로 표현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을 인정받고 모든 사람들이 공평한 기회를 갖는 그래서 국가가 가진 모든 권력과 예산과 기회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부여되는 그런 나라,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도 기회가 있고 우리 다음 세대도 열심히 살면 기회가 주어지겠구나’라고 믿을 수 있는 희망 넘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 중에서도 제가 맡고 있는 우리 성남이 가장 선두에서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 시장 한사람이 잘한다고 되지는 않는다. 결국은 시민이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 그래서 시민이 뽑은 시장은 우리가 뽑은 머슴,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하시고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하고 잘하면 박수치고 못하면 책임을 묻는 이런 신성필벌의 자세로 잘 다룬다면 정말 좋은 사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민여러분들도 사적인 영역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서 조금만 공적인 문제에 관심 가지고 눈을 크게 떠 주면 훨씬 더 좋은 세상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바로 국민 여러분이다.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 시민의 권한을 맡긴 시장이, 대통령이 일은 잘하고 있는지, 시민의, 국민의 행복을 위해 위임받은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항상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