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공천에…’ 슬그머니 발빼기
김무성 대표(왼쪽)가 개헌이슈에 잠잠한 가운데 개헌모임 여당 측 인사로는 이재오 의원 등 2명만 남은 상태다.
개헌 이슈는 지난해 7월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대표가 직접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고 ‘개헌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을 주축으로 “다음 정권에서 개헌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2015년에는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개헌론자들이 많은 야당이 적극 동참하면서 추진에 힘을 실었다. 개헌 주장은 여야 의원 154명이 가입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을 원동력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가 개헌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면서 갈등을 빚었다. 국정운영을 하는데 개헌 논의가 진행되면 어떤 이슈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는 까닭에서다. 여당 내에서는 개헌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0월 중국 방문 중 ‘개헌 봇물’ 발언 이후 개헌 언급을 자제했다. 김 대표가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청와대 측은 “실수가 아닌 의도”로 파악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후 새누리당의 변화는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하는 결의안 서명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헌모임은 여당 의원 9명을 포함한 여야 의원 35명의 서명을 받아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후 나성린 함진규 홍일표 의원이 철회했다.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줄어들자 개헌모임의 주축인 친이계 이재오 조해진 의원과 새정치연합 우윤근 유인태 의원은 지난 12월 개헌추진국민연대 출범식을 열며 다시 한 번 이슈화에 나섰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새누리당이 ‘모르쇠 모드’에 돌입하면서 개헌모임도 힘을 잃었다. 특히 이재오 의원을 따르던 친이계 의원들마저도 개헌 추진 서명 등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헌모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우윤근 의원실 측은 “올해에는 아직 개헌모임 일정이 잡힌 것이 없다. 김무성 대표가 중국에서 한 개헌 발언으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후 새누리당이 ‘잠수’를 탔다. 모두 개헌이 시기상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개헌모임 내부에서 준비하고 있던 개헌 관련 서명이 있는데 이름을 올렸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이름을 빼달라고 해 지금은 이재오 의원을 포함해 단 두 명만 남아있다. 개헌 추진이 모두 보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결국 새누리당 내에서 현재 개헌 추진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의원이 두 명뿐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여당 의원들의 청와대 눈치 보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천을 앞두고 김 대표가 100% 상향식 공천을 결정하면서 의원들의 마음이 청와대와 지역민심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의원들은 청와대와 김 대표가 각을 세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원래 친이도 친박도 아니기에 처음부터 계파로서의 신뢰도는 부족했다. 사실 여당은 계파색이 강한 야당보다 눈치 보기가 더 심하다. 공천을 앞두고 김 대표가 여론조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박세일 교수를 여의도연구원장에 앉히지 못하면 의원들의 마음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 대표의 도전은 지금 청와대와 개헌으로 맞붙은 제1라운드에 이어 박세일 카드로 제2라운드에 돌입한 셈이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