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군 대장 김학규 장군의 후손이 맞느냐는 의혹이 제기된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 <일요신문>이 자료를 입수, 검토한 결과 사실임을 확인했다. | ||
우선 한나라당은 지난달 11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혐의’로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한나라당 법률지원팀 관계자는 “김희선 의원이 지난 총선 당시 자신을 독립운동가 김학규 장군의 친손녀라며 선거홍보물과 개인 홈페이지에 기재하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해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 외에도 학력 허위기재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의뢰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이러한 의혹제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언론 게시판 등에는 김 의원의 가족사 문제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네티즌들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 이상 올라오고 있다. ‘김 의원의 100가지 의혹과 1000가지 거짓말’과 같은 제목의 이 글들은 대부분 김 의원의 가족사, 학력,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했던 지난 16대 국회 이후 김 의원의 행적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요신문>은 김 의원의 개인사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단독입수, 의혹들을 검증했다. 인터넷과 <월간조선>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김 의원과 관련된 의혹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김 의원이 작은할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독립운동가 김학규 장군과의 관계(김 의원과 김학규 장군의 실제 본관이 다른 이유) ▲할아버지, 아버지 등 가족들의 독립운동 사실 여부 ▲중·고등학교 학력과 실제 출생지 허위기재 여부.
1. 김학규 장군과의 관계
<일요신문>은 1970년대에 작성된 ‘의성 김씨 휘덕기공파’ 족보를 입수, 확인한 결과 김 의원이 지금까지 주장해 온 것과 같이 친할아버지인 김성범, 아버지인 김일련 등과 함께 김 의원의 이름이 족보에 올라가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1967년 결혼한 김 의원의 남편 방국진씨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
김 의원의 이름이 올라있는 ‘의성 김씨 휘덕기공파’ 족보(1970년대 제작)와 김 의원의 증조부인 김순옥에 대한 기록이 확인됐던 ‘의성 김씨 태천파’ 족보(1910년대 제작)를 비교, 분석한 결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김 의원의 증조부 김순옥 이후의 가계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족보가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은 증조부 김순옥에 대한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성 김씨 태천파’ 족보 중 김순옥의 처에 대한 설명에 ‘配太原蘚于氏貞屹(배태원선우씨정흘)’이라고 되어 있고 ‘휘덕기공파’ 족보에는 ‘太原蘚于氏(태원선우씨)’라는 설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나중 족보의 경우 김순옥의 증조부인 김대성의 처에 대한 설명과 김순옥에 대한 설명이 바뀌어 있는 오류가 있음이 발견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종친회를 통해 이 두 개의 기록이 기재과정에서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확히 기록이 됐다면 이번에 공개한 두 개의 족보는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족보를 통해서는 김 의원의 본관이 의성 김씨라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정작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백파 김학규 장군과 김 의원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언급된 두 개의 족보 모두에서 김 장군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증조모 선우순은 두 명의 아들(김성범과 김학규)을 낳은 뒤 김 의원의 증조부 김순옥이 사망하자 안동 김씨 김기섭에게 재가를 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15~16세이던 김성범은 의성 김씨 족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당시 2~3세에 불과했던 김학규 장군은 안동 김씨 호적에 올렸다. 선우순의 재가 후 호적은 이것을 확인해 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탓에 김 장군의 경우 의성 김씨 족보에 이름이 없다. 그러나 김 장군과 형인 김성범(김 의원의 증조부)의 어머니는 모두 선우순으로 동일하게 나타난다.”
▲ 김희선 의원 가계도 | ||
김 의원과 김 장군과의 관계는 김 의원이 공개한 ‘김 장군의 재적등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재적등본에 어머니가 선우순으로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등본에는 김 장군의 아버지가 김기섭, 본관은 ‘안동’이라고 되어 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가족사 관련 자료 중에는 김학규 장군과 김 의원 직계가족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1931년 10월31일자 <조선일보>(제3895호)의 기사가 그것. 기사에는 “김일선(김 의원의 큰아버지)은 국민부 외교부장 김학규의 족하로서 소화오년이월에 국민부에 가입하야 동명학원의 교사로 잇든중 동년육월십이일에 국민부 혁명군인 십여명과 가티 각히 모델식 권총을 가지고 반대단체농민협회를 토벌하고…(생략)”라고 되어 있다.
사진 자료도 몇 점 입수됐다. 이 자료에는 김 의원 가족들이 가족 모임에서 찍은 사진들과 김학규 장군의 장례식 당시 사진이 들어 있었다.
2. 가족들 독립운동 논란
김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작은할아버지인 김학규 장군과 더불어 조부 김성범, 부친 김일련의 독립운동 사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김성범이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고 독립운동 기록 어디에도 그에 대한 것은 없다”며 허위 사실 유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김 의원의 조부, 숙부, 부친 등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입수해 면밀히 검토하여 이를 분석해 보았다.
