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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 ||
하양은 지난 4월16일, 실종된 지 열흘 만에 얼굴에 여섯 발의 총상을 입은 싸늘한 시체로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에서 발견됐다.
하양의 죽음에 법조인과 그의 장모이기도 한 재력가의 부인 등이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이 사건은 그러나 사체가 발견된 지 넉 달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직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초 납치 관련 혐의자 4명이 체포돼 한때 범인 검거가 시간 문제인 것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 하지만 청부를 받고 하양의 납치를 주도했던 용의자 김아무개씨(40) 등이 해외로 도피한 데다 그 이후 경찰도 청부 배후에 대해 뚜렷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해 하양 사건은 흐지부지 세인들의 기억 너머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취재결과 하양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지난 두 달 동안, 하양 가족과 사건 주변 인물들에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피해자 가족에 의해서 청부 배후로 지목됐던 지방재력가의 부인 Y씨(57)가 현재 잠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Y씨는 자신의 사위 K판사(32)와 하양의 관계를 의심, 사람을 고용해서 하양을 미행시켰던 장본인. 하양과 K판사는 이종사촌지간이다.
경찰은 Y씨가 두 달여 전부터 잠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로 도피한 용의자 김씨 일당 가운데 한 명이 Y씨의 조카인 사실이 드러나자 이 시점을 전후해서 Y씨가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그녀의 통장에서 거액이 빠져나간 사실을 파악한 경찰이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Y씨를 찾았으나 이미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는 것.
일부 언론에서는 Y씨가 외부와 접촉을 끊은 것으로 근황을 전했으나 경찰은 사실상의 도피 상태로 보고 그녀의 행적을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하양의 아버지 하아무개씨(56)의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도 새로 확인됐다. 하씨는 최근 직접 용의자를 잡기 위해 베트남 현지를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씨는 “수사가 계속 답보상태에 있는 듯해 하도 답답해서 직접 용의자의 행방을 찾아볼까 해서 베트남에 다녀왔다”며 “현지 영사관의 도움을 받아 용의자가 숨어 있을 만한 장소인, 그의 부친이 운영한다는 봉제공장을 찾았지만 직접 만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씨는 최근까지 용의자가 숨어 있었던 듯한 흔적은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씨가 이처럼 직접 ‘범인 찾기’에 나선 것은 경찰의 미온적인 최근 움직임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의 표시로도 보인다. 하씨는 “경찰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좀더 신속하고 소신 있는 태도가 아쉽다”며 섭섭한 속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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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당시 하양의 방. 경찰은 아직 뚜렷한 단서 를 못찾고 있다. | ||
이 관계자는 또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는 범인만 잡을 수 있다면 베트남이 아니라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마치 경찰이 손놓고 있어 피해자 가족이 직접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 항간에는 한창 가속도가 붙어 진행되던 하양 사건 수사가 어느 순간부터 지지부진해진 데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재력가이자 정계의 마당발로 알려진 Y씨의 남편이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터무니없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구체적인 확증을 잡지 못해 진척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 수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양 사건으로 가장 큰 생채기를 입은 사람들은 바로 하양 가족들이다. 하양의 어머니는 사건의 여파로 인해 최근 두 번씩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양의 아버지 하씨는 “꼭꼭 감추고만 싶었던 사실을 너무 답답한 마음에 이제서야 처음으로 밝힌다”며 상심한 아내가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딸 하양이 복잡한 남자관계에 얽힌 치정살인으로 죽은 것처럼 세상에 비쳐진 것 때문에 아내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게 하씨의 설명이다.
하씨는 “내 딸을 ‘미모의 여대생’ 운운하며, 법대생 애인이 있고, 그것도 모자라 변호사 등과 맞선을 수시로 보고, 심지어는 이종사촌 오빠인 유부남 판사와 마치 부적절한 관계라도 있던 것처럼 언론에 잘못 보도되면서 아내와 가족들이 말할 수 없는 분노와 고통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급기야는 하양의 어머니가 울분과 수치심을 못 이겨 스스로를 해하려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는 것.
하씨는 “평범하고 착실한 대학생이었던 내 딸을 하루아침에 ‘요부’로 만들어버린 그 배후를 잘 알고 있다”며 하루 빨리 살인범과 배후 인물이 잡혀 실추된 딸과 가족의 명예가 회복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하씨는 “명색이 사촌 오빠인 K판사는 내 딸의 장례식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며 “딸과 전혀 아무 일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륜을 의심했던 장모(Y씨)에게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 K판사의 애매한 태도가 결국 이 같은 살인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판사는 이에 대해 ‘사촌 동생의 죽음은 가슴 아프지만 장모와 하양의 죽음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용의자의 해외도피로 벽에 부닥치고 만 하양 사건 수사. 하양 가족들의 가슴은 하루가 다르게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감명국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