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수사한 성동경찰서 관계자들은 30대 여인 장씨의 엽기적 성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그 대상자가 하나같이 중학생이었던 데다가 장씨 또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키우는 부모였던 것. 또한 자신의 자녀는 물론 제자 여러 명이 함께 합숙하던 집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더더욱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태권도 부원들에 대한 장씨의 성추행 사실을 처음 폭로한 것은 장씨의 남편인 태권도 사범 강아무개씨(37)였다. 국가대표 출신의 강씨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한 중학교 태권도부 코치와 함께 자신의 개인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제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아내에 대한 소문을 우연히 다른 동료 코치로부터 전해 듣게된 것.
강씨는 자신의 집에서 합숙하고 있던 제자 김군을 추궁했고,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고민 끝에 김군의 어머니에게 아내의 성추행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 아내에 대한 배신감도 참기 어려웠지만 이 같은 사실을 묵인한다면, ‘잘나가는 태권도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경상도에 사는 김군 역시 지난해 홀로 상경해 강씨의 지도를 받으며 합숙생활을 했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아들을 맡긴 탓에 김군의 어머니는 안살림을 맡은 장씨에게 각별했고, 장씨 역시 학생들을 잘 돌봐줬다고 한다. 김군의 어머니는 “그동안의 친분을 생각해 용서할 마음까지 먹었는데 만나주지 않아서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고소 배경을 밝혔다.
다른 학생 한 명과 함께 합숙을 하고 있던 김군이 처음 성추행을 당한 것은 지난해 10월 말. 코치인 강씨가 해외연수를 떠난 3주 사이에 일어났다. 장씨는 김군에게 “우리 아들과 셋이 같이 잠을 자자”며 김군을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아직 어린 나이인 데다가 이모처럼 따르며 허물없이 지내왔던 터라 김군은 자연스럽게 장씨를 따랐다. 장씨는 김군이 잠이 들자 바지를 벗기고 성추행하다가 잠에서 깬 김군이 반항하자 자신의 옷을 벗고 강제로 끌어안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흘 뒤에도 잠이 든 김군을 같은 방법으로 성추행한 장씨의 행동은 점점 대담해져 갔다. 올 1월에는 남편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군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내 방에 들어와 같이 잠을 자자며 강제로 성관계를 하려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이 경찰서에 들어오는 것을 극구 반대해 결국 녹음기를 들고 경찰서 밖에서 진술을 받았다”며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군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에서 추정한 피해 학생들은 대략 잡아도 다섯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군과 함께 합숙하던 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 진학해 이미 장씨의 집을 벗어난 졸업생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코치 생활을 하는 강씨가 체육관까지 운영하다 보니 지난 5~6년 동안 학생들의 뒷바라지는 항상 장씨의 몫이었던 것. 합숙하고 있는 중학생들은 물론 졸업해 나간 학생들도 자주 놀러와 스스럼없이 장씨와 어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군의 진술에 따르면, 한번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선배들이 놀러와 술을 사달라고 해, 맥주를 함께 마신 적이 있다고 한다. 이때 장씨가 한 학생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는 것. 호기심에 김군 등 다른 학생들이 거실 베란다를 통해 안방을 훔쳐봤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서 성관계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의 대담한 범죄 행위가 오랜 기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들이 장씨의 행동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인 데다가 자신이 당했던 일을 또래들끼리의 은밀한 화젯거리나 무용담쯤으로 생각하는 사춘기 소년들이었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피해자 김군 역시 “엄마에게 얘기하면 부끄럽고 코치님한테 얘기하기엔 겁이 났다”고 말했다는 것.
특히 피해 학생들이 모두 미성년자들이어서 부모들도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 이렇다 보니 김군의 진술로 또 다른 피해자들이 밝혀진 상황에서도 추가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수사를 종료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경찰측은 밝혔다. 다른 피해 학생의 부모들은 한결같이 “더 이상 크게 확대되는 것이 싫다”며 고소를 거절했다는 것.
장씨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 일부러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남편인 강씨가 술만 먹으면 자신을 폭행했고, 아침에 술이 깨면 전날 폭행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혼자 괴로웠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경찰은 “장씨의 진술을 토대로 조사해 본 결과 실제로 지난해에 한 차례 고소 사건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서는 강씨 역시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장씨의 변명에 대해 “남편과 사이가 안 좋다고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입을 모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장씨의 아홉 살 난 딸이 ‘엄마는 오빠들 방에서 잠만 자고 나랑은 안 놀아줘’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며 “아들, 딸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데에 어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기자는 구속중인 장씨를 대신해 남편 강씨와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강씨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가 운영하는 체육관을 찾아가기도 했으나 강씨는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자리를 피했다. 원생들에 따르면 강씨는 이번 사건 후에도 여전히 학교 코치일과 학원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하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