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수원 황구지천변의 철관. SBS 촬영 | ||
철관은 비록 녹이 슬었으나 크기가 커 제법 값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신씨는 철관 입구를 양손으로 붙잡고 앞으로 끌었다. 그러나 강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흙이 잔뜩 들었나.’신씨는 대수롭지 않게 철관 안을 들여다보았다.
철관 내부에서 딱딱하게 얼어붙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물체를 자세히 살펴보던 신씨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시체였다. 30대 여자였다. 사망한 여인은 둔기로 정수리 부근을 심하게 얻어맞았으며, 코피를 흘린 채로 숨을 거둔 상태였다. 하의도 벗겨져 있었다. 신씨는 직감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단어가 떠올랐다. ‘화성’이었다.
과연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수원에서 재연된 것일까? 아직 ‘화성사건의 연속이냐’ 아니면 ‘모방 범죄’냐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경찰에서는 성폭행 흔적이 없다는 점 등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 원한관계에 의한 청부살인 사건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범행 지역 역시 화성과 인접한 곳인 데다 피해자의 본적 역시 공교롭게 화성이라는 점에 비추어 이번 사건이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화성사건과 유사하다고 보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화성 2차, 4차, 7차 살인 사건과 범행 수법면에서 유사성을 가졌기 때문.
▲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다시 ‘추억’하게 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최근 이와 유사한 사건이 수원에서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 ||
또 이번 사건의 경우 성폭행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피해자의 팬티가 벗겨진 상태여서 성폭행을 시도하지 않았느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피해자의 팬티도 발견되지 않아 성도착증 환자나 정신병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음부에서 정액 등 구체적인 성폭행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둔기가 범행도구로 등장한 점도 화성 사건과 다르다. 화성 2차 사건 때는 범인이 피해자 가슴에 드라이버나 면도칼과 같은 흉기로 흠집을 내기는 했지만 아홉 건의 ‘화성사건’에서 둔기는 사용되지 않았다. 범행 수법 등 단순 정황만을 놓고 본다면 성폭행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치자 둔기로 여인을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연관시키지 않고 있다. 수원 중부경찰서 김종식 형사계장은 “사체에서 성폭행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과 사체 발견 당시 이씨가 정수리 부분을 심하게 가격당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범인이 이씨를 모처에서 살해한 뒤 이곳으로 옮겨 유기시킨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화성사건처럼 우발적 요소가 상당수 이입된 범행이 아니라 이씨에 대한 원한이나 금품을 노린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숨진 이씨의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지난 12월28일 보험 계약자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행방불명돼 지난 12월31일 가출신고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남편, 그리고 이씨의 보험계약자와 주변 인물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면서 현장에 대한 감식 작업을 계속 진행중이다.
발생일시 : 1986년 10월20일
피해자 : 박현자(여·25), 무직
본적 : 송탄시 신장동 300
사체 발견일시 및 장소 : 1986년 10월23일 오후 2시50분경 태안읍 진안리 농수로 내
사채 유기 : 농수로
범행방법 : 목 졸라 살해
특이수법 : 드라이버로 가슴 찌름
사체 감정 결과 : 정액 양성(혈액형 불능), 우유갑 2개(혈액형B, O형), 담배꽁초 1개(혈액형 B형), 모발 6본(O형2본, B형4본)
■ 화성부녀자 연쇄 살인 4차 사건 분석
발생일시 : 1986년 12월14일
피해자 : 이계선(여·21), 회사원
본적 :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177
사체 발견 일시 및 장소 ; 1986년 12월21일 정남 관항리 논둑
사체 유기 : 둑, 들깨단으로 덮음
범행방법 : 블라우스로 양손을 뒤로 결박한 뒤 성폭행. 스타킹으로 목을 졸라 살해.
특이수법 : 거들로 머리 씌움, 음부 난행(우산손잡이)
사체 감정 결과 : 혈흔, 모발, 음모에서 혈액형 B형, 손수건에서 정액 양성 반응
■ 화성부녀자 연쇄 살인 7차 사건 분석
발생일시 : 1988년 9월7일
피해자 : 안희순(여·54), 무직
본적 : 화성군 팔탄면 가재리 295
사체 발견 일시 및 장소: 1988년 9월8일 오전 9시30분 팔탄면 가재리 295 농수로
사체 유기 : 둑, 들깨단으로 덮음
범행방법 : 성폭행, 블라우스로 양손 뒤로 결박, 블라우스 끈으로 목 졸라 살해
특이수법 ; 거들로 머리 씌움, 음부 난행(우산손잡이)
사체 감정 결과 : 음모·모발·피묻은 팬티에서 혈액형 AB형, 정액 검출 불능
■ 수원 부녀자 살인 사건 분석
발생일시 : 2003년 12월29일∼2003년 1월2일 (추정)
피해자 : 이아무개(여·31), 보험설계사
본적 : 화성시 매송면
사체 발견 일시 및 장소 : 2003년 1월4일 수원 권선구 탐동 황구지천변
사체 유기 : 둑, 강철관에 넣은 뒤 스티로폼으로 덮음
범행방법 : 압박붕대로 얼굴과 머리 씌움. 케이블 전선으로 양손 뒤로 결박
특이수법 : 성폭행 흔적 없음, 둔기 사용해 정수리 부근 가격하고 목을 졸라 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