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해주면 칼로 귀에서 귀까지…”
마돈나(오른쪽)를 죽이겠다고 협박, 10년형을 산 로버트 호스킨스는 출옥 후엔 ‘새로운 타깃’ 할 베리를 스토킹했다.
마돈나만큼 많은 스토커를 거느린(?) 스타도 없을 것이다. 폴란드 출신인 그르제고르즈 마트록이라는 20대 남성은 2010년 영국 런던에 있는 마돈나의 집에 무단 침입한 후 전 남편이자 영화감독인 가이 리치의 옷을 입어 보다가 발각되었고, 1년 후엔 다시 그 집에 몰래 들어가 드레스룸의 옷장 안에 숨어 있다가 발각되어 결국 실형을 선고 받았다. 맨해튼의 집 근처엔 칼을 든 남자가 배회했고, 촬영장에도 종종 정신이상자들이 출몰하곤 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로버트 호스킨스에 비하면 어설픈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마돈나와 같은 나이(1958년생)인 호스킨스가 처음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건 1995년 4월이었다. 그는 할리우드 힐에 있는 마돈나의 집 담장을 밤에 타고 올랐다. 보디가드인 바실 스티븐스는 그를 내쫓았고 꽤 긴 거리를 달려갔지만 잡진 못했다. 호스킨스는 다음 날 다시 마돈나의 집을 찾았다. 이번엔 낮이었고, 아예 초인종을 눌렀다. 당시 마돈나는 자전거를 타러 바깥에 나간 상태. 어시스턴트인 커레스 노먼이 마돈나가 집에 없다고 하자, 호스킨스는 인터폰에 대고 노먼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때 보디가드인 스티븐스가 그에게 다가갔고, 호스킨스는 종이에 뭔가를 휘갈긴 후 스티븐스에게 전하며 마돈나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다. 만약 전달되지 않으면, 마돈나든 보디가드든 이 집에 있는 누구 한 명은 자기 손에 죽을 거라고 위협했다.
며칠 후 마돈나는 집으로 들어가려고 대문 앞에 섰을 때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불과 몇 미터 앞에 호스킨스가 있었고, 이후 법정 진술에 의하면 그의 광기 어린 눈빛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5월 29일 밤, 호스킨스는 다시 담을 타고 마돈나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차고 지붕 위를 신이 나서 뛰어 다녔고, 잠시 수영을 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숨겨 놓은 총을 꺼내 들었고, 보디가드는 두 발의 총을 쏴 그를 제압했다.
경찰에 체포된 호스킨스는 매우 엄한 법적 처분을 받게 되었다. 1982년에 배우 테레사 샐다나가 칼에 찔리고, 1989년에 배우 레베카 셰퍼가 스토커의 총에 맞아 죽은 후, 캘리포니아는 스토킹을 중범죄로 분류, 매우 강력한 법적 대상으로 삼게 된 것. 국선 변호인은 호스킨스가 무단 침입을 했을 뿐 위협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배심원단의 평결은 유죄였다.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말과 함께, 칼로 “귀에서 귀까지 그어서” 목숨을 앗아가겠다는 끔찍한 표현을 한 것,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그런 행동은, 의심의 여지없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법정엔 마돈나가 직접 출두해야 했는데, 호스킨스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두려워 법정에 나가지 않으려 했지만 법적으로 반드시 참석해야 했고, 재판이 끝난 후 “오늘 재판이 다른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법의 실질적인 효력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한편 호스킨스는 5가지의 중범죄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 미소를 짓기도 했는데, 마돈나와 가까이 대면할 수 있다는 사실에 소원 성취라도 한 듯 보였다.
1996년 재판에서 10년형을 선고받은 호스킨스는 감형 없이 형기를 마쳤고, 이후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치료를 받았다.
2012년 2월 3일, 다시 사건이 일어난다. 호스킨스가 정신병원을 탈출한 것이다. 치료약의 효과가 떨어지면 극도의 폭력성을 드러낼 수도 있는 상황이라 경찰은 바짝 긴장했는데, 약 일주일 후 병원에서 16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체포되었다. 탈출 전 병원 경비와 이야기를 나누며 유독 롱비치 북부 지역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것을 단서로 수사를 벌인 끝에 검거된 것. 그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는데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가 병원을 빠져 나간 건, 스토킹의 새로운 타깃이 나타났기 때문. 바로 영화배우인 할 베리였다.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하며 <몬스터 볼>(2001)로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할 베리는 2011년에도 이미 한 차례 스토커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었다. 베리의 집을 무단 침입했던 리처드 프랑코라는 20대 남성이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던 것. 2005년엔 로버트 소어라는 남자가 살인 협박 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스토커에 지쳐 있던 상황에서 로버트 호스킨스로부터 다시 위협을 받자, 할 베리는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 살기로 결심했는데, 당시 전남편과의 치열한 양육권 분쟁이 있던 상황과 겹쳐 곤란한 지경에 빠지기도 했다. 현재 로버트 호스킨스는 정신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