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사건 피의자는 지난달 29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구속된 윤아무개씨(45). 그가 내연녀를 살해한 것은 지난 4월27일 오후. 사건을 저지른 뒤 도주했던 윤씨는 이틀 뒤인 29일 인근 야산에 숨어 있다가 수색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도 아내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던 석아무개씨(38)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1일 윤씨를 1급 살인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윤씨의 아내인 김아무개씨(41)가 지난해 4월부터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윤씨가 살해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다.
만약 아내까지 살해했다면 윤씨는 세 명의 남녀를 연쇄살해한 엽기적인 살인마인 셈이다. 윤씨는 왜 이 같은 엽기적인 살인행위를 저질렀을까.
사건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씨는 울산 소재 중소 건설회사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며 그런 대로 평안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었다. 부인 김씨와의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었다.
그러던 윤씨의 가정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은 석씨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석씨는 윤씨와 같은 회사에서 트럭운전기사로 일하던 인물로, 윤씨와 ‘형-동생’하는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석씨가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운전기사 일을 그만두게 되자 윤씨는 안쓰러운 마음에 석씨를 자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식사를 대접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였다. 집에 드나들기 시작한 석씨는 윤씨가 집을 비웠을 때도 아내가 혼자 있는 집에 놀러오기도 했다. 석씨의 출입에 대해 처음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윤씨의 마음이 돌변한 것은 아내의 달라진 태도 때문이었다.
줄곧 석씨에게 ‘삼촌’이라는 호칭을 써오던 아내가 어느 순간부터 그를 ‘××씨’라고 부르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갑자기 동생(석씨)의 호칭을 바꾼 이후 외출도 잦아졌고, 석씨의 카드 빚을 갚는다며 내 돈을 빌려주기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아내의 외도 사실을 직감한 윤씨는 이후 매일 아내와 충돌했고, 급기야 아내 김씨는 2003년 4월 집을 나가버렸다. 이즈음 석씨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윤씨는 아내가 집을 나간 후 곧바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냈고, 모든 일을 접은 채 두 사람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매달렸다. 3개월간의 수소문 끝에 2003년 7월경 윤씨는 석씨와 연락이 닿았다.
윤씨는 울산 시내에서 석씨를 만나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뒤 곧장 경주시 내남면에 있는 한 저수지로 향했다. 경찰에 따르면, 저수지에서 석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 한 병을 마신 윤씨는 미리 준비해 온 회칼로 석씨를 위협했다.
그 같은 위협에도 석씨가 “설마 형이 나를 찌를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덤비자 윤씨는 그 자리에서 석씨의 가슴과 등을 11차례나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는 석씨의 시신을 자신이 타고온 차에 수습한 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야산에 싣고 가 암매장했다.
윤씨의 살인행각은 9개월 만에 다시 벌어졌다. 지난 4월27일 자신과 1년여 전부터 내연관계를 맺어오던 최씨(여·42)를 죽인 것. 윤씨가 최씨를 만난 것은 석씨를 살해하기 직전, 아내의 소재를 추적하면서 우연히 들른 울산 시내 노래방에서였다.
당시 아내 문제로 고민하던 윤씨는 우연히 동네 노래방을 찾았다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최씨를 만나 내연관계로 발전했던 것. 최씨 역시 아이 하나를 둔 이혼녀였던 터라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그 후 윤씨는 아내의 행방을 뒤쫓으면서도 최씨의 울산 야음동 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수사책임자인 울산남부경찰서 하용구 경위는 “윤씨는 최씨의 어머니를 장모라고 부르고 하루 7만∼10만원 정도의 일당을 전부 최씨에게 건네주는 등 부부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며 “윤씨는 결혼까지 결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던 윤씨가 살인마로 돌변한 것은 질투심 때문이었다.
윤씨는 최씨가 올 들어 다른 남자를 만나는 등 변심한 듯한 태도를 보이자 지난 4월27일 오후 최씨의 집을 찾아가 폭력을 휘둘렀다. 당시 그는 망치 등 둔기로 최씨를 내리쳐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윤씨는 또 싸움을 말리던 최씨의 어머니 염아무개씨(70)도 둔기로 내리쳐 중태에 빠뜨렸다.
윤씨는 두 사람이 의식을 잃자 자신도 도시가스 배관을 절단해 가스를 새나오게 한 뒤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철심이 든 배관이 좀처럼 잘려지지 않아 자살시도가 실패하자 시신을 내버려 둔 채 그대로 도주했다.
신고가 들어온 것은 오후 7시경. 가스 배달을 하던 배달원이 최씨의 집 인근을 지나치던 중 최씨의 집에서 가스 명멸현상이 나타나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최씨의 집으로 출동했으나 최씨는 이미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가격당한 채 숨져 있었고, 염씨도 머리 부위에 큰 상처를 입은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염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경찰이 윤씨를 검거한 것은 지난 4월29일 오전 10시. 경찰은 울산 동구 화정동 소재 야산에서 은신중이던 윤씨를 체포했다. 윤씨는 검거 당시 범행 때 피가 묻은 점퍼와 바지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윤씨는 경찰 조사와 지난 5월2일 현장검증을 통해 최씨와 석씨 살해와 관련한 범행 일체를 자백한 상태. 그러나 아내인 김씨 살해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석씨가 이미 숨졌고, 김씨 가족들도 김씨의 전혀 행방을 모르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여러 정황을 감안했을 때 윤씨가 아내를 살해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김씨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