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의원총회 장면. | ||
열린우리당은 <일요신문>이 입수한 ‘9월 정세 개괄 및 대응기조’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문건은 지난 9월 초 당 기획자문위원회 위원들에게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A4용지로 24장 분량이다.
문건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이 자체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최근 광주·전남 지역에선 지지율이 급락한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민심이 열린우리당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여권의 지지층이었던 40대 민심의 이탈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돼 열린우리당은 별도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호감 가는 차기 정치인’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꼽힌 대목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지난 8월22일 현재 정당지지도에서 열린우리당(28.2%)은 한나라당(29.8%)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월2일 실시했던 자체 여론조사에선 열린우리당이 28.2%로 한나라당의 27.3%보다 다소 앞섰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문건에선 “신기남 당의장의 부친 친일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역별로 광주·전남지역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건에 따르면, 8월2일 조사에선 광주·전남 지역 정당지지도에서 열린우리당이 50.2%나 차지했고, 민주당은 18.2%, 민노당 14.1%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하지만 20일이 경과한 8월22일 조사에선 열린우리당 30.5%, 민주당 22.9%, 민노당 14.1% 등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20%나 대폭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소폭이지만 5%가량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호남이 지역구인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현정부 들어 끊임없이 제기돼 온 ‘호남소외론’이 호남 민심에도 직접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 | ||
그렇지만 40·50대 특히 40대의 경우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모두 지지도가 하락한 반면 한나라당 지지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열린우리당 24.1%(8월2일)→21.7%(8월22일), 민노당 18.9%→13.3%로 40대에서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반면 한나라당은 27.2%→39.4%로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열린우리당은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이탈층이 한나라당의 지지층으로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며 “지금부터는 이탈 현상이 가시화되는 40대를 전략계층으로 삼아 견인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40대의 민심이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일까. 문건에선 별도로 ‘40대 지지율 확보방안’에 대해 적시하고 있다. 문건에서 분석하고 있는 ‘40대 지지율 하락 원인’은 “40대가 대체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과거사 청산 등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8월 초에는 40대 지지율이 한나라당 등 야당과 엇비슷했으나, 8월 하순에 들어선 지난 2년 동안의 우세적 경향에서 벗어나 완전히 역전당한 상황”이라며 “40대의 여권에 대한 판단기준이 ‘기대(희망)’와 ‘이상’의 관점에서 ‘현실 과제’의 관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열린우리당은 문건을 통해 “40대는 과거사 청산 논란 속에 빚어진 여권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선친들에 대한 친일 등 과거사 논란 확산으로 여권에 대한 실망감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6월 이후 40대에서 지속적으로 지지세가 빠져나가고 있는 현상은 여권의 불협화음, 경제난의 지속, 구체적인 희망요소의 부재 등 때문”이라고 ‘자아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더 큰 문제는 열린우리당을 이탈한 지지층이 부동층화하지 않고 한나라당 지지로 옮겨가는 현상”이라며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한 동조인지, 여권에 대한 실망에 기초한 단순 반사이익으로 볼 것인지 심층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선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변수 가운데 하나를 ‘40대에서의 우세’로 꼽고 있다. 또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데 30·40대 여성의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데 별 다른 이의가 없다. 이처럼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40대의 비중이 컸다. 하지만 이들 40대 민심이 여당을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 국무회의에서 만난 정동영·김근태 장관. | ||
우선 개혁기조 영역에선 “과거사 정리와 부패청산 등에 대한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며 “개혁의 우선순위는 공공부문 부패청산-민간부문 부패청산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민생·경제 영역에서는 “현재의 경제난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운동적 성격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재도약을 위한 노사정 대협약’ 추진 등의 정책과 미시적 경제활성화정책 제시가 필요하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10년 후 2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제시할 여권의 미래 비전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여당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과시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문건에는 이밖에도 ‘주요 현안 조사 지표’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평가 부문에서 ‘긍정 47.2%, 그저 그렇다 35.6%, 부정 13.3%’로 나타나, 여당의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표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장 호감 가는 차기정치인으로 박근혜 18.3%, 정동영 5.8%, 김근태 2.5%, 고건 2%, 없다 59% 등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상당히 이른 감은 있지만, 여권의 차기 주자로 일컬어지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 대표의 지지율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현안인 과거사 청산작업에 대해선 ‘필요하다 58.3%, 불필요하다 38.8%’였으나, 과거청산 방식에 대해선 ‘동의한다 46.2%, 동의하지 않는다 50.5%’로 나타났다.
또한 수도권 이전 찬반을 묻는 조사에선 ‘찬성 43.5%, 반대 52%’로 나타나,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 설득 작업이 부족했던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