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기업의 메카였던 서울 강남의 ‘테헤란밸리’ 전경. | ||
<일요신문>은 지난 2000년 4월 코스닥시장에 등록됐던 U사가 같은 해 2월께 코스닥위원회에 제출했던 ‘U사 현황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당시 15대 국회의원이었던 이 총리의 보좌관이었던 정태호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과 현재 개인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김석철씨 등 4명이 U사의 임원으로 등록돼 있다.
2001년 1월30일 현재 U사의 임원현황을 보면, 장아무개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으며 정 비서관과 김씨 등이 비상근 이사로, 현대기술투자 투자심사부장이었던 정아무개씨가 비상근 감사로 등재돼 있다.
그런데 ‘99년도 임원 급여현황’을 보면, 앞서 언급했던 임원 4명에게 모두 2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99년도 임원 1인당 평균급여’가 ‘5천만원’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U사가 코스닥에 등록되기 전년도인 99년에 임원 4명에게 2억원을 지급했다는 기록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보좌관 신분으로 사기업인 U사의 비상근 이사를 겸임했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정 비서관과 김씨 등이 실제로 U사로부터 급여를 수령했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정 비서관은 2000년 1월30일 현재 U사의 주식을 2천8백63주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서 정 비서관과 김씨 등은 모두 “U사로부터 별도의 급여나 활동비를 일절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정보화촉진기금 운용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8월30일, 이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정 비서관은 “민주화운동 후배인 장 전 사장이 U사의 이사로 등록해달라고 해서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며 “별도의 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주식 소유와 관련해선 “장 전 사장이 94년께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5백만원을 투자했고 주식 1천 주씩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무상증자되면서 2천8백여 주로 늘어났다가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액면분할돼 2만8천 주로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U사의 2002년 9월10일 현재 ‘임원·주요주주소유주식보고서’에 따르면, 정 비서관은 소유주식을 2002년 8월13일(1천 주, 한 주 당 시가 2천4백90원)과 14일(1만1천6백30주, 2천4백20원), 16일(7천 주, 2천4백20원), 20일(9천 주, 2천4백90원) 등 네 차례에 걸쳐 총 6천9백98만4천6백원에 매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비서관은 처음 투자했던 5백만 원으로 6천5백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셈이다. 정 비서관은 주식을 매각한 까닭에 대해 “2002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고 친지 등에게 빌렸던 돈을 갚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입수한 코스닥위원회 자료에 기록된 ‘임원 4명의 99년 급여 2억원’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지난 23일 또다시 정 비서관과 김씨 등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에 정 비서관과 김씨 등은 또다시 “U사로부터 별도의 급여나 활동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비서관은 “U사에서 급여를 받은 사실도 없고, (코스닥위원회) 자료가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급여 2억원을) 장 전 사장이 혼자서 다 받았는지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만 답변했다. 김씨도 전화통화에서 “장 전 사장이나 U사로부터 단돈 10원도 받은 적이 없다”며 “(장 전 사장이) 돈을 만들어 놓고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다. 내가 만일 급여를 받았다면 검찰에서 계좌추적을 해보면 나올 것이 아니겠냐”고 밝혔다.
이처럼 두 사람은 U사에 5백만원을 투자해서 주식 1천 주만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별도의 급여는 일절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의 추측이 가능하다. 장 전 사장이 지난 2000년 2월께 코스닥위원회에 제출했던 ‘U사 현황 자료’가 위조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임원 4명이 2억원을 받은 것으로 코스닥위원회에는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전혀 지급되지 않았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정 비서관과 김씨가 U사로부터 별도의 급여나 활동비를 일절 받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현재로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시 U사의 급여지급 대장이나 개개인의 갑근세 납부 현황 자료 등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현재 미국으로 도피한 장 전 사장이 정 비서관과 김씨 등을 U사의 이사로 영입한 배경과 이들에게 실제 급여를 지급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전모를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보화촉진기금 운용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남기춘)는 지난 22일 장 전 사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미국에는 범죄인 인도요청을 했다. 검찰은 “핵심 피의자인 장 전 사장이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여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 비서관과 김씨 등이 국회의원 보좌관과 U사의 비상근 이사를 겸직할 당시 U사가 14억여원의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받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도 현재로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석연치 않는 의문은 남아 있다. 정 비서관은 지난 98년 3월12일 U사의 이사에 취임해서 2002년 10월11일 해임됐다. 그런데 이 총리가 15대 의원 시절인 96년 5월30일부터 99년 4월8일까지 보좌관을 역임한 경력도 있다. 여기서 정 비서관은 98년 3월부터 99년 4월까지 1년 동안 U사 이사와 보좌관을 겸임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씨 역시 96년 2월14일 U사의 이사로 취임, 2001년 3월16일 해임됐다. 그는 96년 6월10일부터 2002년 7월20일까지 보좌관을 역임했다. 김씨는 U사의 이사로 있던 기간 내내 의원 보좌관직을 겸임한 셈이다.
그런데 이 총리가 15대 의원이었던 98년 5월부터 2년여 동안 정보화촉진기금을 운용하는 정보통신부를 감사하는 국회 과기정통위 소속이었다는 것.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은 10월 국정감사 동안 정보화촉진기금과 관련된 의혹들을 하나하나 파헤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