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압박해 공천권 짜내기
그는 또 “김 대표 측근들과 청와대 홍보라인과 매우 밀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새누리당 고참 당직자는 “친박계가 특성상 비밀·보신주의로 인해 당직자들과 교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오랜 기간 여의도를 떠나 있었다. 무대 쪽은 프로페셔널하다. 당직자들과 스킨십이 좋다는 의미”라며 “박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시절, 문고리 권력을 통해 우회적으로 소통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인데, 그때 당직자들이 지금 청와대에도 들어가고 한 것 아닌가. 어딘가 누수가 생겨도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청와대 홍보수석에서 물러난 뒤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돌아온 이정현 의원 역시 김 대표 쪽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탈박’으로 거론되는 유승민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직을 놓고 무대 쪽에 포섭됐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 때문에 친박계 핵심에서 ‘방어전’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내정 소식은 좋은 계기가 됐다. 박세일 이사장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세종시 문제를 놓고 강하게 맞붙었던 ‘껄끄러운’ 인사임이 분명하다. 그간 정치적 목소리를 자제해온 서청원 최고위원마저 박세일 임명에 관해 “재고하라”고 밝혔고,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도 “김 대표의 전당대회 득표율이 29%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모습은 92%”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여기에 최근 ‘당 사유화’라는 공식까지 연결된 셈이다. 김 대표 측은 이 같은 상황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실 보좌관은 “대표가 최고위원회 의결을 받기 위해 직접 안건을 올려 설명하고 충실하게 의견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며 “당과 청와대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데, 사당화라는 비판 자체가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의 경우 지난 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호락호락하게 사유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김 대표가 그렇게 사유화한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하는 등 친박계 일각에서도 옹호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의 친박계 고참 당직자는 “박세일 임명을 물고 늘어지는 게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 일종의 대표권을 제한하는 것인데 지금은 명분과 실리가 없다. 지금 당이 대표 한 사람이 아닌 최고위원회 의결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모를 사람이 없다. 최고위원회 다수가 친박계”라며 “오히려 친박계 쪽에서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공무원연금 개혁 실패 시 책임을 묻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정부안을 중심으로 전원 서명으로 진행하는 사안인데 김무성 지도부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김무성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함이 아닐 것”이라며 “김 대표가 진짜 물러났을 때 당대표로 세울 주자도 마땅치 않다. 대표권을 제한할수록 공천권이 넘어온다는 계산 같기도 하다. 2월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바뀌면 곧바로 4월 재·보궐 선거인데, 이게 제법 의미가 있다. 전 통합진보당 의원 지역구 3석 가운데 1석이라도 빼앗아 와야 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처럼 자신을 둘러싼 친박계가 사분오열된 양상에 김무성 대표는 말을 아끼는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 12월 청와대 비공개 회동에 관해서도 “그렇게라도 소통하면 좋은 일”이라며 넘겼다. 싸움을 걸어와도 받아치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읽히지만, 정작 여의도 정치권은 ‘반격 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지난해 상하이에서의 ‘개헌 발언’과 같이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만한 거리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연말께 “뜬금없는 조직적인 반발이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7월까지는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적이 있다. 7월은 당 대표 취임 1년이 되는 달로, 이전에 대표가 사퇴할 경우 당규상 차순위 후보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승계토록 돼 있다고 한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총알과 화살을 비축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