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아무리 많아도 ‘집불’은 못꺼
이랜드그룹이 중국사업이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국내서는 돈 빌리기에 바쁜 모양새다. 사진은 이랜드빌딩.
매년 엄청난 돈을 중국에서 벌어들이면서도 이랜드그룹의 차입금과 잉여현금 흐름 상황은 좋지 않다. 이랜드그룹의 중국법인 매출과 영업이익은 별도로 관리되며 이랜드그룹 공시 자료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말 기준 약 1조 6452억 원에 이르는 이랜드의 유동부채는 지난해 3분기 2조 원을 돌파하며 23.2% 증가해 2조 28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유동부채도 1조 1935억 원에서 2.5% 증가, 1조 2242억 원으로 늘었다.
부채총계도 지난 2013년 2조 8388억 원에서 14.5% 증가하며 3조 원대를 넘어 3조 2522억 원을 기록했다. 막대한 부채 탓에 금융비용도 지난 2012년 2756억 원, 2013년 2492억 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엔 3분기까지 금융비용으로 1928억 원을 지급했다.
이랜드그룹의 지배회사인 이랜드월드는 지난 2013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6조 1772억 원의 연결 매출과 522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자회사의 지분을 사는 데 약 2263억 원을 썼고, 유상자산을 취득하는 데 8887억 원가량을 지출했다. 2014년 3분기 이랜드그룹의 현금 흐름은 1265억 원 늘어나면서 안정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차입금 및 사채차입이 6080억 원, 종속기업의 유상증자에 3000억 원이 투입됐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다. 지난 3분기 이랜드월드가 발표한 연결 부채는 약 366%였다.
이랜드그룹은 부채 때문에 잇따라 공시를 내기도 했다. 최근만 따져도 지난해 11월 12일에는 상환기한 2년의 무보증 일반사채(발행회사의 상환능력에 대한 신용만으로 발행하는 회사채)를 200억 원 발행했다. 11월 28일 이랜드월드는 이랜드인터내셔널패션과 수출입은행 사이의 555억 원의 채무에 대해 채무보증 결정을 했다. 12월 29일 이랜드월드는 이랜드파크의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578억 원을 출자했다.
중국에서 위완화를 쓸어 담는 이랜드그룹의 잦은 회사채 발행이 중국에서 끌어들인 이익이 한국으로 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지난 2013년 말 로열티로 1000억 원가량이 들어 온 것을 제외하면 중국사업부는 배당과 로열티 외에는 (중국에서 번 돈은) 한국과 관련 없이 중국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티니위니’ 의류 브랜드 명동 매장.
이랜드도 금융비용에 대한 문제는 잘 알고 있다. 지난해 7월 28일 이랜드리테일이 300억 원의 무보증사채를 발행하면서 공시한 투자설명서의 이랜드의 핵심 투자위험요소 중 회사위험부분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당사의 2014년 3월 말 연결 재무제표기준 총 차입금 규모는 약 2조 1493억 원(개별 기준 약 1조 3098억 원, 2014년 6월 말 기준 약 1조 3193억 원)으로 영업현금흐름 대비 과중한 편입니다.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에 대하여 회전운용 혹은 차환, 사채발행 등 추가적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당사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께서는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랜드그룹이 모자라는 실탄을 위해 ‘매각 후 재임대(Sales and Lease Back)’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도 밝히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당사는 Sales and Lease Back 거래를 통해 대규모의 자금유입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였으나, 향후 지속적인 임대비용이 발생하며, 재매입시 매각가격보다 높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또한 재매입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당사의 재무적 부담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 것.
이랜드그룹이 지난 2009년 싱가포르투자청에 2200억 원을 받고 매각한 서울 강남의 뉴코아 신관과 킴스클럽 건물이 이에 해당한다. 큰돈이 유입되며 숨통은 트였지만 이랜드그룹은 매년 200억 원 이상의 임대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10월 이랜드그룹은 싱가포르투자청에 매각한 매장을 재매입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 상황이 전혀 나쁘지 않다. 영업이익도 잘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비용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업들이 자기 돈으로 영업하는 게 아니지 않나. 재작년에도 7000억 원 영업이익을 냈고 지속적으로 매출이 증가세”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랜드그룹은 상장을 하지 않았기에 기업공개(IPO·상장)를 통해 풍부한 유동성을 일거에 획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랜드가 기업공개를 언제 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익명을 요구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현재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이 366%로 다소 높긴 하지만 아주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랜드는 기업공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황인 지금 기업공개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손에 넣고 불황인 경기 탓에 싸게 나온 M&A 매물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매입하는 방향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