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눈에 띈 움직임은 지난 7월 말 단행된 개각에서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5년 선배인 윤광웅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국방장관에 임명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노 대통령의 1년 후배인 오정희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내 ‘핵심요직’인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돼 주목을 받았다.
오 비서관은 SK측으로부터 불법으로 11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대검 중수부에 구속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부산상고 54회 동기다. 노 대통령의 ‘집사’구실을 해온 최 전 비서관이 낙마한 뒤 빈 자리로 남아 있던 청와대내 부산상고 ‘티오’를 동기인 오 비서관이 채운 형국이다.
노 대통령의 동기인 김병호 전 국무조정실 총괄조정관도 지난 2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하나로 잇는 전자정부 구현사업을 수행하는 자치정보화조합 초대 이사장으로 안착했다.
무엇보다 경제계에 진출해 있는 부산상고 인맥들은 더욱 착실히 입지를 다지고 있다. 검찰의 대선 경선자금 수사에서도 일부 실체가 드러났듯이 부산상고 출신 경제인들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등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검찰 수사결과 당시 최도술 전 비서관이 동문 기업인 등으로부터 모금한 것으로 공식 확인된 선거자금만 2억7천8백만원이었다.
이들 부산상고 출신 경제계 인사들은 노 대통령의 후배로 ‘불법 정치자금 95억원 제공설’의 당사자인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 사건으로 한때 도매금으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으나,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요즘 세간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인사로는 임기 종료를 코앞에 둔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뒤를 잇는 차기 행장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을 꼽을 수 있다. 부산상고 51회로 노 대통령의 2년 선배인 김 사장은 1998년부터 부국증권 대표이사를 지내다 지난해 5월 현대증권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국민은행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윤경희 ABN암로 한국총괄대표, 조왕하 코오롱 부회장와 국민은행 김영일 부행장, 홍석주 증권금융 사장(전 조흥은행장), 장병구 수협은행 대표,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강신철 전 경남은행장, 장형덕 전 교보생명 사장, 이덕훈(전 우리은행장) 김종창(전 기업은행장) 금융통화위원 등이었다. 그런데 후보 선정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최근 며칠 사이 김 사장은 이근경 세종법무법인 부설 시장경제연구원장 등과 함께 새롭게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김 사장은 올 초에는 증권업협회 차기 회장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끝내 경선 참여를 고사한 바 있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김 사장은 경력과 능력 면에서 행장 후보로 부족할 게 없지만 노 대통령의 고교 동문이라는 점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과 51회 동기인 97년부터 한국증권거래소 상임감사를 지내다 지난해 6월 증권거래소 상임고문으로 옮긴 옥치장씨와 54회인 김옥평 전 한미은행 부행장 등도 부산상고 출신 금융계 인맥을 이룬다.
특히, 이성태(51회) 한국은행 부총재 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금융계의 실력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그는 2000년 5월부터 한국은행 조사담당 부총재보를 지내다 노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종결된 사흘 뒤 임기 3년의 부총재로 승진했다.
▲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 ||
노 대통령이 친한 친구로 꼽았던 53회 동기 이충정 제일은행 상무는 대선 당시 제일은행 업무추진역으로 일하다 지금은 상무로서 기관영업부를 책임지고 있다.
1년 선배인 이상덕(52회) 전 금감원 감독조정실 실장은 외환카드 감사를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대선 당시 김경재 민주당 의원의 ‘음해성 폭로’로 유명세를 탔던 김대평(56회) 금감원 은행검사2국 국장은 대선 당시 비은행검사국 국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1월 금감원내 핵심 요직인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김대평 국장에 대해 “은행에서 빌린 1조원을 주식에 투자해 2000억원의 이익금을 남겼다”고 폭로했던 김경재 전 의원은 지난 5월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됐다가 김 국장 등의 고소 취하로 지난 6월 석방됐다.
텃밭인 부산지역에서 활동중인 금융인으로는 최근까지 국제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지내다 화승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를 맡은 김의태씨(49회)와 국제상호저축은행 상임감사를 지내다 대표이사로 영전한 최진순씨(56회) 등이 있다.
