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근 의원(왼쪽)과 김근태 장관. | ||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과 관련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로 잘 알려진 이들 두 사람은 17대 국회에서도 ‘오래된 악연’을 이어가며 국감장을 달구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주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특유의 온화함을 발휘, 대부분 의원들의 의견에 대해 “잘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등 수긍하는 방향으로 답변했으나 유독 정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사실 파악이 안 되어 있다. 정 의원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다르다고 본다” 등의 답변으로 맞받아 쳐서 눈길을 끌었다.
노동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관심거리의 하나. 진보적인 노동경제학자 출신인 김대환 장관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서울지하철 노조 위원장 출신의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 등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현 민주노총 위원장인 이수호 위원장의 고교동창이며 80~90년대 한국 노동운동계를 이끈 학자 중의 한 사람. 그러나 국정감사장에서는 단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국감이 열리던 지난 5일 노동부 국정감사장에서는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을 둘러싸고 두 사람은 상대의 발언까지 막아가며 언성을 높였다.
▲ 김대환 노동부 장관(왼쪽),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 ||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한농연) 출신인 열린우리당 박홍수 의원과 전국농민회 총연맹(전농) 부의장 출신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활동중인 농림해양수산위원회도 주요 관전 포인트. 특히 쌀수입 개방문제로 정부와 농민단체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의원들이 보여줄 서로 다른 모습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실 관계자는 “박 의원이 회장을 지낸 한농연과 전농은 태생이 다르다. 물론 농업정책에서 입장이 같은 것도 많지만 다른 부분도 많다. 농업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 기대되기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활동중인 법사위도 마찬가지. 장 의원이 참여정부 초기에 당시 강금실 법무장관의 ‘파격인사’에 항의하며 사표를 던진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싸움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국회 법사위원으로서 사법부를 감사하는 위치에 있는 그가 국정감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8일 서울고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화 이후 주사파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최근까지 주사파의 지하조직이 적발되고 있다”며 “김일성의 사상과 노선을 따르는 주사파를 규제하는 국보법을 폐지할 경우 체제 수호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 현 정부가 추진중인 국보법 폐지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장 의원이) 사법부와 검찰을 잘 알기 때문에 보다 깊이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 사건들을 물고 늘어지는 식의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국보법 폐지 논란과 같은 국가적인 사안에 대해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