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는 건설사들 보며 혹독한 ‘다이어트’
건설경기 위축으로 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코오롱글로벌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코오롱글로벌 사옥.
지난해 9월 동부건설은 한국기업평가(한기평)로부터 신용등급 ‘B-’를 받았다. 동부건설은 결국 해를 넘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한기평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지난 2일 B-에서 ‘D’로 강등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4월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BBB-’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변동 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동부건설보다 신용등급이 몇 계단이나 위에 있기 때문에 상황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코오롱글로벌 측도 “유동성 위기는 우리 회사(코오롱글로벌)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BBB+ 이하)에 있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이유는 지속되는 적자 탓이다. 지난 2013년부터 코오롱글로벌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공시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012년에는 약 137억 원의 흑자가 났지만 2013년이 되면서 232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의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297억 원이었다. 더군다나 올해 상반기에 상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가 순차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코오롱글로벌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회사에서 1000억 원 이상의 회사채를 갚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코오롱글로벌은 담합으로 인해 관급기관 입찰참가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11월 6일부터 오는 2016년 11월 5일까지 2년간 관급공사 입찰참가 자격 제한 조치를 받았다. 관급 기관 상대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정지는 코오롱글로벌 전체 매출액 대비 40.99%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코오롱글로벌은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입찰참가 자격은 유지된다. 설상가상 인천도시철도 2호선 입찰담합을 이유로 지난 12월 26일부터 오는 5월 25일까지 5개월간 관급기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다. 코오롱글로벌은 인천지방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이 건 역시 효력이 정지돼 있다.
이외에도 코오롱글로벌은 피소된 사건이 14건, 제소한 사건이 10건으로 적지 않은 송사에 휘말려 있다. 매출을 올리고, 채무를 상환해야하는 코오롱글로벌이 소송에 패소해서 관급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돼 매출이 하락하거나 손해배상이라도 하게 된다면 다른 회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최근에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2000년 후반에 발생한 일들로 꽤 오래전 이야기”라며 “문제가 됐고 시정명령도 내려왔기 때문에 회사도 근절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택 장안마을에 있는 아파트 단지 ‘코오롱하늘채’.
지난 연말에도 위기 탈출 작전은 계속됐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12월 24일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김천에너지서비스의 지분 20%를 560억 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30일에는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한 고속도로 휴게소 덕평랜드 주식 중 195만 1200주를 타법인 주식 처분으로 간주하고 유상감자해 466억 3368만 원을 확보했다. 이후 코오롱글로벌은 덕평랜드 주식 49%를 맥쿼리자산운용이 설정한 ‘한국 민간운영권 사모 특별자산 투자신탁 제3호’에 133억 6680만 8000원에 매각했다.
한 번의 유상감자와 두 번의 거래로 코오롱글로벌은 약 1160억 원을 쥐게 됐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지난해 1250억 원의 회사채를 상환했고 올해 1300억 원의 공모채 상환 계획이 있다”며 “올해 상환 스케줄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상환 재원을 미리 만들었다. 순차적으로 만기 도래하는 것들 위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코오롱글로벌은 네이처브리지라는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에 224억 원을 출자했다. 네이처브리지는 49%의 주식을 매각하고 5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덕평랜드를 운영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다. 일각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에 유상증자라는 단어가 나오자 즉각 ‘유동성 위기’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운영비였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도로공사 측에 내야할 임대료 문제 등을 처리하기 위해 신규법인에 운영비 명목으로 유상증자 했다”고 밝혔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부채비율 줄이기 프로젝트가 올 말이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는 경영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전제하면서도 “올해 말이면 금융비용에 나가는 비용이 줄어들어 영업이익만으로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관적 전망도 상존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건설업계가 힘들 텐데 코오롱글로벌의 계획대로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브랜드 ‘하늘채’로 유명한 코오롱글로벌이 새해 늪에서 벗어나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