부산상고 출신 기업인들도 현 정부 출범으로 인해 큰 덕을 본 것은 없지만 각자 맡은 위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영원한 실세’로 노 대통령의 1년 선배인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 본부장은 올 1월 겸임이던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3백85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를 포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 계열사 출신 중에는 삼성생명 대표이사, 삼성전자 사장 등을 지낸 뒤 SK그룹으로 옮겨 옛 선경그룹 경영기획실 고문(사장) 등을 지낸 안시환(45회) 안진회계법인 부회장도 있다.
또 한행수(50회) 삼성E&C㈜ 회장 역시 2001년 7월까지 삼성라이온즈 대표이사, 삼성물산㈜건설부문 경영고문 등을 지낸 ‘삼성맨’이다.
신헌철(51회) SK㈜ 사장도 전문경영인으로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SK가스 대표이사를 지내다, 올 3월15일부터 SK그룹의 핵심 주력회사인 SK㈜ 대표이사로 영전했다. 취미로 시작했다가 어느덧 프로급 경지에 오른 마라톤을 이용해 불우이웃 돕기 모금을 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유명하다.
SK㈜에서 올 3월까지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내다 현재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황두열씨도 부산상고 49회다.
노 대통령의 1년 선배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과 동기인 김종운 현대미포조선 부사장(경영지원 총괄)은 올 1월까지 부사장급인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위탁경영팀 관리본부장을 지내다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신문석(42회) 농심그룹 부회장, 정종순(49회) 금강고려화학 부회장, 민수기(49회) LG건설 비상임고문, 대선 직후 승진한 이철우(64회) LG전선 상무(경영혁신부문 담당 및 CIO), 채광옥(50회) 대우자동차 해외법인 중국주재 부사장, 노 대통령과 같은 종중 소속인 것으로 알려진 노재훈(45회) 경동정밀 회장 등도 부산상고가 배출한 전문경영인들이다.
박득표(43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은 지금 대한체조협회장으로 일하고 있고, 금호그룹 사장과 고문을 역임한 사공수영(47회)씨는 2002년 뉴스코프(scope)21 대표이사로 옮겨 활동중이다.
노 대통령의 선배로 대선 당시 부산지역 중소기업인들을 중심으로 노 후보 후원회를 조직하고 회장을 맡기도 했던 윤청목(46회) 제일엔지니어링 사장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에서 정보통신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상고 출신 오너 경영인으로는 9대 동문회장을 지낸 김찬두(39회) 두원 회장 겸 전경련 이사가 먼저 꼽힌다. 김 회장은 옛 신한국당 전국구 의원으로 14대 국회에 진출한 이력이 있고, 현재도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상건(42회) 동국산업 회장과 김영재(42회) 한국후지필름 대표이사 전무, 박안식(45회) 대창단조 회장 등도 오너 경영인들이다.
올해로 개교 1백9주년을 맞은 부산상고는 내년부터 인문계고로 탈바꿈하기로 하고 현재 교명 변경작업을 추진중이다. 대다수 동문들은 새 교명을 ‘부산제일고’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부산 제일’의 명문 인문계고로 거듭 태어나려 하고 있는 부산상고의 동문 경제계인사들이 새로운 도약을 일궈낼지 주목된다.
‘부상’ 출신 기업인 누가 있나
김찬두(39회) 두원 회장
김영재(42회) 한국후지필름 대표
신문석(42회) 농심그룹 부회장
장상건(42회) 동국산업 회장
노재훈(45회) 경동정밀 회장
박안식(45회) 대창단조 회장
안시환(45회)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윤청목(46회) 제일엔지니어링 사장
사공수영(47회) 뉴스코프21 대표
민수기(49회) LG건설 비상임고문
정종순(49회) 금강고려화학 부회장
황두열(49회) SK(주) 상임고문
채광옥(50회) 대우자동차 부사장
한행수(50회) 삼성E&C(주) 회장
김종운(52회) 현대미포조선 부사장
이철우(64회) LG전선 상무
이민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