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재혼 2년째 접어드는 K 씨와 O 씨 커플. 두 사람 다 아이 하나씩을 데리고 4명이 함께 가정을 이루고 나름대로 평탄하게 살아왔다. 자녀가 재혼의 걸림돌이 될까 걱정도 됐지만 아이들이 둘 다 딸이라 다행스럽게 친자매처럼 잘 지내고 있어 아내인 O 씨로서는 크게 불만이 없는 재혼생활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O 씨에게 걱정이 하나 생겼다. 남편이 O 씨 모르게 다른 데서 통화를 하는 습관이 생겼는가 하면 귀가가 늦어지는 경우도 제법 많아진 것이다. 처음에는 ‘사업을 하다 보니 골치 아픈 일도 많을 테고 집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일단 의심을 하게 되니 그의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휴대폰 사용처를 보다가 통화건수가 많은 낯선 번호가 있어 확인해봤더니 이혼한 전 부인이었다. 남편은 전 부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던 것이다.
전 부인 역시 재혼을 한 상태. 그러나 K 씨는 이혼 후에도 아이 문제로 전 부인과 줄곧 통화를 해왔다. 아이가 원하니 함께 만나기도 했는데 남남이 되니까 함께 살 때는 몰랐던 매력이 느껴졌다고 한다. 남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O 씨는 현재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두 번 이혼했다는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 재혼하려거든 꼭 확인하라
재혼은 학력이나 집안배경 같은 조건보다는 신뢰성을 먼저 봐야 한다. 대개 이혼사유를 성격차이라고들 말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제법 많은 사연들이 있다. 이런 부분은 재혼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이혼사유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재혼의 특성상 각자에게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듯 재혼은 미혼과는 다른 차원에서 확인할 부분들이 많다.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들은 재혼 결정시 다음 사항들을 꼭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혼인관계 서류
혼인이력을 세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원적지로 혼인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별거하고 있는 경우 주변에서 이혼한 것으로 알고 소개할 수도 있다. 확실하게 이혼으로 돼 있는지 서류상으로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경제상황
초혼 때는 비교적 젊기 때문에 살면서 경제적 기반을 쌓아가기가 쉽지만, 재혼에선 경제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더구나 이혼의 경우 크든 작든 경제적 손실이 있게 마련이므로 상대의 말만 믿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 명의의 집이 있다면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는 것이 좋고 부채 여부도 직접 확인해야 한다.
△자녀 양육문제
재혼을 염두에 둔다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오픈해야 한다. 정이 들고 난 다음 모르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면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자녀 수, 양육자, 양육비, 전 배우자와의 접촉빈도, 친권과 양육권 등 자녀와 관련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서로 합의가 된 후에 교제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혼생활을 잘 하기 위해선 이혼이든, 사별이든 초혼의 실패와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남 보란 듯이 더 잘 살아야겠다는 욕심에 앞서 상대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좋은만남 이웅진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