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건설 국방부 사업 수주 관련 의혹, 당사자 해명 없어…김 전 장관 합류 후 이수페타시스 실적 하락
이수페타시스의 사업목적은 △PCB 제조 및 판매업 △전자부품 제조 및 판매업 △독극물 수출입업 △수출입업 및 동대행업, 중개업 △물품매도 확약서 발행업 △기계제조 및 판매업 △내외국인 또는 법인과 관련된 사업의 투자 및 합작투자 △부동산 및 설비 매매업, 임대업 등이다.
김용현 전 장관은 1982년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2017년까지 육군에서 근무했다. 김 전 장관은 제대 후 중앙건설 사외이사, 이수페타시스 비상근고문 등으로 근무했다. 이 중 이수페타시스 비상근고문 선임 과정에서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김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은 이수페타시스라는 기업에 취업했는데 군 시절 이수건설에 특혜를 제공하고 전역한 후 그 대가로 전혀 경력이나 전문성과 상관없는 이수페타시스에 취업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수페타시스가 방산용 PCB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김용현 전 장관과 아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수페타시스는 2010년 미국 법인을 통해 미국 방산용 PCB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 미국 법인은 당시 미국 국무부로부터 국제무기교역규정(ITAR) 인증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ITAR은 미국 국무부의 무기수출 면허 기준과 절차를 명시한 승인 규정이다. 방산용 부품 생산·수출을 위해 선행적으로 획득해야 하는 인증이다.
관건은 김용현 전 장관이 박선원 의원 주장대로 이수건설에 특혜를 제공했는지 여부다. 일단 김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유의미한 증언이 나오지 않았다. 이수페타시스 관계자가 인사청문회에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도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이수페타시스 의혹 관련해서는 특별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수건설이 그간 국방부로부터 다수의 사업을 수주한 것은 사실이다. 이수건설은 2019년 3월 국방시설본부가 주관한 ‘2018년 우수업체 감사패 수여식’에서 우수 건설 업체로 선정됐다. 이수건설이 2018년 국방부에서 발주한 시설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수건설은 현장소장 부문에서 ‘경기도 광주 군시설공사’ 현장에 대한 감사장까지 수상했다. 다만 김용현 전 장관은 2017년 전역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박선원 의원도 추가적인 의혹 제기는 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일요신문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취재해보세요”라고 한 후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박선원 의원실 관계자도 “확인해보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은 없었다. 일요신문은 이수그룹과 김용현 전 장관에게도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의혹과 별개로 이수페타시스는 김용현 전 장관 합류 후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이루지는 못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 미국 법인의 매출은 △2018년 319억 원 △2019년 312억 원 △2020년 292억 원으로 줄었다. 이수페타시스 미국 법인의 영업이익은 2018년 36억 원에서 2019년 13억 원으로 62.65% 감소했다. 2020년에는 36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며 적자전환했다. 이수페타시스의 전체 매출도 △2018년 5603억 원 △2019년 5142억 원 △2020년 5141억 원으로 감소했다.
한편, 김용현 전 장관은 지난 12월 10일 내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남찬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범죄 혐의 소명정도,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인멸할 염려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 고냐 스톱이냐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1월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생산 기업 제이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는 또 제이오 인수를 위해 5500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수페타시스 관계자는 “제이오 인수를 통해 기존 인쇄회로기판(PCB)에 집중된 단일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라며 “고품질의 산업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소재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를 비판하는 분위기다. 이수페타시스의 기존 사업과 2차전지는 무관하다는 이유에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 주주는 2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라며 “이수페타시스는 이번 경영권 인수의 대외적인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전기차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는 투자자는 없다”면서도 “현재 캐즘(수요 감소)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 제이오의 주요 고객사는 이로 인한 영향으로 장기 공급 계약이 취소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는 주당 2만 7350원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상증자 발표 후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급락해 현재는 2만 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소액주주로서는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다른 변수도 발생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12월 2일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중요 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수페타시스가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유상증자는 자동으로 철회된다. 일각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제이오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2월 3일 “제이오 인수 포기와 관련해 현재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