김 의원은 자신의 가족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던 지난 7월 기자회견을 통해 아버지와 숙부의 독립운동 사실을 언급하면서 “숙부(김일건)의 기억에 따르면 숙부가 7세쯤이던 1930년 초반 조부(김성범)와 조모(오병희)는 독립군 군자금을 모아 3개월에 한번씩 방문하는 작은 조모(오광심, 김학규의 처)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현존자료가 없어 독립사료에 오르지 못했다. 최근 숙부인 일건에게 고모(김일신)가 살아 생전 작성해 둔 가족의 독립운동사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월간조선>은 “(김 의원이) 이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요신문>은 김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던 자료 2종을 입수했다. 하나는 김 의원의 고모인 김일신이 남긴 ‘애국자 김성범 장군’이란 제목의 2백자 원고지 41장 분량의 글이었고 또 하나는 숙부 김일선이 생전에 남겼다는 ‘독립유공자공적조사서’였다. 이 두 자료는 모두 조부 김성범의 독립운동 사실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의 부친 김일련의 독립운동 사실은 해방 전후 시기에 한독당에서 김일련과 같이 독립운동을 했던 김은석씨(86)의 녹취록으로 확인됐다.
▲ 김학규 장군이 형인 김성범씨의 5남 일룡씨의 결혼식에 참석해 찍은 사진이다. 일룡씨는 김희선 의원에게는 삼촌이 된다. 원안의 인물이 김학규 장군. | ||
발신인이 ‘오영일’로 되어 있는 이 엽서의 수신은 ‘동대문구 숭인동 81번지(숭인장) 김일선방 조인숙(김일련의 처) 앞’이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엽서속의) 주소는 당시 해방 후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살던 곳으로 어머님이 기거하던 곳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오영일은 아버지가 독립운동 과정에서 썼던 가명 중의 하나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은 김 의원의 숙부인 김일건씨의 녹취록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녹취록에는 “(이름을 바꿔서 쓴) 고건 이제 왜정 때의 일입니다. 영일이라고 그 당시에 형무소에 가가지고 편지할 쩍에 진명을 쓰게 되면 무슨 우언이 될 것 같아서 그게 가명해서 편지보낸거라…오(吳)는 어머님 이름이고 어머님성이고 영일이는 과거 저 계시명 할때 가나잇어여 금산영일(金山英一)이거든. 창시명 창시명할때…”라고 되어 있다.
3. 학력·출생지 논란
김 의원에 대한 각종 의혹은 가족사에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김 의원이 정규학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김 의원이 졸업한 진해 충무중학교가 문교부에서 인가를 받지 않은 야학교이므로 정규학력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내가 졸업한 진해 충무중학교는 현재 진해서여상으로 이름이 바뀐 상태”라며 “아마도 교명이 바뀌면서 기록이 상당부분 누락되어 오해를 낳고 있는 것 같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입수된 학력관련 자료는 총 4종이었다. 평택중앙초등학교 졸업증명서, 충무중학교 졸업증명서, 대전여상 재적증명서와 충무중학교의 설립인가 기록을 담은 ‘문보 제178호’이 그것. 가장 눈에 띄는 1955년 3월17일자 ‘문보 제178호’에는 “(재단법인 보현학원) 단기 4287년 11월20일자로 신청한 충무중학교 설립의 건 다음과 가치 인가함. 단기 4288년 3월 17일 문교부장관 리선근”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김 의원이 충무중학교에 입학한 것은 학교설립 4년 후인 1958년이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중학교 학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주선회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나의 1년 후배이고 당시 은사였던 전 충무중학교 서영출 교장선생님이 제자였던 나를 지금도 기억하고 계신다”며 “근거없이 떠도는 유언비어로 인해 중학교 선후배들이 많은 상처를 받아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 의원의 출생지가 어디인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출생지가 만주 봉천임에도 불구하고 왜 평안남도 평원이라고 기재했는가”하는 부분.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실제 내가 출생한 곳은 만주 봉천이지만 호적과 재적등본에는 평남 평원 출생으로 등재되어 있고 제16대 총선 홍보물에도 평남 평원으로 기재했기 때문에 사소한 시비를 막기 위해 공식적인 곳에는 평남 평원으로 기재하고 있다”며 “1969년 11월에 호적을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당시 큰아버지 호적에 올라 있던 여동생 광희의 출생지를 근거로 하여 출생지를 기재하면서 생긴 일이다”고 해명했다. 확인결과 1974년 10월26일 말소된 것으로 나타난 김 의원의 재적등본에는 출생지가 ‘평안남도 평원군 서해면 사산리 100번지’로 기재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