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손잡은 아버지, 영웅일까 괴물일까
@ 영화 정보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원작인 브램 스토커의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가 아닌 그 이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의 프리퀄에 해당되는 영화에 가깝다. 이미 흡혈귀가 된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그린 원작 소설과 달리 이 영화는 그 이전의 이야기, 그러니까 흡혈귀가 되기 전 블라드 체페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Dracula Untold>로 직역하면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드라큘라의 이야기’ 정도가 될 것이다.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의 실제 모델이 블라드 체페슈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의 실제 모델은 블라드 체페슈(루크 에반스 분)다. 다만 실존인물 블라드가 왈라키아인인 데 반해 영화는 소설의 설정에 따라 트란실바니아 출신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는 트란실바니아의 군주인 블라드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얘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그는 실제로 오스만투르크의 대군을 물리쳤으며 용이 그려진 갑옷을 입고 싸운다. 또한 체페슈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스만투르크의 병사들을 긴 꼬챙이로 처형한다. 작은 마을의 영주인 그가 오스만투르크의 대군을 물리친 까닭은 바로 그가 흡혈귀의 힘을 빌려 전쟁을 치르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그 역시 흡혈귀가 된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인간 블라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복종의 대가로 자신의 아들을 비롯한 1000명의 사내아이를 오스만투르크에 볼모로 보내 그들의 용병이 되도록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결국 전쟁을 선택하는 블라드의 고뇌, 전쟁에서의 절대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우연히 만났던 산속 동굴의 흡혈귀를 찾아가는 블라드의 선택, 막강한 힘을 얻었지만 피에 대한 갈망이라는 엄청난 유혹과 싸워야 하는 블라드의 고통, 결국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버리는 블라드의 결정 등이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 라인이다.
결국 이 영화는 흡혈귀 드라큘라가 아닌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백성들을 지키려는 인간 블라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가 개봉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투 장면이 나오는 블록버스터 영화로 알려졌지만 사실 방대한 스케일의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블라드의 개인적인 고뇌와 그가 흡혈귀가 되는 과정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마지막 장면이다. 배경이 과거 루마니아에서 현대의 도시로 바뀌면서 불사의 몸으로 살아 있는 블라드가 등장하는 것. 후속편에 대한 예고편 형식인 마지막 장면으로 볼 때 후속편은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큘라의 이야기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를 흡혈귀로 만든 산속 동굴에 살던 흡혈귀 역시 멋진 중년 신사로 변신해 드라큘라와 함께 현대 사회의 도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아마 후속편에서 소설의 주요 캐릭터인 반헬싱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그 자체로도 중세 시대를 그린 멋진 영화지만 후속편에 대한 예고편 역할에도 충실하다.
@ 초이스 기준 : 흡혈귀 영화보단 중세 시대 전쟁 영화를 좋아한다면 클릭
드라큘라의 이야기이며 흡혈귀가 중요 소재인 영화지만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오히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에 가깝다. 드라큘라라면 잔혹한 흡혈귀가 떠오르지만 이 영화에서 드라큘라는 아내와 아들을 지키려는 가장으로, 또 평화롭게 백성들을 통치하는 대공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의 인간적인 번뇌가 중세 시대의 전쟁이라는 소재와 맞물려 그려지고 있다.
@ 추천 다운로드 가격 : 1500원
영화 자체만 놓고 평가하면 1000원 정도의 추천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후속편을 기대케 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인해 500원을 올려 1500원의 추천 가격을 책정했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그 자체로 완성도 있는 영화지만 마지막 장면을 접한 뒤에는 훨씬 흥미진진한 후속편이 기대된다. 제목처럼 ‘전설의 시작’일 뿐 진정한 전설이 후속편에서 그려질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