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으며 대낮부터 문 ‘활짝’
▲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과 시청 일대 호텔 사우나에서 유사성행위 영업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속의 업소와 관련없음. 사진제공=heymannews.com | ||
특히 광화문 일대 호텔 사우나가 퇴폐 영업으로 호황을 누린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이제는 일반 사우나까지 퇴폐 영업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단속에 나서도 마사지만 받았다고 발뺌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호텔 사우나를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유사 성행위 퇴폐 영업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 위치한 A 호텔 사우나는 수년간 호황을 누려온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숙박객들은 주로 명동과 광화문 일대를 관광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지만 사우나 이용객은 좀 다르다.
호텔 사우나인 만큼 A 호텔 사우나 가격은 일반 사우나의 배에 가깝다. 이용객들은 낮 시간대 피로를 풀기 위해 찾아온 인근 직장인들이나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인근에서 술을 먹고 차를 놓친 사람 등 주로 한국인들이다. 또 인적이 많은 광화문 한복판에 자리한 탓에 A 호텔 사우나는 많은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호텔 사우나에 남성 고객들이 몰리고 이유는 따로 있다. A 호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고객은 인근의 싼 사우나를 두고도 사람들이 유독 이곳 호텔 사우나를 찾는 배경에는 “특별한 마사지가 한몫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7일 정오경 기자는 A 호텔 사우나를 직접 방문했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우나에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은 가장 먼저 마사지를 받겠냐고 질문했다. 10만 원에 가까운 마사지 비용 탓에 특별히 맘을 먹고 가지 않는 이상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종업원은 “마사지를 예약하면 낮 시간에는 곧바로 받을 수 있고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많아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귀띔했다.
외부에서 들여다 본 통로 안쪽으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내부를 오가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사지실 내부로 여러 개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방은 커튼이 활짝 열려 있었지만 커튼이 닫혀 있는 곳도 있었다. 종업원은 ‘손님이 있는 방’이라고 전했다.
마사지를 마치고 휴게실로 나온 손님에게 안에서 이뤄지는 상황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마사지실 방 안에는 백열등이 설치돼 있고, 그 아래 플라스틱으로 된 침대가 놓여있다. 이곳에서 엎드려 기다리는 동안 안마를 해주는 아가씨가 들어와 전신 마사지를 해 준다고 했다. 마사지를 받는 시간은 기본이 90분이라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스포츠 마사지 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아가씨들은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를 묻는다고 한다. 바로 유사 성행위를 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남성 손님들은 이를 거절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사지 고객들은 바로 이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과 시청 인근에 위치한 호텔 사우나에서 유사 성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기자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또한 유사 성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비단 A 호텔 사우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취재결과 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B 호텔 사우나에서도 이와 유사한 퇴폐 영업이 성행하고 있었다.
A 사우나의 한 관계자는 “퇴폐 영업은 B 호텔에서 먼저 시작됐고, ‘잘 된다’는 얘기가 들려 이쪽도 마사지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며 광화문 일대 퇴폐영업 사우나의 근원지로 B 호텔 사우나를 꼽았다.
기자는 1월 7일 오후 B 호텔 사우나도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해 말 일부 언론 등에서 ‘퇴폐 영업’ 의혹이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 마사지가 성행하고 있었다. B 호텔은 10년 전에도 비슷한 혐의로 적발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들 호텔 사우나의 퇴폐 영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데도 적극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 일반 사우나들까지 경쟁적으로 퇴폐 마사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일대 사우나 중 퇴폐 마사지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십수 곳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이들 사우나를 다녀온 사람들을 수소문해 본 결과 대부분 사실이었다.
현재 이런 형태의 퇴폐 사우나 영업은 시청과 광화문을 벗어나 여의도 일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회의사당 인근에 위치한 여의도 P 사우나의 경우 ‘전립선 마사지’라는 간판을 내걸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곳에서도 광화문 일대 호텔 사우나 방식과 똑같은 퇴폐 영업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P 사우나는 영업 수익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성매매특별법 하에서 유사 성행위는 분명 불법 성매매다. 만약 성매매 사실을 알면서도 장소를 제공하면 건물주도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광화문 일대와 여의도 인근 사우나들이 경쟁적으로 퇴폐 영업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경찰의 단속은 전무한 상황이다. A 호텔의 한 관계자는 경찰단속에 대해 묻자 “단속이 있으면 마사지를 어떻게 편히 받겠느냐”며 “아무 염려말고 맘 놓고 한 번 받아보시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단속을 나가도 마사지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유사성행위가 없었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라며 “확실한 증인 혹은 증거가 있지 않는 이상 단속이 어렵기 때문에 경찰도 난감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