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과 인터뷰중인 피해자 가족 뒷모습. 사진제공=울산CBS | ||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영장이 기각된 것은 증거가 불충분하고 피의자들이 고등학생들이어서 도주의 우려가 없고 학업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18명을 추가 구속했다.
처음 구속된 3명은 피해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협박을 일삼은 학생들이고 이후 18명은 성관계를 직접 가진 이들이다. 금품을 뺏거나 폭행에만 가담한 학생들은 불구속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집단 성폭행 과정에서 단순히 망을 보거나 구경만 한 학생들은 입건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한편 경찰이 발표한 3개 고교 연합 폭력조직인 ‘밀양연합’의 실체에 대해 학생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그 중 한 명이 장난삼아 새긴 작은 호랑이 문신을 두고 마치 41명 대부분이 문신을 하고 이권을 챙기는 조폭으로 확대된 것이라는 얘기다.
밀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밀양 인구가 적다 보니 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모두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학교가 달라도 다들 친하게 어울리는 까닭에 조직으로 불리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들 학생들은 대부분 창원 산업체에 위탁교육을 받으러 가 함께 생활했고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경찰의 미흡한 사건 대처와 발표, 언론의 과대포장으로 이 사건에는 무성한 의혹과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처음 구속영장을 신청한 24명 중에서 3명만 구속된 것에 대해 피의자 가족 중에 영향력 있는 정·재계 인사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또 피해자 가족들에 따르면 피의자 가족 중 한 명은 자신이 ‘밀양의 폭력조직원인데 가만히 두지 않겠다. 무사할 것 같으냐, 밤길 조심해라’라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피의자 부모들 중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인사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부분의 피의자 부모들은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라는 게 수사팀 주변의 얘기다.
실제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은 대학진학보다는 직업위탁교육을 통해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준비하던 학생들이었다. 돈이 있거나 명망있는 집안의 아이들은 대학을 위해 부산 등지의 좋은 학군으로 진학을 시키기 때문에 밀양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 경찰은 검거자 41명 이외에 미검자 75명에 대해서도 계속 추적수사중이라고 했으나 아직까지 미검자에 대한 수사에 대해 이렇다할 말이 없다. 또 처음 피해자가 박양 ‘자매’들 2명 이외에도 2명의 신원 미확인자가 있다고 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 피의자 가족들도 엄청난 충격에 넋을 잃었다. 사진제공=울산CBS | ||
‘집단 성폭행 폭력조직원 41명 검거’라는 혁혁한 공을 세울 뻔했던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은 현재 언론사의 취재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론의 질타를 받은 이후부터다.
또 조사과정에서 김아무개 경장이 피해자들에게 “내가 밀양이 고향인데, 너희들이 밀양물 다 흐려놨다”는 폭언을 한 것이 알려져 인사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 경장은 당시 사건 담당자도 아니었고 같은 사무실에 있었을 뿐이고, 밀양물 흐려놨다는 얘기는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남학생들에게 한 말을 피해자가 자신의 얘기로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은 “왜 밀양까지 와서 밀양물을 다 흐려놓느냐”는 말을 똑똑히 들었고 당시 이에 대해 항의를 하자 사과를 받기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남부경찰서 감사에서는 김 경장의 폭언은 가해자들에게 한 말인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울산지방경찰청의 여경기동수사대가 처음부터 사건을 전담하도록 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건전담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울산지방경찰청과 울산서부경찰서에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들과 분리된 공간에서 대질심문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만 사건 담당 형사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울산남부경찰서는 13일 형사과장 하아무개 경정과 사건담당 강력1팀장 송아무개 경위에게 좌천성 발령을 내렸다.
한편 사건 관련 경찰 간부들이 노래방에서 여자 도우미들과 술을 마시며 피해자들을 두고 험담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또 하나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 자리에 있던 한 도우미가 이 내용을 듣고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이 도우미는 피해자 가족들과 잘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경찰은 이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중이다.
정작 사건의 ‘중심’에 있는 밀양경찰서는 사건을 접해보지도 못한 채 치안활동을 소홀히 한 이유로 형사들을 인사이동시키고 불똥이 튈까 조심스레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