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팬티 1300장 방구석에 차곡차곡
지난 9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A읍에 사는 이아무개씨(36)를 2년 동안 여성 팬티 1천3백여 장을 훔친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황당한 팬티 절도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미혼인 이씨는 직업도 없이 부모 집에 얹혀살던 처지. 2003년 4월 어느날 그는 우연히 이웃 여성의 속옷을 한 벌 훔친 뒤 묘한 쾌감을 맛보게 된다. ‘백수 노총각’으로 지내며 쌓인 스트레스가 한순간 뚫리는 기분이었다. 이후 이씨는 낮이면 동네에서 팬티를 ‘수거’하고, 밤이면 ‘전리품’을 즐기는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같은 동네 처자들의 팬티를 훔치다가 차츰 이웃 동네까지 원정 나가 ‘팬티사냥’을 벌였다. 이런 이씨의 소행이 1백50여 차례나 이어지면서 A읍 여성들의 팬티는 남아나는 게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정식으로 절도신고가 들어온 것은 거의 없었고, 방범 순찰을 돌면 주민들이 ‘자꾸 속옷이 없어진다’며 하소연하는 정도였다. 도난 품목도 소소한 것들이라 주민들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팬티 연쇄도난 사건은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A읍 일대에 퍼졌다”고 전했다.
이씨의 변태적 절도 행각이 들통 난 것은 지난 3월 초. 연달아 팬티를 도난당한 한 주민이 속옷 빨래를 마당에 널어두고 ‘인간 CCTV’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 주민이 빨래 주변에 잠복(?)해 있다가 이씨가 훔쳐가는 광경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던 것.
이씨를 검거한 뒤 경찰은 이씨의 사진을 읍내 주민들에게 보여줘 “이 사람이 우리 동네를 서성거리는 것을 여러 번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이씨를 추궁한 끝에 그간의 범행 모두를 자백받을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찰이 이씨의 방을 수색했을 때 1천3백여 장의 훔친 팬티가 방안에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경찰관은 “이씨가 자신의 속옷을 정리하듯 훔친 팬티들을 차곡차곡 잘 챙겨서 침대 밑이나 옷장 옷걸이를 이용해 잘 ‘모셔두고’ 있었다. 이씨에 따르면 훔친 팬티를 꺼내 보면서 쾌감을 느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이씨 가족들은 이씨가 외출을 하든 집에 있든 항상 방문을 잠가 놓고 지내 설마 이런 짓을 저질렀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이씨의 가족 중 한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어렸을 때 가끔 동네 여성들 속옷을 훔쳐온 적은 있었지만 ‘호기심에 한두 번 그러고 말겠지’라고 생각했지, 커서도 이럴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놀라기는 이씨 인근 주민들도 마찬가지. 이씨가 경찰에 잡히자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세상에 별놈의 취미가 다 있네”라며 혀를 찼다고.
한편 경찰은 이씨가 훔친 팬티의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한 경찰관은 “바지를 도난당한 여성 몇 명은 찾아와 도난품을 찾아갔지만 팬티를 도난당한 여성들은 피해사실을 전화로 알리기만 할 뿐 찾아갈 생각은 전혀 않고 있다. 한 장에 3천~4천원하는 팬티를 찾으러 택시로 1만원 거리인 경찰서까지 오겠는가”라며 “(사건이 종결된 뒤) 그 많은 속옷들을 모두 태워야 하는 건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이 수치심과 불쾌함으로 팬티를 찾아갈 생각도 하지 않겠지만 설사 찾아온다 하더라도 저 많은 속옷 중에서 자신의 것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겠냐는 게 이 경찰관의 반문이었다.