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5천30만4390원 놓고 가, 15년간 총 4억원 기부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을 세고 있다. <사진제공= 전주시>
[일요신문]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어김없이 올해도 출현했다. 지난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5년째 몰래 나타나 온정을 베풀고 있다.
29일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50대 안팎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으로부터 주민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성은 통화에서 “주민센터 인근 세탁소 옆 차량 뒤 종이상자에 돈을 넣어놨으니 빨리 가져가 달라. 꼭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달려가 봤더니 그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이날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돈은 총 5천30만4390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00만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15년간 내놓은 돈은 총 4억원에 달한다.
2000년부터 익명 기부를 이어간 이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 5천30만여원을 놓고 갔다. 15년간 내놓은 돈은 총 4억원에 달한다. <사진=전주시 제공>
또 상자 속 A4 용지에는 큼지막하게 “소년 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라고 적힌 메모가 들어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14년간 찾아왔던 그 ‘얼굴 없는 천사’와 동일 인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얼굴 없는 천사’는 이번에도 자신의 신분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신원은 여전히 미궁속에 남았다.
노송동 주민센터는 지난해와 같이 공동모금회를 통해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10만원씩 나눠줄 계획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