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체 I사에 다니는 회사원 신연욱 대리(가명·29). 신씨는 지난달 말 거래처인 S사 임원으로부터 새벽 3시에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를 들자 S사 임원은 “신 대리, 우리 그때 갔던 곳 어디였지?”라고 물었다.상대방이 묻고 있는 곳은 얼마 전 자신이 소개해준 강남 논현동의 A 안마시술소였다.
최고의 ‘수질’과 화끈한 서비스를 갖춰 호색가들에게 최고의 화제가 되고 있는 업소였다. 신씨는 그러나 다음날 오후 “오전 6시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결국 출근 시간 때문에 그냥 돌아왔다”고 투덜대는 S사 임원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퇴폐·윤락업소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안마시술소 역시 빼어난 ‘수질’과 화끈한 서비스, 그도 아니라면 가격이라도 파격적이어야 살아 남는다는 것. 물론 불법으로 규정된 윤락은 이미 필수다.
지난 2일 새벽 4시 취재팀이 강남대로 한쪽에 자리잡은 A 안마시술소를 찾아갔을 때 4층 단독건물에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유리로 된 출입문을 밀어보니 아직 영업을 마친 것은 아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업주로 보이는 중년 여성과 붉은색 유니폼을 걸친 종업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그들이 묻는 첫 마디에서도 이 업소의 성격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명하시겠습니까.” 단골 아가씨가 있냐는 말이었다.
“없다”는 일행의 대답에 업주는 사람 수대로 번호표를 내준다. 휴일 사이에 낀 평일인데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 취재팀. 오판이었다.
새벽 4시가 넘었지만 업주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며 또렷하게 말했다. 널찍한 대기실에서 남성 열댓 명이 저마다 손목에 번호표를 부착한 채 하릴없이 기다리는 모습은 이곳의 명성을 반증하고 있었다.
여느 손님들과 뒤섞여 자리를 잡은 취재팀은 기다림에 지쳐 깜빡 잠이 들었다. 종업원이 기자를 깨운 것은 새벽 5시30분. 이미 1시간30분 이상을 기다린 것이었다.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3층에 마련된 객실로 들어섰다. 4평 남짓한 객실은 대형 유리로 샤워실과 객실이 분리돼 있었다.
객실에서 미리 대기중이던 수영복 차림의 미모의 아가씨는 기자가 입장하자 허리를 거의 90도로 굽혀 친절히 인사를 건넨다. 기껏해야 2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는 165cm 남짓한 키에 육감적인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기자가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렸다”며 짐짓 푸념하자 자신을 ‘체리’라고 소개한 그녀는 “그래도 오빠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연휴가 끼지 않은 평일이라면 2∼3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라는 설명이었다.
몇 마디 대화가 오간 뒤 체리의 안마가 시작됐다. 안마가 이뤄지는 동안에 이뤄지는 가벼운 신체접촉도 예사롭지 않았다. 약 10분간의 안마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결하게 끝났다.
이어 그녀가 본격적으로 색다른 ‘서비스’를 시도하려고 할 즈음 기자는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 힘들 것 같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대신 잠시 쉴 수 있겠냐고 묻자 아가씨는 순순히 이에 응했다.
그녀 또한 기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오후에 3시간밖에 못잤다”며 수영복 차림으로 그대로 몸을 뉘었다. 오후 7시를 기준으로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지만 몰려드는 손님들로 낮잠을 자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고.
게다가 손님 중에는 이따금 하드코어 포르노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괴한 체위의 성행위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더욱 지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손님들의 불평은 곧바로 자신의 ‘퇴출’로 연결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하소연이었다.
그러면서도 올해 스물셋이라는 그녀는 현재 모 방송사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에 출연중인 신인 탤런트 K군도 자신이 모신 적이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인기 남성 듀엣 D그룹의 한 멤버도 자신의 단골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아가씨는 피곤한 듯 잠에 빠져 들었다. 아가씨가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30분 뒤 전화벨이 울리면서. 전화를 끊고 난 뒤 그녀는 “5분이라도 늦으면 큰일난다”며 객실 정리를 서둘렀다.
객실을 나서는 기자에게 그녀는 “오빠,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없었지?”라며 반응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업주는 객실을 나오는 취재진에게 “잘 받으셨어요?”라며 기자의 만족도를 세심히 체크한다.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사이, 뒤이어 객실에서 내려온 몇몇 남성들의 입가에서는 연방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이 객실 안에서 어떤 ‘서비스’를 체험했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취재팀이 업소를 나선 것은 오전 7시에 접어들 무렵. 이미 회사원들이 거리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활기찬 일상과 음습한 욕망이 뒤엉킨 강남 한복판. 이것이 지금 서울의 두 얼굴이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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