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고 펴고 심고…올겨울이 적기
국회의원들은 ‘호감형’으로 보이기 위해 패션이나 외모 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코리아베스트드레서’로 뽑힌 진선미 의원, 이자스민 의원, 송호창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일요신문 DB
유독 눈에 띄는 외모로 표심을 사로잡은 ‘미남미녀’ 의원들이 있다. 새누리당에는 대변인 출신인 나경원 의원, 비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신의진 의원이 꼽힌다. 또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도 비례대표 시절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 얼굴이 찍힌 ‘포스터 사수 작전’이 펼쳐질 정도로 미모가 뛰어나 유명세를 탔다. 지난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김태호 의원도 ‘아줌마팬’들을 사로잡으며 지지도를 과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는 대변인 출신인 유은혜 이언주 의원과 정대철 고문의 훈남 아들인 정호준 의원, 훤칠한 외모와 패션 감각을 겸비해 베스트드레서로도 꼽혔던 송호창 의원 등이 있다.
타고난 외모로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의원들에게는 신뢰를 주는 이미지 관리가 필수적이다.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언론 노출 빈도가 잦기에 평소 외모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신뢰가 가는 호감형 인상을 지니는 것이 표심을 얻는데 유리해 선거나 공천을 앞두고 집중적인 뷰티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올겨울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에 처리되는 등 공식 활동이 많지 않고 공천을 앞두고 있어 뷰티 관리의 적기로 꼽히고 있다.
평소에도 외모에 꼼꼼히 노력을 기울이는 의원들은 역시 여성 의원들이다. 여성 의원들은 매일 손이 가는 패션과 헤어스타일에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한 여성 초선 의원실 비서관은 “우리 의원은 매일 아침 의원회관 지하에 있는 전용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반드시 그곳에 위치한 미용실에서 드라이를 받고 나온다. 대부분의 여성 의원들이 해당 미용실을 애용한다”며 “인터뷰 일정이 없더라도 언제 국회에서 사진이 찍힐지 모르기 때문에 다들 정성을 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과 진선미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이 ‘코리아베스트드레서’로 뽑혀 눈길을 끌었다. 한국패션협회에서는 연예계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에 대해 분야별로 패션 우수자를 뽑아 상을 수여해왔다. 진선미 의원실 측은 “특별히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의원이 직접 옷을 골라 입어왔는데 베스트드레서에 뽑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패션과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주름 관리 등을 위한 피부 시술이나 머리카락 심기 등 본격적인 외모관리가 이뤄지기도 한다. 피부관리실에 드나드는 것은 남성 의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연륜이 있는 남성 의원들일수록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로 속앓이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전에 모셨던 남성 3선 의원은 주기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았다. 나이가 있기에 검버섯이나 주름 관리 등을 했다. 아무래도 나이 든 의원들이 관리를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성 의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적은 머리숱. 앞서의 관계자는 “지금 모시는 의원은 머리숱이 적어 고민 중이다. 머리카락에 좋다는 한방차를 항상 달여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실 관계자도 “의원이 평소 머리카락이 없어 민간요법은 다 해봐도 효과가 없었다. 결국 머리카락을 심는 시술을 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외모 관리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의원들의 뷰티 업그레이드는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쉬쉬할 정도로 은밀히 진행된다. 앞서의 여성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의원은 피부관리는 하지 않는데 웃을 때 주름이 많아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전직 의원들에 대한 소문은 나오지만 현직 의원들에 대한 얘기는 우리들끼리도 거의 말하지 않는다. 다들 암암리에 시술이나 외모 관리를 하고 있지만 공개돼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의원들이 피부관리 등 시술 받는 사실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이유는 자칫 ‘사치’ 논란이나 내실보다 외형만 가꾼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술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만으로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은 ‘1억 피부과’ 논란으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고액 피부과 출입 의혹과 코 성형 의혹 등에 의해 곤욕을 치른 나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고배를 마시고 한동안 정치권에서 멀어져 있다가 2014년 7월 재·보궐 선거로 당선돼 재기했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은 부인 강난희 씨에 대한 성형 의혹이 일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68세 나이에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서상기 의원(서상기 의원 홈페이지). 사진출처=국민생활체육회
반면 달라진 외모를 공개해 플러스 효과를 본 의원들도 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예순여덟 살인 서상기 의원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 홍보 포스터 등에 활용했다. 서 의원은 지난여름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해 변치 않은 몸매를 자랑하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눈썹문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홍 지사는 눈썹이 많지 않아 흐릿한 인상이었지만 눈썹 문신을 통해 강한 인상으로 거듭났다. 당시 홍 지사는 당대표로서 언론에 노출될 일이 많아 고민하다 눈썹문신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서민 스타일’ 반전 마케팅도 있다 ‘귀공자’보다 ‘옆집 아저씨’ 낫더라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젊은 외모 유지에 고민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서민적 외모로 점수를 딴 이들도 있다. 얼굴 주름과 적은 머리숱을 고스란히 드러낸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로 주민들에게 다가가 호응을 얻어내는 경우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서민 이미지 덕을 본 대표적인 인사는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다. 최문순 강원지사(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공동취재단 박 시장과 최 지사는 일반 정치인들처럼 깔끔하고 신뢰감을 주는 외모라기보다는 길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친숙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은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얼굴 주름과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어 보이게 한다는 적은 머리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평범한 외모가 오히려 그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6월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은 주변인 동행 없이 홀로 배낭을 메고 시민들을 찾았다. ‘유세차 없는 선거’를 결정한 박 후보는 두 다리로 서울시를 누비며 시민팬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등 친숙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박 시장은 또한 선거캠프도 종로5가에 위치한 철거 직전 건물을 선택했고 그 안에 시민들의 모임공간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선거캠프를 돕는 새정치연합 인력들은 캠프 안에 자리를 받기 어려운 고충을 겪기도 했지만 그의 ‘서민 친화적’ 유세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최문순 지사의 소탈한 외모와 감자 마케팅도 그만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꼽힌다. 최 지사는 강원도의 상징인 ‘감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감자 도지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공은 울퉁불퉁한 감자의 이미지와 그의 소탈한 외모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 선대위 발대식에 다녀왔다. 강원도에 3대 못 생긴 감자가 있다더라”라며 “이외수 선생, 김C, 최문순 지사다”는 글을 올려 홍보했다. 최 지사는 서민적 이미지를 무기로 지방선거를 3일 앞두고 춘천과 원주, 강릉, 삼척 등을 중심으로 4개 권역을 나눠 강원도 72시간 릴레이 거리 유세에 나서며 도민과의 스킨십에 집중하기도 했다. 최 지사의 ‘못생긴 감자’ 마케팅이 보수세가 우세한 강원도에 통한 셈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