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거든
▲ 영화 <용의주도 미스 신> | ||
남편과의 섹스가 무서워서 재결합을 거절한 A의 고백. 사실 A의 전 남편은 성격이 자상하고 사업적으로도 인정받는 능력가였다. A가 이혼을 한 이유는 전 남편의 도박벽 때문. 어느 날 도박에 빠져 사업체를 날리고 집까지 날릴 형편이 되자 A는 이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혼을 해야만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빚으로 넘어가지 않고 A가 위자료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A와 전 남편은 이혼은 했지만 그럭저럭 친구로 잘 지내고 있었다. A는 이혼 이후 여러 남자를 만났지만 한 남자에 정착하지 못하고 지금도 혼자 사는 상황. 나는 A에게 슬쩍 전 남편과의 재결합을 권해보았다. A와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닌 만큼 다시 재결합하면 어떠냐고 물었는데 A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그의 페니스가 너무 커서 그와 잠자리를 할 때마다 너무 아팠거든. 신혼 때는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5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가 삽입할 때마다 아프더라. 그러니 밤이 무섭더라고. 결혼 시절 내내 잠도 푹 못 잤어. 맨살이 맞닿으면 남자가 흥분하잖아. 무릎이라도 스치면 그가 ‘하자’고 할까봐 잠자리에 들면서도 무릎을 꼭 붙이고 있느라 늘 긴장하고 살았거든.”
A의 고백을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거대한 페니스 때문에 섹스공포증에 걸릴 정도면 재결합을 권하긴 어렵지 않은가. 이불 속에서 남편의 무릎이 닿을까봐 잠에 들지 못하고 무릎을 꼭 붙이고 있었다니, A가 불쌍했다. 그리고 A의 전 남편도 불쌍했다.
“당연히 그는 모르지. 어떻게 너랑 섹스하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고 말할 수 있겠어. 차라리 그가 도박을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게 아니었다면 내가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기는 힘들었을 테니까.”
휴우, 한숨이 새어나왔지만 지금이야말로 A는 섹스지옥에서 해방된 셈이니 축하할 수밖에. 대한민국에는 유난히 대물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남자가 많다. 여자가 섹스에 만족을 못하면 ‘내 것이 너무 작나?’ 혹은 ‘내가 너무 빨리 끝나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하지만 여자의 경우 작은 페니스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보다 대물 공포증에 시달리는 여자가 더 많다는 것을 알까.
나 역시 대물의 소유자 B를 만나서 고생했던 적이 있다. 삽입할 때부터 B의 큰 페니스가 부담스러웠는데 피스톤을 시작하니 점점 그곳이 아파왔다. ‘아, 이러다 찢어지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 B가 나에게 들어올 때마다 아픔을 느끼다보니 내 몸은 나도 모르게 그를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내 몸이 점점 위로 위로 위로 올라가다가 결국은 침대를 벗어나버린 것. 결국 B는 내 안에서 피스톤을 끝마치지 못하고 한 손에 내 가슴을 쥔 채로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페니스가 큰 걸 어떻게 하라고? 작으면 작다고 불평, 크면 크다고 불평이니 어쩌란 말이냐고? 페니스가 큰 것이 남자들 사이에서는 자랑일 수 있지만 여자에겐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줄 수는 없을까? 그런데 B가 삽입을 서두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피스톤의 속도를 조금만 줄였어도 그렇게 아픈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의 비명을 교성이라 오해했던 B는 내 상황을 봐주지 않았다. 피스톤을 잠시 멈추고 내 몸을 다시 달구어 애액을 분비시키려는 노력을 안 하고 자위라는 이기적인 섹스를 선택했던 것. 물론 나는 그와 두 번 다시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그와의 섹스가 싫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한 번 했다하면 내가 진이 빠질 때까지 섹스를 하니까 섹스 자체가 싫어요. 그가 로맨틱한 무드를 조성하면 ‘아, 또 섹스해야 되나’ 하고 한숨이 나올 정도라니까.”
이런 고민을 털어 놓은 후배도 있었다. 결국 그 후배가 택한 방법은 섹스리스. 여자가 큰 페니스보다 작은 페니스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상당수가 ‘내 남자의 그것이 컸으면 좋겠어’라고 바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남자 역시 ‘내 것이 그녀가 이전에 만났던 남자들 것보다 커야 할 텐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페니스가 큰 것과 작은 것 중 하나를 택하라면 역시 작은 것을 택할지도 모르겠다. 페니스가 작은 남자와의 섹스 트러블은 ‘아, 아쉽다’ 정도이지만 큰 남자와의 섹스 트러블은 상처를 동반하게 되니까. 그러니 페니스가 큰 남자들이여. 자신감에 넘쳐 여자에게 성급히 달려들지 말아주길 바란다. 보다 부드럽게, 보다 천천히, 보다 꼼꼼히 애무하지 않으면 그녀는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