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또 사람…“일단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창고형으로 꾸며진 이케아 1층 모습. 작은 사진은 끝도 없이 이어진 입장 대기줄(왼쪽)과 2층 쇼룸을 구경하기 위해 몰린 사람들의 모습.
‘광명 삼각지대’의 악명을 익히 들은 탓에 기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서울 시내에서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추천하는 대중교통 수단은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이케아 매장 앞까지 가는 버스를 타는 방법이다. 기점에서 탑승한 텅 빈 버스는 출발 전에 자리가 동났고 세 정거장 만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케아 직전 정류장에서 버스 기사는 “여기서 이케아로 가실 분은 걸어가는 것이 빠릅니다. 내려서 걸어가세요”라고 소리 쳤다. 아니나 다를까 광명 삼각지대로 가는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특히 이케아 진입을 위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었다.
도보로 도착했다고 해서 바로 입장할 수는 없었다. 줄은 매장 입구가 보이지 않는 지점까지 늘어서 있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한 30대 남자는 동행한 가족들에게 “우리나라 사람들 일본해 지도 문제로 욕하고 비싸다고 욕하더니 어차피 올 사람은 다 온다”고 비아냥댔다. 부부가 함께 온 40대 여성은 “놀이기구 줄 말고 이렇게 줄 서 본 것도 오랜만이다”며 신기해했다.
1시간가량 기다려 들어간 이케아 매장 안 역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케아 광명점 1층은 핫도그, 아이스크림 같은 가벼운 음식을 파는 작은 매대를 제외하고는 조립되지 않은 가구를 쌓아둔 창고형 매장이었다. 분위기는 코스트코와 흡사했다.
이케아의 핵심은 2층에 있다. 이케아의 가구들로 직접 꾸며서 보여주는 쇼룸(전시장)이 갖춰져 있다. 기대감 속에서 2층으로 올라온 순간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연말 보신각 앞 인파처럼 밀치고 부딪쳐 앞으로 가기가 힘들었다. 돌아가고 싶었지만 어쨌든 한 번 들어가면 모든 쇼룸을 거쳐야 나갈 수 있다는 이케아 쇼룸의 특성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1번 쇼룸이 시작점이고 2번 거실에 이어 거실 수납, 다이닝(식사 공간), 주방, 서재, 침실 등을 지나 18번 조명, 19번 벽장식, 거울, 20번 홈데코를 거쳐야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볼 수 있다. 물론 2번 거실에서 9번 어린이 이케아로, 4번 다이닝에서 8번 침실, 베란다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고는 하지만 처음 이케아를 방문한 상황에서 인파에 밀리다보면 이 길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케아 쇼룸 시작점에는 메모지와 연필이 놓여있었다. 방문한 고객은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방을 쇼룸에서 보고 해당 상품 번호를 적는다. 1층으로 내려온 고객은 창고형 매장에서 찾아 구입해 집으로 가서 조립하면 되는 방식이다.
이케아 광명점 전경.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인파 속에 지친 사람들이 침실이나 서재 코너에서 의자에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케아를 처음 왔다는 김 아무개 군(7)은 기자에게 “힘들어서 다시 오기 싫어요”라고 말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카트를 타고 다니기에는 조금 큰 아이들은 여기저기 부딪치기도 쉽고 인파 속에서 힘들었을 것 같다”며 “다음에는 애는 두고 한가한 낮 시간에 와서 제대로 보고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엄마는 아이에게 “금방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었느냐”며 혼을 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케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남녀에 따라 갈렸다. 의정부에서 온 60대 부부 중 남편은 “볼 것도 없고 살 것도 없는데 여기 오는데 2시간 걸릴 정도로 차가 너무 막히고 주차장에서 차 댈 곳이 없어 혼났다”며 “크리스마스라 오히려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다신 오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부인은 “이 사람이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찬찬히 보면 디자인도 예쁘고 얼마나 살 것이 많은데, 자주 와서 조금씩 사가고 싶다”고 반박했다.
다른 60대 부부 중 남편이 “살 것도 없고 가격도 싸지 않아서 이 가격이면 국내 제품을 사도 될 것 같다. 굳이 올 필요 없을 것 같지?”라고 부인에게 묻자 부인은 “가격은 좀 비싸긴 한데, 디자인은 깔끔하잖아”라고 응수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30대 부부 중 남편은 “사람이 많아서 다 보고 밥 먹는데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려 롯데 아울렛은 보지도 못하고 나왔다”며 “러그(작은 카펫)만 해도 종류가 많아 러그만 많이 사왔다”며 머쓱해 했다.
이케아와 연결된 롯데 아울렛 1층 연결 통로는 막혀 있었다. 롯데 측은 안내판을 걸고 이케아의 요청으로 통로를 막아 뒀다고 밝혔다. 이케아 입장 줄을 서지 않고 롯데 아울렛에서 넘어가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인 듯했다. 연결통로가 열린 2층에서도 롯데 직원은 “이케아에서 롯데 아울렛으로 넘어갈 수는 있지만 다시 이케아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고 주의를 줬다. 롯데 아울렛도 이케아만큼 북적거리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롯데 아울렛을 나와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있는 코스트코 앞 도로도 차들이 움직이지 않아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코스트코 앞쪽도 입장객들로 붐볐다. 코스트코에서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한 30대 남성은 “코스트코 매장을 자주 이용했는데 원래 사람이 많았지만 이케아가 들어오고 나서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며 “아직 개장 초기라 그럴 수도 있지만 코스트코보다 이케아가 사람을 훨씬 더 모으는 것 같다. 롯데 아울렛에 있는 사람도 다 이케아 보고 들어간 사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케아를 떠나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50대 남성은 가족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여간 좋다는 것만 보면 우르르 몰려간다니까. 이것도 다 상술이야”라고 설교를 해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