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여, 볼륨을 높여라!
▲ 영화 <애인> | ||
뉴욕 남자 시리즈 3탄. 뉴욕에서 섹스의 참맛을 알게 된 후배 A의 남자 이야기. A는 “서양 남자는 표현이 확실해. 섹스할 때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분명히 얘기하거든. 나는 그가 ‘좋다’고 제대로 표현하는 것도 좋았지만, ‘이건 별로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게 더 좋았어. ‘싫다’는 표현을 들으니 ‘좋다’는 게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잖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솔직히 한국 남자들은 표현에 약하잖아. 오럴 섹스를 할 때가 아니면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으니까. 애무를 해줘도 좋은지 싫은지 표현을 안 하니까 ‘내가 애무를 잘 못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었어. 그런데 서양 남자는 달라. 남자의 소리만 들어도 ‘아, 지금 이 사람이 좋구나’ 아니면 ‘이건 아니구나’라는 걸 쉽게 알 수 있거든. 한국 남자와 섹스할 때는 흥분을 주고받는 재미를 잘 몰랐던 것 같아. 이제야 섹스의 재미를 제대로 알게 된 기분이랄까”라고 덧붙인다.
서울로 돌아와 선배 B에게 후배 A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대뜸 반문했다. “A가 애무를 못하나보지. 그러니까 뭘 해도 남자가 반응을 안 한 거 아냐? 안 좋으니까, 반응이 없었던 거. 남자들은 자극에 단순하게 반응하잖아. 좋으면 미칠 듯이 신음소리를 내잖아. ‘더 해달라’는 거겠지. 물론 항문 애무와 오럴 섹스 해줄 때를 제외하고는 그 궁극의 신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말야”라고 말이다.
서양 남자와 섹스 경험이 없는 B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A의 얘기에 다시 한 번 동감했다. 그리고 B가 불쌍했다. 한국 남자의 ‘표현 부족’을 여자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B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한국 남자도 ‘좋다’는 표현이 확실하고, 남자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일 때에는 여자가 애먼 곳만 애무하는 ‘애무치’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모든 남자가 ‘표현 부족형’일 리는 없다. 이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 하더라도 내 생각은 B와 좀 다르다. 한국 남자가 표현을 확실히 한다고 해도 서양 남자의 표현만큼 풍부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니까. A의 섹스 스킬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리가 있겠나. 그런데도 한국 남자와 서양 남자의 반응이 크게 달랐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남자의 표현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 수 있지 않나.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만난 서양 남자들 대부분이 전희 중 가슴을 애무할 때나 허벅지를 타고 위로 슬슬 올라갈 때 등 작은 자극에도 “Oh, Good”이라고 탄성을 지르거나 낮은 신음소리, 미칠 것 같은 표정, 내 가슴을 쥐는 손가락의 강도를 세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적 흥분을 나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한국 남자는 어떤가. 대체로 조용히 서비스를 받지 않던가.
C의 얘기는 한층 더하다. “그가 나에게 신음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는 거 있죠? 자기는 신음소리를 참는 여자의 표정을 보는 게 더 좋다나? 내가 격하게 소리를 지르는 스타일도 아닌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울컥하더라고요.” C의 남자는 흥분을 주고받는 스타일이 아니라 혼자서 즐기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한국 남자들은 신음소리를 내면 사정이 빨라진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섹스 중 남자들의 소리를 녹음한다면 무음이 계속되다가 ‘으으으으윽, 억!’일 걸요”라는 C의 말에 나는 웃음이 났다. “다른 데 애무해봤자 아무 느낌이 없어. 그냥 이거 잡아”라면서 페니스를 들이댄 D의 얘기는 또 어떤가. 허탈하기 그지없다.
한국 남자가 섹스 후 “좋아?”라고 묻는다면, 서양 남자는 섹스 중 내내 귀찮을 정도로 “이거 좋아?” “이건 좋아?”라고 묻는다. 한국 남자와의 섹스에 익숙하던 나는 ‘아, 그거 되게 묻네. 그냥 알아서 해주면 안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대답을 반복하다보니 나 역시 그의 애무에 ‘좋다’ ‘싫다’가 분명해졌다. 나 자신의 성감대에 대해 더 분명히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그 이후 내 몸에 대해 한층 더 솔직해질 수 있었으니 섹스의 밀도가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남자의 표현이 풍부해질수록 여자가 섹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아는지? 남자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여자의 신음소리에 힘입어 열심히 애무하지 않나 말이다. 남자가 신음소리를 내거나 얼굴을 찡그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으면 여자는 자신감이 생긴다. ‘아, 나도 잘하는 여자구나’라는 안도감이 여자를 더 대담하게 만드는 것. 대담한 여자의 적극적인 섹스라…, 기대되지 않나.
그러니 오늘 밤엔 신음소리의 데시벨을 3단계 정도 올려보는 게 어떤가. 여자가 한층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