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접어들면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가중…불황·양극화에 강달러·대출규제까지 먹구름 겹쳐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후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의결로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됐다. 정국은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불확실성’이라는 폭탄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요소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거래가 멎는다.
이미 선례가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다. 2016년 10월 24일 국정농단 내용이 담긴 ‘태블릿 PC’ 보도가 나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조성됐다. 그해 12월 1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듬해인 2017년 3월 10일 탄핵심판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파면을 선고하면서 탄핵은 마무리됐다. 탄핵이 성사될지, 추후 정권과 부동산 정책의 향방까지 모든 게 불확실하던 시기였다.
그 기간 동안 부동산 거래량은 가파르게 줄었다. KB부동산데이터허브에 따르면 2016년 9월 아파트 거래량은 9만 1612건이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10만 8601건까지 거래량이 늘었다가 탄핵 국면에 들어서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11월에는 10만 2888건, 12월은 8만 8601건, 1월은 5만 8539건을 각각 기록했다. 아파트거래량이 기존 거래량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는 약 반 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시장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기대감이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투자자들이 다들 발을 빼기 마련이다. 굳이 앞이 안 보이는데 무리하게 운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2016년 당시에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10월에 당선이 됐고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고조돼 6~7개월 정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됐고 현재 국면과 거의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지금과 다른 점은 2016년 당시 부동산 시장은 상승장이었다는 점이다. 현재는 2021~2022년까지의 상승장이 끝나고 등락을 거듭하는 조정 국면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며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은 상황이다. 6~8월 단기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과 대출규제, 경기 침체에 이어 고금리·강달러 우려, 여기에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등 고강도 대출규제로 금리가 오르면서 아파트 거래량은 크게 둔화한 상태다. 다만 정부가 고강도 대출규제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기간 고금리를 유지한 미국도 금리 인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상태다. 11월 28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다시 금리를 내린 한은도 내년에 여러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였던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입주가 끝나면서 2026년 입주물량 급감하는 점도 아파트 가격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감소가 전세가를 끌어올리며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릴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36만 3921가구에 달했던 입주물량은 내년도에는 26만 4720가구, 2026년에는 15만 8391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거래량은 줄었어도 호가는 그대로라 불확실성이 제거될 경우 핵심지역에서는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상승은 일부 지역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 상승세는 둔화된 상태다. 전국 아파트값이 3주 연속 하락하는 가운데 12월 첫째 주 기준 강남구는 0.12% 가격이 올랐으나 전주(0.13%)보다 상승세가 둔화됐다. 종로구(0.07%) 중구(0.06%) 광진구(0.06%) 마포구(0.06%) 용산구(0.05%) 등은 가격이 올랐으나 강동구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0.02% 하락하며 5월 셋째 주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하락 지역이 나오기도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 계속 신고가가 나오는 곳은 압구정 정도밖에 없다. 그만큼 개발에 대한 기대감, 강남이라는 상징성 등이 있기 때문이고 나머지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보합세나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양극화가 심화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경기가 둔화해서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극소수 지역만 오르고 나머지는 회복이 힘들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똘똘한 한 채’로 이주하려는 수요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아파트 시장이 죽지는 않겠지만 나머지는 아니다. 워낙 분양가가 올라 서울에서도 미분양 발생 우려가 크다”라며 “지방은 이미 미분양이 심각한데 최근의 정치 경제 상황 탓에 침체가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앙극화가 심화하면서 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양극화되면서 형성된 버블은 반드시 조정이 일어난다.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훨씬 오버해서 매매 가격들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라며 “시장이 안정돼 있고 지속 성장한다고 생각해야 높은 호가에도 매매가 이뤄지는데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유지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은 장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침체는 거의 명확한 것 같다. 탄핵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당분간 정부는 기능을 멈출 것”라며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시장은 원래 가던 길을 가게 되는데 그렇다면 하락장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은 “장기침체는 확정이다. 부자는 원래 잘 살고 중간이 내려앉으면 침체되는 건데 양극화가 바로 그 징후”라며 “이미 대내외적 환경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는데 최근의 정치 이벤트가 장기침체를 앞당기게 됐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