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기죽일 비법 인터넷 강의·휴대폰 강의로 쏜다
▲ 사회탐구 최태성(위), 수리영역 심주석 | ||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선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 시나리오에 꼭 맞는 배우,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관객의 눈과 마음 등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최고의 영화로 거듭나게 된다.
EBS는 올해 사교육 시장의 위세에 필적할 만한 최고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출연진은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다. EBS의 ‘대들보’인 수리영역의 심주석, 사회탐구의 최태성을 비롯해, 신규 영입된 언어영역의 박담, 외국어영역의 최원규, 사회탐구의 설민석·이용재, 과학탐구의 민석환·김철준 등이 핵심 강좌를 맡았다. EBS 스타 강사들의 각오 또한 남달랐다.
지난 10일 기자와 만난 EBS 최태성 씨는 ‘진짜 선생님’으로 불릴 만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별(太星) 샘’이란 애칭을 얻게 됐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의 얼굴엔 학생들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그와 EBS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디션 당시 뛰어난 외모와 쟁쟁한 실력을 갖춘 다른 선생님들을 보고 합격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 씨는 지난 2001년 가을 지하철 안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이후 수험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현재 EBS 최고봉 자리에 올랐다. 암기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되는 그의 스토리식 역사 강의는 입소문을 타게 됐고, 초중고교생은 물론 공시생(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들의 필수 수강 강좌로 자리매김했다.
최 씨는 최근 EBS의 스타 강사 영입 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강사 분들이 맛보기 강의뿐 아니라 개념 강의까지 제공해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길 간곡히 바란다”며 “사투리로 역사를 재밌게 가르치기로 소문난 차석찬 씨 등 자신의 뒤를 잇는 뛰어난 후배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 사교육 흡수를 목표로 대변신한 EBS 홈페이지. | ||
9일 기자와 만난 EBS 수리영역의 최고봉 심주석 씨는 ‘열정이 가득한 선생님’이었다. 실제로 심 씨의 강의를 듣고 몇 달 만에 7등급에서 2등급으로 성적이 향상됐다고 말하는 수강생이 등장할 정도로 그의 ‘개념 강의’의 위력은 대단하다. 학창시절 틀린 수학문제를 지금까지 기억할 정도로 수학을 잘하고 또 좋아했던 심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 교사가 꿈이었다고 한다.
학교 수업과 병행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그는 수강후기를 꼼꼼히 챙겨보고 기출문제 해설을 통해 학생들과 끊임없이 호흡한다. 심 씨의 강의는 동대문구청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진행된다. 강의는 물론 교재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그는 “현장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온라인 수강생들처럼 강의를 반복 청취하며 복습을 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학의 경우 보통 개념-유형-기출-실전연습 등 네 단계 학습 과정을 거친다. 이중 심 씨는 기출을 준비하는 단계인 개념-유형 과정을 특히 중요시한다. 심 씨는 “교육은 마치 의료행위와 같다.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는 것처럼 나 역시 학생들에게 수학의 개념을 바르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며 “학생들이 나를 믿고 차근차근 수능에 대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과학탐구 민석환(왼쪽), 언어영역 윤혜정 | ||
과학탐구영역에서 물리를 가르치게 된 민석환 씨는 과학전문가그룹 ‘펜타스’ 대표이사로 강남구청에서 수능 강의를 해오다 EBS에서 기초가 약한 4~5등급 수험생을 대상으로 개념 위주의 강의를 진행하게 됐다. 그는 2월 10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의 시작 전에 학생들에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동기 부여를 한다. 스스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BS는 현재 22명의 기존 강사진에 신규 강사 30명을 더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수험생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또 EBS는 수능 대비 최상의 시나리오를 위해 ‘파견’ 제도를 도입했다. 사설학원 강사에 비해 연구 환경이 열악했던 EBS 강사들 중 몇 명을 선발해 연구실과 조교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수준별 맞춤 강좌를 도입하고 최상위권 강좌를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된 추세를 반영해 ‘압축강의’ ‘개념사전’ 같은 클립형 콘텐츠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EBS가 초호화 강사진을 구축한 데 이어 혁신적인 강의 시스템을 도입하자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수험생들은 “이번 EBS 강좌 대박이다” “올해 EBS에 올인합니다” 등 EBS의 새로운 변화를 반기고 있다. 게다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EBS 수능교재와 대학수학능력시험과의 연계율을 높여나갈 방침이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EBS 강의를 듣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올해 야심차게 준비한 EBS의 시나리오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