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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진 김씨가 발견된 원남동 빌딩.(오른쪽) | ||
경찰은 사건 발생 초부터 단순 강도에서 원한에 의한 면식범의 범행 및 청부 살인 등 갖가지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김씨 및 김씨 가족 주변 탐문수사와 사건 현장감식 과정에서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는 데 실패, 현재까지 수사는 답보 상태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유난히 주목을 끌었다. 지난 2003년 9월부터 11월 사이 신사동, 구기동, 혜화동, 삼성동 등에서 발생한 네 건의 노인 연쇄 살인 사건의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시점에서 벌어진 또 다른 노인 살해 사건이었기 때문.
특히 부유층 가정주부를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는 점에서 유영철의 범행으로 밝혀진 네 건의 부유층 노인 살해 사건과의 관련 여부에 높은 관심이 모아졌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중단한 상황. 단지 지난해 7월 검거된 유씨가 경찰 조사과정과 1심 재판 과정에서 원남동 사건을 자신이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현재까지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유씨를 수시로 접촉하며 이번 사건과의 연관 여부만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지난해 5월22일 서울 원남동의 한 빌딩 5층. 건물주인 김아무개씨(여·당시 65세)가 예리한 흉기에 찔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후 8개월여가 지났으나 범인의 윤곽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초부터 단순 강도에서 원한에 의한 면식범의 범행 및 청부 살인 등 갖가지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김씨 및 김씨 가족 주변 탐문수사와 사건 현장감식 과정에서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는 데 실패, 현재까지 수사는 답보 상태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유난히 주목을 끌었다. 지난 2003년 9월부터 11월 사이 신사동, 구기동, 혜화동, 삼성동 등에서 발생한 네 건의 노인 연쇄 살인 사건의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시점에서 벌어진 또 다른 노인 살해 사건이었기 때문.
특히 부유층 가정주부를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는 점에서 유영철의 범행으로 밝혀진 네 건의 부유층 노인 살해 사건과의 관련 여부에 높은 관심이 모아졌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중단한 상황. 단지 지난해 7월 검거된 유씨가 경찰 조사과정과 1심 재판 과정에서 원남동 사건을 자신이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현재까지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유씨를 수시로 접촉하며 이번 사건과의 연관 여부만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피해자 김씨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40분경 종로구 원남동 S빌딩 5층 자택에서 목, 가슴, 복부 등 무려 신체 28곳을 흉기에 찔려 숨진 채 가스검침원에게 발견됐다. 피해자가 숨진 안방에는 장롱을 심하게 뒤진 흔적이 남아 있었으며, 피해자의 휴대폰과 손가방, 2천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가 없어진 상태였다. 가방 안에 현금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스검침원 K씨는 두 달에 한 번 하는 가스 안전점검차 김씨 집을 방문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김씨는 이날 아침 운동을 다녀온 후 오전 9시에서 9시30분 사이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김씨는 매일 자택 인근 스포츠센터와 종묘공원에서 동호회원들과 아침 운동을 해왔으며 사건 당일에도 새벽 운동을 하고 9시께 집으로 돌아갔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애초 경찰은 범인이 아침 운동을 하고 귀가하는 김씨를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집안으로 뒤따라 들어갔을 경우와, 범인이 가스점검원이나 배달부 등으로 위장해 김씨로 하여금 문을 열게 한 뒤 집안 내부로 들어갔을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었다.
그러나 경찰은 5층 출입문 바깥과 안방에서 피해자의 혈액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범인이 미리 김씨를 기다리고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김씨를 출입문 바깥에서 흉기로 찌른 뒤 안방에서 2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일단 가닥을 잡고 수사를 진행했다.
1차적으로 비슷한 수법의 전과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범인이 혼자 있는 김씨를 노렸으며, 더구나 사별한 남편으로부터 수십억원대 재산을 물려받은 김씨를 흉기로 난자한 사실에서 단순 강도보다는 원한이나 재산을 노린 면식범이나 청부살인 쪽에 비중을 맞추고 단서를 추적해 나갔다. 비록 금품을 노린 흔적이 있으나 단순 강도를 위장한 계획적인 수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었다.
또한 경찰은 범인이 도로변에서 좁은 골목길을 통해 건물로 잠입했고, 범행 후에도 유유히 목격자를 피해 달아났던 당시 상황에 주목했다. 범인이 현장 지리에 밝거나 사전 답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것. 이런 추정들을 토대로 경찰은 비밀리에 김씨 가족 및 주변 인물까지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진행했다.
특히 경찰은 김씨의 복잡한 가계도에 주목하고 집중 내사를 벌여왔다. 김씨의 아들과 딸이 김씨의 소생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낸 경찰은 김씨가 아들 A씨의 결혼을 심하게 반대했고, 김씨의 사위가 김씨의 재산을 일괄적으로 관리했다는 사실도 파악했으나 범행 관련 여부를 입증할 만한 성과는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김씨의 자녀와 사위의 사건 당시 행적과 전화 통화 내역, 그리고 지난 2001년 사망한 남편의 모든 재산이 김씨에게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사건 현장 건물을 공사해줬다가 건물 공사 대금을 제때에 받지 못해 법정 시비까지 벌인 B씨도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벌였으나 사건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김씨가 다녔던 스포츠센터 회원과 계모임 회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으나 별다른 이상징후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지난해 8월 이후 경찰 수사의 방향은 ‘살인기계’ 유영철이 검거되면서 급격히 커브를 튼 상태. 유씨가 검거 직후 서울기동수사대 조사 과정에서 “5층에 가정집이 있는 원남동 집에 갔다가 집주인을 죽였다”며 건물의 구조, 출입문의 방향, 침입 경로 등에 대해 진술을 하자 원남동 사건은 유씨 중심의 수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유씨는 “했다”, “안했다”를 반복하는 줄타기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유씨가 원남동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80~90%로 보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사라진 김씨 휴대폰(011-2××-××××)의 마지막 발신이 사건 당일 오후 10시에 유씨의 거주 지역인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있었고, 유씨가 이날 자신의 C은행 계좌에 1백만원을 입금시킨 사실에 근거한 분석이다.
실제 <일요신문>이 단독으로 입수한 유씨의 은행 입출금 내역에도 유씨는 이날 오후 5시44분 마포구 상수동 지점에서 현금 1백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현장에 남아 있던 범인의 혈흔이 묻은 족적이 유씨의 신발 크기와 일치한다는 점도 경찰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근거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이 범행에 이용한 흉기는 물론, 휴대폰, 시계 등 결정적인 물증 확보에 실패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한때 유씨의 범행을 입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던 경찰도 현재로서는 유씨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과연 경찰의 추정대로 유씨가 진범일까, 아니면 제3의 범인이 사건의 갈피 속에 아직도 숨어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