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 나물에 그 밥 ‘징하다 징해~’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박지원·문재인·이인영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화됐지만 당내에서조차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예비경선(컷오프) 당시에는 ‘빅2’인 문재인 박지원 의원 외에 막상막하인 박주선 이인영 조경태 의원 중 누가 컷오프를 통과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들 중 컷오프에 통과한 후보는 빅2의 승패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일요신문> 1182호 보도). 결국 이인영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 문재인 박지원 빅2와 함께 본격적인 전대 레이스가 시작됐지만 정작 이전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들은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먼저 ‘투트랙’ 선거 방식의 부작용을 꼽았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김한길 지도부 선거 때부터 선거에서 표를 얻은 순서대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집단지도체제 대신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나눠서 하는 단일지도체제를 시행하고 있다. 투트랙 방식을 통해 각각 후보군이 좁혀지면서 상대적으로 선거의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원트랙’ 선거 방식을 사용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거물급인 김무성 서청원 의원과 중량감 있는 이인제 김태호 홍문종 의원 등이 함께 대결을 펼쳐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것과 비교된다.
새정치연합도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 전까지 거물급들이 후보로 거론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당대표 후보 물망에 올랐던 이들은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빅3’를 포함해 김부겸 전 의원, 정동영 천정배 김두관 고문 등이었다. 하지만 투트랙 선거는 거물급들의 도전을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이 많았다. 원트랙일 경우 당대표를 겨루고 순위별로 최고위원에 입성해 지도부의 일원이 될 수 있지만 투트랙에서 거물급이 당대표가 되지못하고 떨어지면 그만큼 정치적 타격이 있기에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당대표 출마를 고려하던 인사들이 유력 주자인 문재인 의원의 출마 여부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물망에 오르던 거물급 인사들을 포함해 빅3인 정세균 의원도 출마를 철회하면서 두 사람만의 리그가 됐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 비서관은 “새정치연합이 인기가 없는 데다 우리만의 리그로 보이기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당내에서도 관심이 없다. 박지원 의원의 인물론이 약해 둘 중 문재인 의원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다”며 “결과는 나와 봐야 알지만 예상이 가능할 정도의 후보군이니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말했다.
당 쇄신에 대한 지지층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구체적인 의제를 내놓지 못하고 ‘친노 대 비노’ 구도로 흘러가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세 당대표 후보는 광주에서 가진 첫 TV 토론회에서 당권대권 분리론과 계파주의, 지역주의에 대한 지적 등 서로를 겨냥한 발언으로 날을 세웠다.
김상진 뉴코리아정책연구소장은 “당을 살릴 만한 새로운 인물이 후보로 나오지 않았고, 이미 지도부를 맡아봤던 이들이 과연 당을 살려낼지에 대해 이미 대중의 의구심이 있다. 여기에 후보들이 당을 살릴 만한 구체적인 의제를 내놓지 못하고 친노-비노의 구도로만 가고 있다”면서 “이인영 의원이 젊은 후보임은 맞지만 이미 새 인물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최고위원을 했는데 그때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지금은 임팩트가 없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당내 선거 관련 규정이 개정, 적용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점도 흥행몰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계파 줄서기와 경선 과열을 막기 위해 당규를 개정했다. 좋은 취지에서 개정했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국회의원이나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이 후보자 캠프에 직함을 갖고 활동하는 행위 △해당 인들이 공개적이면서 집단적으로 특정후보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 △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 후보자의 대리인들이 개별적으로 지역위원회를 방문하거나 집단적으로 접촉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대리인 성격의 다른 인사들과 홍보 역할을 분담하지 못하고 직접 각종 행사에 나서게 되면서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조용한 선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수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후보들은 대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거나 조직을 모을 수 없다. 한 새정치연합 지역보좌관은 “당규 개정 전까지만 해도 후보가 각자 일정을 짜서 전국 대의원들을 만나고 다니며 여론몰이가 됐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공식 일정만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대의원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어 여론몰이 또한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의원들을 개별로 만날 수 없기에 당대표 후보들의 지방순회 간담회 일정은 현재 중앙당에서 조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문 일정이 수정되는 경우가 많아 대의원들의 불평도 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도당 합동연설회와 간담회 일정은 지역위원회 내부 사정에 맞게 시·도당에서 짜고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해 조율하고 있다. 시도당별로 하는데 246개나 되니 조율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정이 수시로 변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당에서 정한 당대표 후보와의 간담회는 지난 12~30일까지로 통보됐지만 지방순회 간담회 등 때문에 오는 26~28일부터로 일정이 변경됐다. 앞서의 지역 보좌관은 “대의원들이 당으로부터 대접받을 때는 전당대회 때뿐”이라며 “중앙당에서 일정을 계속 바꾸니 대의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남 광양 같은 경우 일정이 바뀌자 다들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는 일도 있었다. 당내 흥행몰이도 실패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